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물 쓰듯 한다’는 말이 있다. 물은 아무리 사용해도 부족하지 않고 큰 비용도 들지 않는다는 인식에서 생긴 표현이다. 하지만 오늘날 수돗물은 취수와 정수, 공급과 하수처리까지 막대한 비용이 투입되는 공공재다.
구리시가 2027년 1월부터 상·하수도 요금 현실화를 추진하는 이유도 여기에 있다. 행정에서는 ‘현실화’라고 표현하지만 시민에게는 분명한 공공요금 인상이다. 따라서 그 필요성과 재정 운용 과정을 정확히 설명하는 일이 무엇보다 중요하다.
22일 구리여성행복센터에서 이도환 대변인이 주재한 시정 브리핑을 통해 밝힌 구리시 수돗물의 생산원가는 1톤당 1천59원이다. 하지만 2025년 말 기준 수도요금 현실화율은 62.3%로 경기도 31개 시·군 중 26위에 머물고 있다.
구리시는 하루 필요한 물 약 8만8천톤 가운데 34%인 3만톤만 자체 취수·생산하고, 나머지 66%인 5만8천톤은 외부에서 공급받는다. 물 구입비에 노후 상수도관 교체와 누수 방지, 가압시설 전력비 등이 더해지면서 최근 5년간 누적적자도 약 267억원에 이르렀다.
시는 이에 따라 22년 만에 상수도 요금을 평균 22.2% 인상하고, 가정용 1단계 단가를 톤당 480원에서 620원으로 조정하는 방안을 추진하고 있다.
하수도 역시 1톤 처리원가는 1천23원이지만 시민이 부담하는 평균 사용료는 542원 정도로 현실화율이 53%에 그치고 있다. 시는 노후 공공하수처리장 현대화에 4천억원 이상이 소요될 것으로 보고 하수도 요금도 평균 약 22% 인상하는 방안을 추진 중이다.

시민이 요금 인상의 필요성을 이해하려면 반드시 짚고 넘어가야 할 대목이 있다. 하수처리장 재건설을 위해 적립했던 726억원 규모의 회전기금이다.
구리시는 노후 하수처리장 재건설에 필요한 재원을 미리 확보하기 위해 2019년 12월 ‘구리시 하수도사업 회전기금 설치 및 운영 조례’를 제정했다. 이후 2020년부터 2023년까지 적립한 원금은 676억원이며, 이자 약 50억원을 더해 총 726억원 규모가 됐다.
그러나 하수처리장 현대화 사업이 지연되면서 3개 회계연도 동안 기금의 사업비 편성률이 낮았다. 행정안전부도 기금운용 성과분석을 통해 장기간 집행되지 않는 기금을 정비하거나 폐지할 것을 권고했다.
여기에 2023년 11월 정부가 토평2지구를 신규 택지조성 후보지로 발표하면서 상황이 달라졌다. 대규모 인구 유입을 고려하면 기존 하수처리장 현대화 계획의 설계용량만으로는 향후 수요를 감당하기가 어려워졌다. 하수처리 용량부터 다시 산정해야 하는 상황이 된 것이다.
마침 회전기금 조례도 2024년 12월 31일 만료되는 5년 한시 조례였다. 당시 구리시는 조례를 연장하지 않고 폐지하는 대신, 적립금 726억원을 일반회계 산하 통합재정안정화기금의 통합계정으로 옮겼다.
이 자금이 사라지거나 다른 사업비로 소진된 것은 아니라는 게 시의 설명이다. 약 457억원은 통합재정안정화기금을 통해 일반회계에 빌려준 상태이며, 나머지 약 270억원은 금융기관에 예치돼 있다.
대여금은 ‘3년 거치 5년 상환’ 조건으로 2028년부터 2032년까지 나눠 돌려받도록 돼 있다. 시는 이 기간 발생할 이자가 약 95억원에 이를 것으로 보고 있다. 당시 백경현 시장도 하수처리장 재건설 시기가 구체화되면 원금과 이자를 하수도사업특별회계로 전액 회수해 해당 사업에 사용하겠다고 밝힌 바 있다.
결국 회전기금의 통합계정 이동은 하수처리장 현대화 사업의 지연과 토평2지구 개발에 따른 처리용량 재산정, 조례 만료와 행안부 권고 등이 복합적으로 작용한 결과로 볼 수 있다.
이제 중요한 것은 민선 9기의 관리 책임이다. 과거의 책임을 둘러싼 공방보다 726억원의 원금과 이자가 약정대로 회수되고, 하수처리장 현대화 재원으로 온전히 사용되도록 관리하는 것이 우선이다.

시는 대여금의 연도별 상환 상황과 금융기관 예치금, 발생 이자, 하수처리장 현대화 일정과 총사업비를 시민에게 정기적으로 공개할 필요가 있다. 토평2지구와 사노동 등 개발계획을 반영한 하수처리 용량 재산정 결과도 투명하게 설명해야 한다.
요금 인상이 불가피하더라도 행정의 자구노력은 뒤따라야 한다. 누수율 개선과 에너지 절감, 설비 효율화로 얼마를 줄일 것인지 수치로 제시하고, 저소득층 등 사회적 약자를 위한 감면제도도 촘촘히 보완해야 한다.
물은 인간다운 삶을 위한 가장 기본적인 공공재다. 안전한 물을 공급하고 사용한 물을 깨끗하게 자연으로 돌려보내려면 적정한 비용을 부담해야 한다는 원칙도 외면하기 어렵다.
다만 시민에게 더 많은 부담을 요청하려면 행정도 그에 상응하는 투명성과 책임을 보여줘야 한다. 상·하수도 요금 현실화의 성패는 인상률 자체가 아니라, 726억원을 포함한 재정 운용 전반에 대해 구리시가 얼마나 신뢰할 수 있는 설명과 결과를 내놓느냐에 달려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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