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책무구조도가 도입된 이후 금융사고가 200건 넘게 발생했지만, 금융감독원 운영지침에 따른 책임규명 절차가 진행되거나 책무구조도와 관련해 제재가 이뤄진 사례는 한 건도 없는 것으로 나타났다.
책무구조도란 금융회사에서 금융사고가 발생했을 때 임원이 담당하는 직책별로 누가 최종 책임자인지를 미리 명확히 정해두어, 사고 발생 시 책임 떠넘기기를 방지하고 임원 스스로 자기 영역의 내부통제를 꼼꼼히 관리하도록 만든 제도이다.
2일 더불어민주당 민병덕 의원(경기 안양시 동안구 갑)이 금융감독원에서 제출받은 ‘책무구조도 적용 현황 및 금융사고 내역'에 따르면, 지난해 1월 책무구조도 도입 이후 올해 7월 말까지 금융회사에서 발생한 금융사고는 모두 203건으로 집계됐다.
사고 금액은 6237억원에 달했다.
업권별로는 은행이 177건, 5009억원으로 가장 많았다. 전체 사고 건수의 87.2%, 사고 금액의 80.3%를 은행이 차지했다.
이어 생명보험 10건·53억원, 증권 10건·101억원, 저축은행 4건·1천56억원, 손해보험 1건·16억원, 여신전문금융회사 1건·1억6400만원 순이었다.
저축은행은 사고 건수는 4건에 그쳤지만 사고 금액은 은행 다음으로 많았다.
금감원 운영지침은 대규모 고객 피해, 건전성 중대 저해, 관리의무 미이행, 임원의 지시·묵인·방치, 조직적 위법행위, 장기·반복적 위법행위 가운데 하나에 해당하면 책임규명 절차를 진행하도록 하고 있다.
그러나 책무구조도 도입 이후 이 같은 절차에 따라 처리된 사례는 없었다. 내부통제 등 관리조치 의무 위반을 이유로 제재한 사례도 현재까지 한 건도 없는 것으로 확인됐다.
사고가 발생하기 시작한 시점을 기준으로 보면 책무구조도 도입 이후 발생한 사고는 34건, 1468억원이었다. 전체 접수 건수의 약 17% 수준이다.
업권별로는 은행 31건, 증권 2건, 생명보험 1건이었다. 이들 사고에 대해서도 책무구조도와 관련한 제재는 이뤄지지 않았다.
책무구조도 도입 이전에 발생한 사고가 도입 이후 접수된 사례가 상당수 포함된 것으로 보인다. 이에 따라 제도의 효과를 정확히 평가하려면 사고 접수 시점뿐 아니라 사고 발생 시작일을 기준으로 한 통계를 지속적으로 관리하고 공개해야 한다는 지적이 나온다.
금융사고 규모는 최근 빠르게 증가하고 있다. 2023년부터 올해 7월까지 발생한 금융사고는 모두 430건, 사고 금액은 1조2683억원으로 집계됐다.
연간 사고 건수는 2023년 62건에서 2024년 111건, 2025년 184건으로 매년 늘었다. 2025년 사고 금액은 4476억원으로 2023년 1423억원의 3.1배에 달했다. 올해도 7월까지 73건, 3111억원의 금융사고가 발생했다.
특히 저축은행의 사고 금액은 올해 7월까지 1274억원으로, 지난해 연간 사고 금액인 47억원의 약 27배에 달했다. 최근 3년간 업권별로는 은행이 278건, 7645억원으로 전체 사고 건수의 64.7%, 사고 금액의 60.3%를 차지했다.
최근에는 인공지능(AI)을 활용한 것으로 추정되는 해킹에 따른 개인정보 유출 사고도 잇따르고 있다.
지난달 말부터 신한은행 약 2만5천명, KB국민은행 119명, 하나은행 89명, 예가람저축은행 약 4만명, 현대캐피탈 주택대출 모집인 146명 등의 고객 또는 모집인 개인정보가 유출됐다.
금감원은 지난 6일 해킹을 시도한 인터넷주소(IP) 28개를 특정해 500여개 금융회사에 전파했다. 일부 IP에서는 중국발 AI 침투테스트 플랫폼인 아르텍스(ARTEX)의 흔적이 발견된 것으로 알려졌다. 다만 AI 활용 여부와 구체적인 유출 규모 및 경로는 현재 조사 중이다.
이들 사고는 올해 7월 말 기준 금융사고 통계에는 포함되지 않았다. 금융당국은 지난 6월 ‘금융분야 인공지능 가이드라인'을 마련해 22일부터 시행하고 있지만, 현재 자율규제 수준에 머물러 있다. AI의 책임과 권한에 관한 구체적인 규율체계는 올해 하반기 태스크포스(TF)에서 검토할 예정이다.
민병덕 의원은 "책무구조도는 금융사고를 막기 위해 누가 책임지는지를 사전에 정하는 제도”라며 "제도 도입 이후 사고가 200건 넘게 발생했는데도 책임을 물은 사례가 한 건도 없다면 제대로 작동한다고 보기 어렵다”고 말했다.
이어 "AI가 금융 판단과 사이버 공격 양쪽에 활용되는 만큼 AI 시대에 맞게 임원의 책임을 분명히 하는 제도 정비를 서둘러야 한다”고 강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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