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앙신문=김광섭 기자] 지난 17일 오후 이천 설봉산 기슭 품에 안긴 영월암이 고요히 모습을 드러낸다. 전해지는 설화에 따르면 이곳은 신라 문무왕 시절 의상대사가 기운이 서린 바위 절벽을 발견해 터를 잡았다고 하며, 달빛이 바위면에 비쳐 수행자의 마음을 비추었다고 해 ‘달을 비춘다’는 뜻의 영월암이라는 이름이 붙었다고 한다.
암자 뒤편 절벽에는 고려 전기 마애여래입상(보물 제822호)이 새겨져 은은한 존재감을 드러내고, 주변에는 통일신라 말과 고려 초에 조성된 것으로 보이는 석탑과 석조 유물들이 흩어져 있어 이곳이 오래전부터 기도의 도량이었음을 말해준다.
특히 암자 오른편에서 노랗게 빛나는 거대한 은행나무는 고려 말 고승 나옹선사가 꽂아두었다는 지팡이가 뿌리를 내려 자란 것이라는 전설을 품고 있어, 영월암의 세월을 상징하는 수호목처럼 서 있다. 위에서 내려다보면 산길은 굽이굽이 암자를 향해 모이고, 암자는 다시 산 속으로 스며드는 듯 자리를 잡아 설봉산 전체가 이 작은 사찰을 감싸 안는다. 영월암이 마치 ‘산이 품은 달빛의 집’처럼 보이는 순간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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