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피니언 기자수첩

[기자수첩] 평택시는 나무를 베고서 푸른 도시를 말할 수 있는가

김종대 기자
김종대(남부권 본부장)
김종대(남부권 본부장)

요즘 추세가 그렇듯 한 도시의 품격은 나무에서 시작된다. 한 줄로 쭉 뻗은 메타세쿼이아 가로수가 얼마나 아름다운지는 설명이 필요 없다. 그 길을 따라 달리는 운전자도, 산책하는 시민도, 심지어 지나가던 외지인도 고개를 돌려 본다. 그런 나무가 무단으로 잘려 나갔다. 그것도 시민들의 허탈한 시선 속에서, 행정의 어이없는 결정 속에서 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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평택시 국도38호선 도로변인 팽성읍 신궁리의 수령 20년이 넘는 메타세쿼이아 수십여 그루가 인근 농지 개발 과정에서 흔적도 없이 사라졌다. 한때는 드라이브 명소라 불리던 그 길이 이제는 삭막한 경사면으로 남았다. 나무를 살릴 생각은 없었는지 시는 '생육환경 불량'이라는 진단 하나로 벌채를 허가했다. 원인자 부담금 3000만원만 부과하고 끝냈다. 나무는 이렇게 허무하게 사라졌다. 그런데 더 분노스러운 건 따로 있다. 그동안 '도시숲'을 말하던 평택시의 모습은 온데간데없다. 시가 2020년부터 293억여 원을 들여 미세먼지 차단과 바람길 숲 조성, 그린웨이 조성 사업을 벌여왔다. 도시의 공기를 맑게 하고 생태환경을 회복하겠다며 수백억을 퍼부어 나무를 심었다. 그런데 그 나무를 한쪽에선 스스로 베어내고 있었던 것이다.

어디서부터 잘못된 것일까. 첫째, 행정의 일관성이다. '푸른 도시'를 만든다며 예산을 투입하면서 정작 시민들에게 사랑받던 나무들은 개발 사업자의 편의를 이유로 베어냈다. 둘째, 과정의 불투명성이다. 시 수목관리 부서와의 협의조차 없었다는 사실은 어처구니없다. 담당 부서 간에 기본적인 소통도 없이, 나무 한 그루의 생명은 이권 앞에 무력하게 밀려났다. 무엇보다 시민을 무시했다. 시민들은 “그 길은 평택의 자랑이었고, 외지인들도 찾던 명소였다”고 말했다. 이 말 속엔 자연과 함께 살아온 평택시민의 자부심이 담겨 있다. 그런 나무를 행정이 앞장서서 잘라내고도, 복구하겠다는 말 한 마디로 덮을 수 있다고 믿는가. 그 복구라는 것이 정말 가능한 일인가. 20년 넘게 자란 나무를 다시 지금 이 자리에 되살릴 수 있단 말인가.

행정이 신뢰를 잃는 건 늘 이런 순간이다. 예산을 쏟아붓는다고 신뢰가 생기는 게 아니다. 작은 나무 하나에 담긴 시민의 마음을 먼저 헤아릴 때 그제야 행정도 믿음을 얻는다. 이번 사안은 단순한 벌목 사건이 아니다. '녹색 행정'을 표방한 도시가 얼마나 말과 행동이 달랐는지를 보여주는 상징적인 사례다. 이 사건을 계기로 행정은 되묻고 반성해야 한다. 나무를 심는 것보다, 지키는 일이 더 어렵다는 것을. 푸른 도시의 길은 나무와 함께 걷는 길이어야 한다. 그 길에 더는 어이없는 잘못이 반복되어선 안 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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