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영국 대법관을 지내고 권리청원 초안을 작성했던 에드워드 코크는 "누구도 자신의 사건에서 재판관이 될 수 없다"라는 법치주의 원칙을 세웠다. 사건 당사자가 재판관이 되어서 이해관계를 판단한다면 그 결과를 누구도 믿을 수 없다는 것이다.
더불어민주당이 5일 국회 본회의에 상정한 '조작기소 특검법'이 코크가 강조한 법치주의 원칙에 어긋난다는 지적이다.
조사 대상 12 사건 중 8건이 대장동·위례·백현동 개발사업 의혹 수사 등 이재명 대통령이 기소된 사건이다. 민주당은 윤석열 정부 검찰이 이 대통령과 문재인 정부 인사 등을 표적 수사한 것과 관련해 꿰맞추기 수사 정황과 검사의 회유·압박이 있었지만 사건의 실체가 밝혀진 것은 없다며 특검을 밀어붙였다.
문제는 이 대통령 관련 형사 사건을 재수사하는 특검을 이 대통령이 임명하는 것 자체가 이해충돌이 발생한다는 점이다. 공정성과 중립성, 객관적 수사에 의구심이 들 수 밖에 없다.
민주당은 특검의 '공소 취소권' 조항을 삭제해 문제가 없다는 입장이다.
하지만 특검 수사 결과를 빌미로 공소를 취소할 우회로는 있다.
공소 유지를 지휘하는 검찰총장 후보는 수사·기소 조작이 드러나면 공소를 취소해야 한다는 입장이다. 또한 특검의 수사 결과를 근거로 공소청이 공소를 취소할 수 있다.
이 대통령은 대장동 개발 사건, 쌍방울 대북 송금 사건 등에 대한 검찰 수사를 조작이라고 규정해 왔다. 지난 6월에는 검찰총장 직무대행에게 "잘못하면 사과하고 취소하는 것"이라고 말했다.
또 조작기소 법안은 수사·기소 완전 분리라는 새로운 형사사법 원칙에 위배된다. 법안은 공소청에서 파견된 검사 20명이 수사하도록 했다. 한달 전에 검사가 수사해선 안 된다며 수사·기소를 완전히 분리해 놓고 이 대통령 관련된 특검 수사를 할 때 유능한 검사들을 파견받아 직접 수사를 하고 기소까지 맡긴 것이다.
특검에선 종전처럼 검사가 수사·기소를 하도록 했으니 내로남불이라는 비판이 나온다. 수사 효율성 때문에 예외를 둔 것이라고 민주당이 항변한다. 하지만 민생 사건 등 다른 사건 수사의 효율성은 떨어져도 된다는 궤변으로 들린다.
민주당은 이화영 전 경기도 평화부지사의 진술을 근거로 조작기소 특별법을 강행 처리하고 있지만 조작 증거가 드러난 것은 거의 없다. 검찰이 대북 송금 사건과 관련 진술 조작을 위해 '연어 술파티'를 열었다고 국회에서 증언한 이 전 부지사는 1심에서 위증으로 징역 4개월을 선고 받았다. 법무부 감찰에서도 관련 정황은 드러나지 않았다.
조작기소 특별법은 민주당이 이중잣대 논란에도 대통령의 사법리스크 해소를 위해 입법권을 남용하는 대표 사례라는 비판이 나온다.
부동산 가격 상승, 주식시장 폭락 등으로 국민들은 팍팍한 삶을 살아가고 있다. 여당이 민생을 외면한 채 대통령 심기를 보좌하는 정책만 고집한다면 민심의 역풍을 맞을 게 뻔하다.
특검이 독립성과 공정성, 투명성에 대한 국민적 눈높이를 맞추지 못하고 이를 훼손한다면 여당은 성난 민심에 직면하게 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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