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회 사건사고

"첫돌 직후 조치원역에 버려져…엄마, 보고 싶어요"

이종훈 기자

1985년 미국으로 입양된 이병숙(42·미국명 캐런 우드) 화가

19~24일 열린 세계한인입양인협회(IKAA) 한국대회에 참가

지난 23일 파주시 엄마품동산에서 입양인들이 자신의 사진과 이야기를 통해 친생 가족에게 전하고 싶은 메시지를 담은 '입양인들의 목소리' 기록 게시판을 배경으로 활짝 웃고 있는 이병숙 화가.

"제 삶의 시작이 어디였는지는 늘 가슴속 깊은 의문으로 남아 있어요. 내 뿌리를 찾고 싶고, 한국 어디선가, 누군가가 나를 그리워하며 찾고 있지는 않은지 항상 생각합니다."

1985년 미국으로 입양된 해외동포 이병숙(42·미국명 캐런 우드) 화가는 지난 23일 경기 파주시 조리읍 엄마품동산에서 연합뉴스와 만나 입을 떼자마자 눈시울을 붉히며 말했다.

인터뷰 도중 몇 번이나 감정이 북받쳐 흘러내리는 눈물을 손수건으로 닦아낸 그는, 과거의 흔적조차 남아 있지 않은 모국에서 느낀 애절한 심경과 친생 가족을 향한 간절한 그리움을 담담히 이어갔다.

연합뉴스에 따르면 지난 19~24일 열린 세계한인입양인협회(IKAA) 한국대회에 참가한 이 화가의 기억과 입양 기록 속 첫 페이지는 한국 입양 역사의 서글픈 단면을 고스란히 보여준다.

1984년에 태어난 그는 첫 번째 생일이 지나고 불과 이틀 뒤 충남 조치원역에서 버려진 채 발견됐다. 이후 홀트아동복지회를 거쳐 이듬해 미국으로 입양됐다.

ⓒ 이병숙 화가 제공

입양 서류에 적힌 신원은 친가족에 대한 정보가 전혀 없는 '기아'(棄兒·버려진 아동)가 전부였다. 한국 경찰에 DNA를 등록하고 친생 가족의 연락을 기다려왔지만, 안타깝게도 아직 일치하는 결과를 찾지 못했다.

그가 처음 모국 땅을 다시 밟은 것은 지난 2023년 해외입양인 지원단체 미앤코리아(Me & Korea)가 주최한 '모자이크 투어'를 통해서였다.

그를 더욱 안타깝게 하는 것은 어린 시절 사진이나 친가족에 대한 정보가 전혀 없는 데다, 자신이 발견되었던 기차역이나 머물던 보육원 등 초기 삶의 흔적들이 현재는 모두 이전되거나 사라져 버렸다는 점이다.

모국에 자신의 뿌리를 눈으로 확인하고 추억할 수 있는 최소한의 공간조차 없다는 사실은 그에게 깊은 쓸쓸함을 안겨주었다.

이 화가는 "미국 시애틀에서 보내는 삶이 매우 행복하다"고 강조한다. "사랑하는 남편과 예쁜 두 아이를 두고 안정적인 가정을 꾸렸으며, 시애틀을 매우 사랑해 스스로를 행운아라고 생각한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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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족들과 함께 행복한 표정을 지으며 사진을 찍고 있는 이병숙 화가. ⓒ 이병숙 화가 제공

하지만 따뜻한 가정생활 속에서도 가슴 한구석에 자리 잡은 한국과 친생 가족에 대한 그리움까지 채울 수는 없었다.

그는 "앞으로 친가족을 찾는 여정에서 어떤 선택을 해야 할지, 그리고 내게 남아 있는 시간이 얼마나 될지 자주 고민하곤 한다"며 "제 마음 한구석에는 언제나 모국인 한국을 그리워하는 애틋한 부분이 크게 자리 잡고 있다"고 눈시울을 적셨다.

뿌리를 찾기 어려운 현실 속에서 그에게 따뜻한 위안을 준 곳은 경기 파주시에 위치한 '엄마품동산'이었다.

해외입양인과 친생 가족, 지역사회가 함께 만든 이 공간은 그에게 고향과도 같은 소속감을 선물했다.

특히 그는 2024년 11월 엄마품동산 정문에 어머니의 모습과 상실의 슬픔을 극복하고 꽃을 피운다는 희망의 의미를 담은 초대형 벽화 'bLOSSom(블러썸)' 제작에 참여하기도 했다.

2024년 11월 2일 경기 파주시 엄마품동산 정문에 그려진 벽화 'bLOSSom' 제막식에서 참석자들과 기념사진을 찍은 이병숙(오른쪽서 12번째) 화가. ⓒ 연합뉴스

그는 벽화 작업과 엄마품동산을 배경으로 엽서용 그림을 제작했던 특별한 경험을 공유하며, 감정이 북받친 듯 눈물을 글썽였다.

이 화가는 "엄마품동산은 한국을 방문할 때 새로운 경험을 즐기는 공간이자, 휴식이 필요할 때 언제든 돌아와 따뜻함과 친밀감을 느낄 수 있는 소중한 안식처"라며 "2023년 첫 방문 이후 여러 차례 이곳을 찾으면서 깊은 유대감을 쌓아 왔다"고 했다.

이어 "방문 횟수와 관계없이 모든 해외입양인과 친생 가족이 환영받는 고향 같은 공간이자, 치유와 성찰을 주는 장소"라며 "앞으로 이곳을 찾는 모든 이들이 단순한 방문객을 넘어 주인의식을 느끼며 따뜻한 안식을 얻어가기를 바란다"고 덧붙였다.

ⓒ 이병숙 화가 제공

아울러 엄마품동산을 조성하고 지금까지 정성껏 유지해 준 파주시 관계자들과 미앤코리아의 헌신에 깊은 감사의 뜻을 표했다.

시간이 흐르고 모국의 옛 모습은 많이 변했지만, 친엄마를 비롯한 가족을 만나고 싶다는 이 화가의 간절한 바람은 여전히 현재진행형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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