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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드본세] 산 위에 세워진 거대한 자연형 배터리 '호명호수'

이건구 기자
연무가 가득해 대기가 뿌연 13일 오전 찾은 호명호수는 가을을 거의 다 내려놓고, 초겨울로 넘어가는 분위기였다. (사진=이건구 기자)
연무가 가득해 대기가 뿌연 13일 오전 찾은 호명호수는 가을을 거의 다 내려놓고, 초겨울로 넘어가는 분위기였다. (사진=이건구 기자)

[중앙신문=이건구 기자] 호명호수는 경기도 가평군 호명산 정상부인 해발 538m 지점에 위치한 양수식 수력발전용 상부저수지로, 전력 수요에 따라 물을 저장·방류하며 전기를 생산하는 국가 전력 인프라의 핵심 시설이다. 호수의 실제 수위는 해발 480~535m 범위에서 형성되며, 우리나라 최초의 양수발전소인 청평양수발전소의 상부저수지로 활용된다.

지난 1975년 12월18일 착공해 1980년 4월16일 준공된 호명호수는, 전력 사용이 적은 심야에는 하부저수지인 청평호(수위 해발 51m)에서 물을 펌핑(양수) 해 올리고, 전력 수요가 급증하는 시간대에는 저장된 물을 다시 아래로 방류해 해발 –100m 지점에 설치된 지하 발전소의 터빈을 가동한다. 이 원리가 바로 ‘양수발전’으로, 호명호수는 전기를 저장·공급하는 거대한 자연형 배터리 역할을 한다.

호수는 만수면적 14만9400㎡, 총저수량 267만 톤, 댐 높이 62m·길이 290m, 수심 30.2m 규모로, 상부저수지와 지하 발전소는 532m 수직 압력관, 1332m 진입터널, 2493m 방수로를 통해 연결된다. 이 거대한 물길을 통해 낙차 에너지가 전력으로 변환되며, 양수발전의 장점인 전력 수급 안정화 기능을 수행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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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관적으로도 뛰어나 가평8경 중 제2경으로 선정되었으며, 호명산 능선 위에 자리한 산정호수 특유의 풍광 덕분에 많은 방문객이 찾는 명소가 됐다. 2008년 7월1일부터는 한국수력원자력과 가평군 간 협약을 통해 ‘호명호수공원’으로 개방되며 산책·촬영·휴식 공간으로 자리 잡았다.

연무가 가득해 뿌연 13일 오전 찾은 호명호수는 가을을 거의 다 내려놓고, 초겨울로 넘어가는 분위기가 확실했다. 산 능선의 단풍은 바람에 지고, 나뭇가지의 색은 찬 기운 속에 선명하게 드러났으며, 호수 표면은 맑고 차가운 색으로 변해 있었다. 해발이 높아 계절이 한발 먼저 찾아오는 만큼, 호명호수의 초겨울 풍경은 조용하고 담백한 분위기로 산정호수 특유의 고요함을 깊게 보여주는 시기다.

결국 호명호수는 전기를 저장하는 발전시설이자, 자연의 계절 변화를 가장 빠르게 보여주는 산정 경관지, 기술과 풍경이 함께 존재하는 가평의 대표적 장소라 할 수 있다.

호명호수 가운데 보이는 거대한 거북 모양 구조물은 단순 조형물이 아니라 수면부유식 태양광 발전설비이다. 등 위에 장착된 태양광 패널(모듈) 24장이 햇빛을 받아 전기를 생산하도록 만들어진 장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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