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제 경제일반

코인 과세 또 미뤄졌다…정부, 2029년으로 2년 유예

김훈기 기자

'소득 있는 곳에 과세' 원칙 무색…"손실 3년 이월공제" 방침

벌써 4번째…"국내시장 불이익·美거래정보 2029년부터 교환"

정세은 충남대 교수 "유예 기간 조세 회피 등 우려되는 상황"

정부가 내년부터 시행 예정인 가상자산 소득과세를 2년간 유예하는 방안을 국회와 협의해 추진하겠다고 밝힌 5일 서울 서초구 빗썸라운지 모습. @ 연합뉴스

정부가 내년 시행 예정이던 가상자산 소득과세를 또다시 2년 미루기로 했다. 이번이 벌써 4번째 유예다.

이형일 부총리 겸 재정경제부 장관은 5일 정부서울청사에서 브리핑을 하고 가상자산 소득과세를 2년간 유예하는 방안을 국회와 협의해 추진하겠다고 밝혔다.

정부는 당초 비트코인을 비롯한 가상자산 거래로 얻은 차익 중 기본 공제액(연 250만원)을 넘는 부분에 20% 세율을 적용할 예정이었다.

이와 같은 가상자산 과세 방침은 2020년 12월 소득세법 개정으로 공식화했으나 정부는 이날 4번째 유예 구상을 내놨다.

애초 2022년부터 과세할 예정이었으나 준비 부족, 투자자 보호 필요성, 형평성, 제도 정비 미비 등을 이유로 반복 유예됐다. 최초에 2023년으로 1년 미뤘고, 이후 2년씩 두 차례 추가 유예를 결정해 내년 1월 1일로 늦춰진 상태였다.

두 달도 남지 않은 시점에 또 유예하기로 하면서 정책의 신뢰·일관성 논란도 예상된다.

이 부총리는 "과세 시행이 세 차례 미뤄진 데 이어 한 번 더 과세 유예를 말씀드리게 된 점을 무겁게 생각한다"며 "시행 시기를 조정하더라도 '소득 있는 곳에 과세'라는 조세의 기본원칙은 견지되어야 한다. 정부는 향후 2년의 준비기간을 활용해 가상자산 과세가 2029년에는 차질 없이 시행될 수 있도록 준비하겠다"고 밝혔다.

정부는 미국과의 가상자산 정보 교환이 2029년부터 이루어진다는 점을 고려할 때 내년에 과세를 시작하면 해외에 비해 국내시장이 상대적으로 불이익을 받을 수 있다는 전문가·업계·국회 등의 의견을 고려했다고 밝혔다.

디지털자산법이 제정되면 가상자산을 규율하는 제도적 기반에도 큰 변화가 예상되므로 2년간 더 준비하는 게 바람직하다고 정부는 덧붙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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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형일 부총리 겸 재정경제부 장관이 5일 서울 종로구 정부서울청사에서 내년부터 시행 예정인 가상 자산 소득과세를 2년간 유예하는 방안을 국회와 협의해 추진하겠다고 밝히고 있다. @ 연합뉴스

정부는 유예기간 시장 상황과 거래 방식 등을 고려해 과세 제도를 정비할 계획이다.

특히 가상자산의 가격 변동성이 큰 점을 고려해 3년 동안의 손해와 이익을 통산해 과세하도록 손실 이월공제를 허용하는 방안을 국회와 협의해 추진하기로 했다. 손실 이월공제는 미국과 영국 등 주요국이 인정하고 있다.

디지털자산법이 제정되면 이용자 보호를 위한 제도적 기반을 마련하고 이에 따른 시장 변화를 고려해 과세제도를 손질한다.

과세의 실효성을 높이도록 해외 거래 정보도 확보한다.

국제 정보교환체계 구축 동향을 파악하고 국내외 과세자료를 연계·분석해 가상자산 해외 거래도 놓치지 않고 과세할 수 있도록 인프라를 확충할 계획이다.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암호화 자산 자동정보교환체계(CARF)를 통한 미국과의 정보교환은 2029년부터 이뤄질 전망이다. 이에 따른 과세 자료 확보 여건을 면밀하게 점검한다는 방침이다.

정부는 전문가·업계·관계부처가 참여하는 실무팀을 운영해 과세제도 합리화, 세부 과세 기준 마련, 납세자의 신고 편의 제고 방안 등을 논의한다.

내년 상반기 제도개선 방안을 도출하고 관련법 개정안을 정기국회에 제출할 계획이다. 2028년 상반기에는 세부 과세 기준을 발표해 업계와 납세자에게 안내한다.

이에 대해 정세은 충남대 경제학과 교수는 "발표했던 정책을 후퇴하는 건 조세 불확실성을 불러일으키고 투자자의 자산 운용에도 영향을 미칠 수 있다"며 "가상자산은 탈세 수단으로도 활용되고 있어 유예된 기간 조세 회피 등이 우려되는 상황"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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