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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과거사' 재심사건 10건 중 8건 “무죄”, 그러나 재판지연 문제 심각

허찬회 기자

전체 4356건 중 79% 무죄… 1심 무죄율 최근 5년새 68.5%→93.2%로 급증

재판 평균 소요일수 1심 283일, 2심 582일...최대 9년 이상 소요된 사건도 존재

이상식 의원 "'과거사 사건' 재심 재판 지연 문제 여전히 심각" ⓒ이상식 의원실 제공

지난 2002년 1월부터 2026년 5월까지 판결이 확정된 이른바 ‘과거사 사건’ 재심 4356건 가운데 3438건(78.9%)이 무죄로 판결된 것으로 확인됐다.

‘과거사 사건’은 계엄법, 국가보안법, 긴급조치, 내란죄, 외환죄, 집회 및 시위에 관한 법률(집시법), 포고령, 반공법 등 8개 죄목 위반 사건을 말한다.

2일 더불어민주당 이상식 의원실(경기 용인시 갑,더불어민주당)이 대법원으로부터 제출받은 자료를 전수분석한 자료에 따르면 1심에서는 2911건 중 2421건(83.2%)이, 2심에서는 1445건 중 1017건(70.4%)이 무죄를 선고받았다.

재심에 나선 대다수 사건이 과거 국가권력에 의해 잘못 처벌됐던 것으로 뒤늦게 인정된 셈이다. 반면 상고심(3심)까지 이어진 사건은 7건에 불과해, 재심 사건 대부분은 1~2심에서 마무리되는 것으로 나타났다.

◇ 최근 5년 새 무죄율 급증…1심 68.5%→93.2%, 2심 68.7%→79.6%

접수년도를 기준으로 최근 5년(2021~2025년)과 그 이전(~2020년)을 비교하면 무죄율 상승세는 뚜렷하다. 1심 무죄율은 2020년 이전 68.5%(1161건 중 795건)에서 2021~2025년 93.2%(1724건 중 1,607건)로 뛰었다. 2심 역시 같은 기간 68.7%(1,219건 중 837건)에서 79.6%(226건 중 180건)로 높아졌다. 최근 접수된 재심사건일수록 무죄가 인정되는 비율이 훨씬 높다는 의미다.

죄목별로는 1심에서 내란의 죄가 96.0%(1011건 중 971건)로 가장 높은 무죄율을 기록했고, 포고령위반 89.7%(379건 중 340건), 외환의 죄 87.9%(66건 중 58건)가 뒤를 이었다. 2심에서는 외환의 죄 86.2%(29건 중 25건), 계엄법위반 79.8%(198건 중 158건), 긴급조치위반 77.2%(482건 중 372건) 순으로 높았다. 죄목별로 다소 편차는 있으나 전반적으로 무죄율이 높은 수준을 유지하고 있다.

◇ 1심 절반가량, 2심 5건 중 4건 “법정 심리기한” 못 지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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무죄 판결이 압도적으로 많다는 것은 그만큼 부당한 처벌이 많았다는 뜻이지만, 문제는 재판이 지나치게 길어지고 있다는 점이다. '소송촉진 등에 관한 특례법'은 1심 판결을 접수일로부터 6개월(180일) 이내에 선고하도록 규정하고 있다. 그러나 실제로는 1심 2911건 중 1274건(43.8%)이 이 기한을 넘겼고, 1,000일(약 2년 9개월) 이상 걸린 사건도 113건에 달했다. 2심은 더 심각해서 1445건 중 1181건(81.7%)이 6개월을 초과했으며, 1,000일 이상 소요된 사건도 188건에 이르렀다. 1·2심을 통틀어 최장 소요기간은 3317일(약 9년 1개월)에 달하는 사건도 존재한다.

다만 최근 들어 심리기간이 짧아지는 추세는 확인된다. 1심 평균 소요일수는 2020년 이전 459.5일에서 2021~2025년 167.4일로, 2심은 620.2일에서 374.0일로 각각 줄었다. 재판 지연 문제가 다소 개선되고 있는 것은 긍정적이나, 2심 평균 소요기간이 여전히 1년(374일)을 넘는다는 점에서 신속한 재판을 받을 권리가 충분히 보장되고 있다고 보기는 어렵다.

실제 사례를 보면 지연 정도를 가늠할 수 있다. 1심에서 확정까지 가장 오래 걸린 사건은 국가보안법위반 혐의로 2013년 대구지방법원에 재심이 접수돼 2019년에야 무죄로 확정됐는데, 소요기간은 2339일(약 6년 5개월)에 달했다. 2심에서는 계엄법위반 혐의 사건이 2000년 서울고등법원에 접수된 뒤 2009년에 면소로 종결되기까지 3317일(약 9년 1개월)이 걸려 전체 사건 중 가장 길었다.

◇ 현재 진행 중인 재심도 621건, 여전히 재판지연 심각

2026년 5월 31일 기준 현재 재판이 진행 중인 과거사 재심 사건은 1심 417건, 2심 204건 등 총 621건으로 집계됐다. 이 가운데 국가보안법위반·집시법위반 사건이 1심 285건(68.3%), 2심 144건(70.6%)으로 다수를 차지했는데, 이는 긴급조치위반·내란죄·반공법위반 등 1980년대 이전 사건들의 재판이 상당 부분 마무리된 데 따른 것으로 풀이된다. 현재 진행 중인 사건의 평균 소요일수는 1심 약 11개월(332일), 2심 약 1년 2개월(441일)에 달해 재판 지연 현상이 현재도 이어지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특히 현재 심리 중인 사건 가운데는 접수된 지 9년 가까이 지나도록 결론이 나지 않은 경우도 있다. 긴급조치위반 혐의로 2017년 서울동부지방법원에 접수된 1심 사건은 2026년 5월 말 기준 3205일(약 8년 9개월)째 계속 중이며, 내란의 죄 혐의로 같은 해 서울고등법원에 접수된 2심 사건도 3144일(약 8년 7개월)째 결론을 기다리고 있다.

이상식 의원은 “과거사 사건의 압도적으로 높은 무죄율은 국가폭력과 조작수사로 억울하게 처벌받은 피해자들의 명예가 뒤늦게나마 회복되고 있다는 것을 보여준다”면서도 “재판이 길어질수록 고령의 피해자와 유족이 명예회복을 하기까지의 시간도 함께 늘어난다”고 지적했다.

이어 “법정 심리기한조차 지키지 못하는 사건이 절반에 가깝고, 3년 가까이 끄는 재판이 100건을 넘는 현실은 정의의 실현을 국가 스스로 늦추는 것과 다름없다”며 “국가의 잘못으로 고통받은 피해자들이 살아있는 동안 명예를 회복할 수 있도록 사법 당국의 재판 지연 해소 노력이 필요하다”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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