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이청득심(以聽得心). 귀 기울여 들어야 마음을 얻는다는 말이다. 정치인이라면 누구나 한번쯤 들어본 말이지만, 실제로 듣는 일, 경청은 생각보다 어렵다. 말하는 데 익숙한 사람일수록 더 그렇다. 이 칼럼의 이름을 여기서 가져온 것은, 나 스스로에게 하는 다짐이기도 하다.
최근 그 말의 무게를 실감한 일이 있었다. 아주대학교 정치외교학 전공 학생들이 모인 소학회 '민중사랑'이 만든 정책제안서를 받아 들었을 때다. 표지에는 '청년·청소년·대학생 의회 아카데미 운영에 관한 조례안'이라고 적혀 있었다. 지방의회가 직접 미래세대를 가르치는 제도를 만들어 달라는 내용이었다. 학생들의 문제의식은 단순하고 날카로웠다. 18세에 투표하고, 18세에 출마할 수 있는 나라가 됐는데, 정작 지방의회가 어떻게 조례를 만들고 예산을 심사하는지 배울 곳은 없다는 것이다. 맞는 말이다. 2019년 선거연령이 만 18세로 낮아졌고, 2021년에는 피선거권도 만 18세로 확대됐다. 법은 청년에게 문을 열어줬지만, 그 문을 넘어설 준비를 돕는 일은 누구의 몫으로도 정해지지 않았다. 숫자도 같은 이야기를 한다.
올해 6·3 지방선거에서 만 39세 이하 당선인은 전체의 9.5%에 그쳤다. 만 39세 이하 단체장은 단 한 명도 나오지 않았다. 청년 정치를 말하는 목소리는 해마다 커지는데, 정작 지역 정치로 들어서는 사다리는 여전히 좁다. 학생들의 제안서를 읽으며 몇 번이고 멈췄다. 그들은 '청년 정치가 중요하다'는 당위를 늘어놓지 않았다. 무엇이 비어 있는지, 누가 채워야 하는지를 구체적으로 짚었다.
나는 그 제안을 검토해 조례안에 담았고, 이 조례는 지난달 28일 수원특례시의회 본회의를 통과했다. 이제 수원시의회는 청소년뿐 아니라 청년과 대학생까지 직접 가르치는 '의회 아카데미'를 운영할 근거를 갖게 됐다. 참가자들이 기자단이 돼 의정활동을 취재하고 시민에게 전할 길도 열었다. 의회를 구경하는 데서 끝나지 않고, 의회를 기록하고 감시하는 눈이 되도록 하자는 것이다. 돌아보면 이 조례는 내가 만든 것이 아니다.
학생들이 묻고, 의회가 들었을 뿐이다. 의정교육의 대상이 될 대학생들이 스스로 그 제도를 설계했다는 사실이야말로, 이 아카데미가 가야 할 방향을 가장 잘 보여준다. 배움은 듣는 데서 시작하고, 참여는 들어주는 경험에서 자란다. 정치에 대한 냉소는 대개 '말해도 바뀌지 않는다'는 경험에서 나온다. 반대로 한 번이라도 자신의 목소리가 제도로 바뀌는 것을 본 사람은 정치를 다르게 본다. 이번에 정책제안서를 만든 학생들이 바로 그 경험을 했기를 바란다. 그리고 그 경험이 아카데미를 통해 더 많은 수원의 청년들에게 이어지기를 바란다.
듣는 의회가 결국 가르치는 의회가 된다. 대학생들의 제안에 의회가 응답했고, 그 응답이 다시 청년을 가르치고 성장시키는 제도가 된 것이다.
필자는 앞으로 중앙신문의 '이청득심' 코너를 통해 현장에서 들은 이야기, 그 이야기가 정책이 되기까지의 과정을 차례로 풀어놓으려 한다. 첫 회를 학생들의 목소리로 시작할 수 있어 다행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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