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회 사건사고

스토킹·가정폭력 참변…경찰신고-스마트워치 '빈틈'

남상훈 기자

경찰보호 스토킹 피해자 잇단 피살

피습에도 스마트워치 버튼 못 눌러

이혼소송 중 장모 살해 및 아내를 납치한 20대 중반 남성 A씨가 11일 서울 송파경찰서로 송치되고 있다. @연합뉴스

스토킹·가정폭력 피해자가 경찰에 신고해 스마트워치 지급과 접근금지 등 보호조치를 받고도 살해되는 사건이 잇따르고 있다. 이에 따라 피해자 보호 체계의 실효성을 높여야 한다는 지적이 나온다.

가해자의 위험성 평가와 격리 감시, 선제적 접근금지 연장 등 보호조치의 연속성이 필요하다는 게 전문가들의 견해다.

제주에서 12일 새벽 40대 여성이 쓰러진 채 스토킹·교제폭력 신고 대상인 60대 남성에 의해 강제로 끌려가고 있다. 이후 이 여성은 흉기에 찔려 숨진 채 발견됐다. 사진은 주변 건물 폐쇄회로(CC)TV 영상 캡처. @연합뉴스

13일 중앙신문 취재를 종합하면 지난 11일 송파구에서 20대 남성이 장모를 살해하고 아내를 납치한 사건과 12일 제주 시내 한 복판에서 60대 남성이 40대 전 연인을 살해하는 사건이 잇따라 발생했다. 경찰이 피해자에게 스마트워치를 지급하는 등 보호조치를 취했지만 긴급 신고에 이용되지 못했다.

제주에서 경찰 보호조치를 받던 40대 여성이 지난 12일 스토킹·교제폭력 신고 대상 남성에게 살해됐다.

피해자는 여러 차례 가해자를 신고했고 경찰이 지급한 스마트워치도 착용했지만, 갑작스러운 피습에 스마트워치 누르지 못해 신고도 못하고 목숨을 잃었다.

스마트워치는 피해자가 직접 버튼을 눌러야 긴급 신고와 위치 전송이 이뤄지기 때문에 급습 상황에서는 기기를 누르지 못하는 허점이 드러난 것이다.

지난 11일 서울 송파구에서 발생한 장모 살해·아내 납치 사건에서는 기기 관리 문제가 드러났다.

아내에게 지급된 스마트워치는 방전돼 작동하지 않고 있었지만 경찰이 이를 파악하지 못했다.

허술한 보호조치도 문제다. 장모 살해·아내 납치 가해자에게 앞서 내려진 접근금지 등 임시조치가 지난달 30일 끝났지만, 경찰이 다시 신청한 것은 이달 6일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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법원은 범행 다음 날인 12일에서야 새 임시조치를 결정했다.

이재명 대통령은 이날 국무회의에서 "제도 공백을 이유로 피해자의 고통과 공포를 방치하는 일이 있어서는 절대로 안 된다"며 위험성이 확인되면 모든 가용수단을 동원해 가해자의 접근을 실효적으로 차단하라고 지시했다.

여러 차례 가정폭력을 신고하고 다른 거처로 피신해 있던 아내를 찾아가 살해한 현직 공무원 A씨가 3일 구속 전 피의자 심문(영장실질심사)에 출석하기 위해 경기도 성남시 분당경찰서 유치장에서 나오고 있다. 경기 광주경찰서는 지난 2일 살인 및 아동복지법 위반(아동학대) 혐의로 30대 A씨에 대한 구속영장을 신청했다. @연합뉴스

스토킹이나 가정폭력 피해자의 위험 여부를 판단해 격리 감시가 필요하다는 목소리가 크다.

지난달 강릉에서 옛 연인을 살해한 70대 남성은 앞선 스토킹 고소가 일회성 행위라는 판단에 따라 불송치됐다.

경찰은 살인사건 수사 과정에서 불송치 이후에도 네 차례 피해자 주거지를 찾아간 사실을 확인했다.

전날 발생한 제주 사건에서도 경찰은 피해자가 정식 사건 접수를 원하지 않아 접근금지 명령은 내려지지 않았다고 설명했다.

피해자가 거처를 옮긴 뒤 주소를 보호하는 절차가 필요하다는 지적도 나온다.

국회입법조사처는 지난달 '가정폭력 이혼 고위험 피해자의 주소 보호와 안전한 송달 체계 구축 방안' 보고서에서 이혼소송 때 주소·연락처를 상대방에게 공개하지 않는 보호조치가 당사자 신청을 전제로 작동하며, 경찰이 파악한 위해 우려가 가사소송 절차에 자동 연계되지 않는 점을 한계로 지적했다.

이에 고위험 가사사건은 소장 송달 전 주소 보호를 우선 검토하고, 실제 거주지 대신 법률구조기관 등을 통한 송달·대리수령 체계를 마련하는 방안을 제안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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