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검찰청 폐지와 공소청·중대범죄수사청(중수청) 신설을 뼈대로 하는 새 형사사법체계가 시행된 지 한 달이 지났지만 수사·재판 현장의 혼란이 이어지고 있다.
지난 10월2일 이후 ‘수사하는 검사’가 사라지면서 피해자나 고발인 등은 추가 증거 제출 등에 곤란을 겪고 보완수사 요구가 늘어나고 있다. 수사 기간이 정해진 구속 사건의 경우 ‘축소 기소’ 우려도 나온다.
‘검사가 손 댄’ 증거는 재판에서 못 써...추가 증거 제출 두고 현장 혼란
재판 단계에서 혼란이 빚어지고 있다. 지난달 2일 개정 형사소송법 시행 후 한달 사이 일선에서는 ‘검사가 공소유지 과정에서 확보한 자료는 어디까지 증거능력이 인정되는지’를 두고서다.
형사소송법 제245조의13이다. 제1항은 수사권이 사라진 검사에게 ‘사실관계 확인권’을 부여가 된 게 혼란을 빚고 있다. 공소유지에 필요한 경우 피해자나 피의자의 의견을 듣고 자료도 받을 수 있다는 내용이다. 그러나 제3항은 ‘검사가 제출받은 자료는 재판의 증거로 쓸 수 없다’는 내용이 포함됐다.
안미현 대전공소청 천안지청 부부장검사가 최근 자신의 페이스북을 통해 "형소법 개정 이후 재판 절차가 불필요하게 지연되는 일들이 잇따르고 있다"면서 “검사 묻으면 안 된다고, 공소 유지에 필요한 경우도 검사가 직접 받아 제출하면 증거능력이 없다고 의원 나리들께서 바꿔놨기 때문”이라고 설명했다.
이에 따라 피해자들이 공소청에 추가 자료를 내려 하면 ‘여기에 내지 말고 경찰로 가보라’고 안내하는 사례가 발생하고 있다. 하지만 경찰도 ‘이미 송치한 사건이라 증거를 받지 않겠다’는 등 이유로 거부하고 있다.
피해자가 경찰과 공소청 사이에서 ‘뺑뺑이’를 도는 일이 벌어지면서 추가 증거를 확보하고 제출하는 과정이 길어져 피해자의 권리 구제가 지연될 가능성이 커지고 있다. 특히 구속 사건은 기소 여부를 결정해야 하는 법정 기한이 정해져 있어 보완수사가 지연되면 피의자 석방이나 증거 부족 상태의 기소로 이어질 우려도 있다.

보완수사 8995건, 작년 동년대비 60.2% 증가, 축소 기소 우려
공소청 검사가 경찰 수사를 깐깐하게 살펴보면서 보완수사를 요구한 비율이 급증하고 있다.
홍석기 경찰청 국가수사본부장은 지난달 27일 “10월 2일부터 26일까지 공소청의 보완수사 요구는 8995건으로, 지난해 같은 기간 5615건보다 60.2% 증가했다”고 밝혔다. 종전에는 검사가 송치받은 사건을 직접 보완수사할 수 있었지만, 이제는 경찰 등 수사기관에 추가 수사를 요구할 수밖에 없다.
이에 따라 경찰의 구속영장과 체포영장 불청구율이 높아지고 있다. 검사가 혐의나 증거가 불충분하면 영장을 청구하지 않고 일단 경찰에 돌려보내는 경우가 늘어났고 있기 때문이다.
박상웅·김예지 국민의힘 의원실이 경찰청에서 제출받은 자료에 따르면, 공소청 출범일인 지난달 2일부터 24일까지 경찰이 신청한 구속영장 총 1,936건 가운데 701건(36.2%)이 법원에 청구되지 않았다. 올해 1~9월 검사의 불청구율(22.2%)보다 14%포인트 높다.
체포영장 불청구율도 같은 기간 8.4%에서 21.0%로 늘었고 압수수색 영장의 불청구율도 이 기간 2.8%에서 11.7%로 급증했다. 수사 초기 증거 확보에 쓰이는 압수수색 영장의 불청구율 증가는 수사 지연으로 연결될 수 있다.
구속 등 수사 기간이 정해진 사건의 경우 ‘축소 기소’가 이뤄질 것이라는 우려도 나온다.
통상 긴급체포가 이뤄지는 강력 사건의 경우 구속 기간 안에 수사를 마치고 사건을 재판에 넘겨야 한다. 경찰은 10일, 공소청은 최장 20일 동안 피의자를 구속할 수 있다. 과거에는 사건이 검찰로 넘어오면 검사가 피의자를 조사해 범행 동기가 새롭게 확인되면 혐의를 변경해 기소할 수 있었다.
하지만 형소법 개정 뒤 검사가 새로운 혐의를 적용하기 위해서는 경찰에 보완수사를 요구해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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