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이찬진 금융감독원장이 국정감사에서 최근 발생한 은행권의 고객 정보 유출 사고와 관련해 최고경영자(CEO)에 대한 엄중 처벌 방침을 밝혔다. 이에 대해 금융권 안팎에서는 당국의 대응이 과도하다는 지적이 제기되고 있다.
21일 금융권에 따르면 이 원장은 지난 19일 국회 정무위원회 국정감사 질의에서 금융권 고객 정보 유출 사고를 언급했다. 이 원장은 "내부통제 기준 관리의무와 사이버 보안 해킹 사건과 관련해 최초의 최고경영자(CEO) 책임 문제가 다뤄질 것"이라며 CEO에게 책임을 묻겠다는 입장을 내놨다.
그러나 은행권의 반응은 냉랭하다. 현장에서는 금전적 피해나 대규모 유출 사고가 발생하지 않은 상황에서 CEO 책임론까지 꺼내 드는 것은 과도한 조치라는 목소리가 나온다.
금융권 한 관계자는 "타 업권의 대규모 정보 유출 사례와 비교했을 때 이번 사안은 유출 규모가 상대적으로 미미하다"며 "실제로 금전적 피해로 이어진 2차 피해 사례도 확인되지 않았다"고 밝혔다.
이어 "주기적·반복적으로 정보 유출 피해가 발생한 것도 아닌 상황에서 CEO 처벌까지 언급하는 것은 무리한 엄벌주의"라고 반발했다.
실제 보안 현장의 현실을 제대로 반영하지 못했다는 지적도 이어진다. 올해 9개월 만에 금융권을 겨냥한 해킹 시도가 4000만건을 넘어섰다. 이 가운데 신한은행을 비롯한 금융사 16곳에서 연쇄 개인정보 유출 및 침해사고가 발생했다.
국회 정무위원회 소속 박상혁 더불어민주당 의원실이 금융보안원으로부터 제출받은 자료에 따르면 올해 1~9월 금융권 해킹 시도는 총 4298만9474건으로 집계됐다.
이는 지난해 연간 수치(4471만9269건)의 96.1%에 달한다. 2022년 연간 수치(183만5668건)와 비교하면 23.4배로 폭증한 수준이다.
업권별로는 금융투자가 984만5368건으로 가장 많았다. 이어 보험(937만227건), 카드(627만5337건), 중소서민금융(562만4202건), 은행(474만6050건) 순으로 전 금융권이 공격 대상에 노출됐다.
인공지능(AI)을 악용한 정교한 공격 수법이 늘면서 방어 부담이 가중되는 실정이다.
이러한 해킹 시도는 실제 정보 유출 사고로 이어졌다. 금융위원회가 개최한 제2차 긴급 상황대응 회의 결과에 따르면 최근 신한은행 사고 전후로 총 16개 금융사에서 침해사고가 확인됐다. 유출된 정보는 약 10만건 규모로 파악됐다.
침해사고는 핵심 금융거래 시스템보다는 대출모집인 조회페이지, 직원용 업무지원시스템, 영업지원시스템(ODS), 외주개발 인력 경로 등 외부 접점에 집중됐다.
은행권에서는 신한은행의 대출모집인 모바일 조회 경로가 공격받아 고객 약 2만5000명의 정보가 유출됐다. KB국민은행(119명·153건), 하나은행(89명), BNK부산은행(외주인력 11명) 등에서도 유출이 확인됐다.
저축은행·캐피탈권에서는 예가람저축은행에서 약 5만건의 정보 유출 정황이 포착됐다. 웰컴저축은행(2299건), OK저축은행(250명), DB저축은행(142명) 등도 침해를 입었다. 이 밖에 현대캐피탈, 산은캐피탈, 새마을금고중앙회, 피에프씨테크놀로지스 및 온투업·가상자산 분야까지 침해사고 대상에 올랐다.
금융권 관계자는 "은행들이 고도의 보안 시스템을 구축하고 수많은 해킹 시도를 선방하고 있다"며 "외주 인력이나 외부 조회 페이지 등 일부 미세한 뚫림 현상까지 곧바로 CEO의 내부통제 실패로 몰아가는 것은 방어자의 현실을 외면한 처사"라고 지적했다.
또 다른 금융권 관계자는 "정보 유출의 심각성 등을 따져보지도 않고 CEO에게 책임을 묻겠다는 건 과하다"며 "책무구조도에 따라 보안 임원이 책임지면 되는데 CEO에게 묻겠다고 하면 남아있을 은행장이 누구겠느냐"고 꼬집었다.
또 다른 관계자는 "이번 해킹으로 새로운 취약점이 있다는 것을 인지하게 됐다"며 "정보보호최고책임자(CISO)나 담당자가 책임지면 될 사안"이라고 강조했다.
그는 "대출사기나 보이스피싱 피해 등 문제가 발생할 때마다 은행장이 물러나라고 하면 은행이 제대로 돌아가겠느냐"고 덧붙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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