정치 정치일반

[기자수첩] ‘이중 역차별’ 논란 키우는 지방우대지수

이건구 기자

구리·남양주 등 중첩규제 반영 미흡한 1권역 분류 반발 확산

비수도권 지원 취지 살리되 규제 피해지역 보정 기준 마련해야

이건구 기자

지난 2일 남양주시 팔당댐 일원에 최현덕 남양주시장을 비롯한 시민단체 관계자 등 50여 명이 모였다. 정부가 마련한 지방우대지수에서 남양주시를 지원 필요성이 가장 낮은 1권역으로 분류한 데 항의하기 위해서였다.

이틀 뒤인 4일, 인접한 구리시도 신동화 구리시장 명의로 정부의 산정 방식에 유감을 표명하며 별도 보정지표와 예외 규정 마련을 요구하는 입장문을 발표했다.

두 도시의 규모와 여건은 다르지만 문제의식은 같다. 서울과 가까운 수도권이라는 이유로 오랜 기간 각종 규제를 받아왔음에도 정작 균형발전을 위한 정부 지원에서까지 후순위로 밀리는 것은 부당하다는 주장이다.

행정안전부가 지난 3일 고시한 지방우대지수는 서울과의 거리와 지역의 사회·경제적 발전 정도, 인구감소에 따른 소멸 위기 등을 종합해 전국 229개 시군구를 1∼4권역으로 구분한 지표다. 우대 필요성이 상대적으로 낮은 지역은 1권역, 높은 지역은 4권역에 배치됐다.

정부는 내년부터 이 지수를 재정과 세제, 규제, 조달 등 각종 정책과 사업에 활용할 계획이다. 비수도권의 소멸 위기를 막고 지방을 더 두텁게 지원하겠다는 제도의 취지는 충분히 공감할 만하다.

그러나 수도권을 하나의 동질적인 공간으로 보는 순간 지역 간 격차와 규제로 인한 희생은 가려진다.

구리시는 전체 면적의 약 60%가 개발제한구역으로 묶여 있다. 수도권정비계획법상 과밀억제권역에 포함된 데다 군사시설보호구역과 토지거래허가구역 등의 규제도 중첩돼 있다.

시는 이로 인해 기업 유치와 산업기반 확충에 제약을 받았다고 호소했다. 2026년 본예산 기준 재정자립도도 경기도 31개 시군 가운데 22위에 머물고 있다고 강조했다. 지역 기업의 약 98%를 소상공인과 소기업이 차지한다는 점도 취약한 자족 기반을 보여준다.

남양주시의 사정도 크게 다르지 않다. 개발제한구역과 상수원보호구역, 군사시설보호구역 등 8개의 중첩규제를 받고 있다. 특히 2600만 수도권 주민의 식수원을 보호하기 위해 오랜 기간 개발과 산업시설 유치에 제한을 감수해 왔다.

그 결과 별내·다산신도시와 왕숙 공공주택지구 등 대규모 주택 공급으로 인구는 빠르게 늘었지만, 이를 뒷받침할 산업과 일자리 기반은 충분히 따라오지 못했다. 남양주시가 밝힌 2023년 기준 1인당 지역내총생산은 2084만 원으로 경기도 31개 시군 가운데 30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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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과 가깝다는 것은 분명 입지적 이점이다. 그러나 접근성이 곧 재정과 산업 경쟁력으로 이어지는 것은 아니다. 국가가 공익을 위해 토지 이용과 기업 입지를 제한했다면, 그 지역이 서울과 가깝다는 이유만으로 충분히 발전한 곳으로 간주해서는 곤란하다.

구리시와 남양주시가 제기하는 문제의 본질은 바로 여기에 있다. 수도권이라는 이유로 성장을 억제하는 규제를 적용하면서, 동시에 수도권이라는 이유로 균형발전 지원에서도 낮은 순위를 부여하면 ‘규제와 지원 후순위’라는 이중 불이익이 될 수 있다.

물론 정부 설명처럼 지방우대지수가 서울과의 거리만으로 결정되는 것은 아니다. 지방시대위원회의 44개 균형발전 지표와 인구감소지역 여부도 함께 반영된다.

따라서 두 도시 역시 단순히 “서울과 가깝다는 이유만으로 1권역이 됐다”고 주장하기보다 실제 산정 결과에서 어떤 지표가 지역 현실을 왜곡했는지 구체적인 근거를 제시할 필요가 있다.

남양주시는 1권역에서 3권역으로의 재지정과 중첩규제 피해지역을 위한 ‘규제특례권역’ 신설을 요구했다. 구리시는 재정자립도와 인구구조, 규제 강도 등을 반영하는 별도 보정지표와 예외 규정을 제안했다.

정부도 이 같은 문제 제기를 단순한 지역 이기주의로 치부해서는 안 된다. 지자체별 세부 점수와 지표별 반영 결과를 투명하게 공개하고, 중첩규제로 인해 제한된 발전 기회를 측정할 수 있는 보정 기준과 공식적인 이의신청 절차를 마련해야 한다.

규제 피해지역을 별도로 보정한다고 해서 비수도권 지원의 몫을 줄여야 하는 것은 아니다. 지방소멸 대응을 위한 우대정책은 유지하되, 국가적 필요에 따라 특별한 희생을 감내한 지역에는 그에 상응하는 보상과 지원체계를 마련하면 된다.

균형발전은 지도 위의 거리만을 고르게 만드는 정책이 아니다. 지역마다 다른 출발선과 국가정책으로 제한된 기회까지 살펴 실질적인 격차를 줄이는 일이다.

구리시와 남양주시의 요구가 던진 질문은 간단하다. 서울과 가까운 수도권이라는 주소 하나때문에 각 지역이 감당해 온 규제와 희생까지 지워도 되는가? 이제 정부가 답해야 할 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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