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치 정치일반

"치안 불안감에 국민들이 떨고 있다"...경찰, 청장도 2개월째 공석·능력도 부재

이상준 기자

경찰청장 2개월째 공석

잇단 범죄에 부실 대응 논란

심각성 모르는 경찰

탁상공론만하는 정부

이정현 공소청장(검찰총장) 직무대행(오른쪽부터)과 김종철 경찰청장 직무대행, 전종민 중대범죄수사청장 직무대행이 지난 6일 청와대에서 열린 국무회의에서 국기에 경례하고 있다. ⓒ 연합뉴스

국민들이 '치안 불안감'에 떨고 있지만 정작 정부의 예방 및 대응 정책은 미흡하고 치안을 책임져야 할 경찰청장은 22개월째 공석이다. 유례없는 장기 공석에 대해 납득할 만한 설명조차 없다. 경찰은 책임감과 능력 부재에 강력범 관리 체계도 문제점으로 들어났다.

특히 최근 1주일 사이 '강력 흉악 범죄'가 5건이나 발생한 가운데 경찰이 위험 신호를 파악하고도 참극을 막지 못한 흉악범죄가 잇따르고 있는 것.

경찰의 늑장 대응으로 ‘접근 금지 조치’의 공백기에 발생한 사건으로 지난 11일 서울 송파구에서 20대 남성 A씨가 별거 중인 아내를 마중 나온 장모를 살해하고 아내를 납치했다. A씨는 지난 8월부터 아내를 상습 폭행한 혐의로 경찰 수사를 받고 있었다. 아내에 대한 접근 금지(임시 조치)는 지난달 30일 끝났는데, 경찰은 엿새가 지난 이달 6일에야 접근 금지 조치를 다시 신청했다. 범행 다음날(12일) 법원 결정이 나올 때까지 공백기가 생긴 것이다. 경찰 관계자는 “접근 금지 기간에 위험 징후가 없어 연장해야하는지 고민하고 있었다”고 했다.

하지만 A씨는 경찰 조사에 제대로 응하지 않았고, 경찰은 그의 소재지를 파악하지 못해 압수 수색 영장도 집행하지 못했다. 아내에게 지급했던 스마트워치는 범행 며칠 전부터 꺼져 있었다고 한다. 경찰은 “한주에 한번씩 스마트워치 착용 여부, 신변 위협 여부 등을 전화로 확인해왔다”며 “피해자 보호를 위해 하루종일 CCTV를 들여다보고 있을 순 없지 않느냐”고 했다.

지난 12일에는 경찰 대응이 안일했다는 지적이 나온 사건으로 제주에서 지난해부터 스토킹과 성폭력 등을 4차례 신고한 40대 여성이 과거 연인이었던 60대 남성에게 살해됐다. 피해 여성은 당시 경찰에 구조요청을 할 수 있는 스마트워치를 차고 있었지만 가해자가 뜯어내 사용하지 못했다.

60대 B씨는 12일 새벽 귀가 중이던 40대 전 연인을 차로 끌고 가 흉기로 살해했다. 그는 이미 작년 10월부터 스토킹·성폭력·교제 폭력으로 4차례나 신고된 상태였다. 경찰은 지난 3월 피해 여성이 처벌불원서를 제출한 채 조사에 응하지 않아 증거불충분으로 사건을 종결 처리했다. 접근금지 명령도 내리지 않았다. 이에 대해 경찰은 “단순 발생 보고만으로는 긴급 임시 조치도 어려웠다”는 입장이다. 그러던 사이 B씨는 피해 여성의 직장을 찾아가 괴롭히다가 끝내 그를 살해했다. 범행 과정에서 경찰이 피해 여성에게 지급했던 스마트워치는 뜯겨 나갔다.

경찰 대응에 허점이 드러난 같은 날 서귀포에서는 이혼 소송 중인 아내와 양육권 분쟁을 벌이던 40대 남성이 4세 딸과 함께 숨진 채 발견됐다. 아내는 열흘 전 “딸이 위험하다”고 알렸지만, 경찰은 112로 정식 접수된 신고가 아니라는 이유로 단순 민원으로 처리했다.

아버지 C씨는 네 살 딸과 함께 차량 안에서 번개탄을 피워 숨진 채 발견됐다. 호주에서 살던 D씨는 작년 10월 이혼 소송 중이던 아내의 동의 없이 딸을 데리고 귀국했다. 아내는 아이를 돌려달라는 소송을 냈고 1심에 이어 지난달 30일 2심까지 이겼다. 그런 아내는 지난 2일 제주경찰청에 전화를 걸어 위험성을 알렸다. “정신과 치료 이력이 있는 남편이 아이를 다치게 할지 모른다”는 신고였다. 그러나 경찰은 “양육권과 관련 경찰은 강제력을 동원할 권한이 없다”며 “112에 접수된 신고가 아니어서 사건 접수를 할 수 없었지만, C씨 부녀를 직접 만나고 영상통화를 해 별다른 문제가 없는 것을 확인했다”고 했다. 경찰은 사건 발생 나흘 전(8일) 아내 측에 “달리 조치할 게 없다”고 통보했다. 아내는 딸의 사망 소식을 들은 뒤 “경찰이 적극 나서지 않아 비극이 벌어졌다”고 했다.

경찰이 수차례 신고와 뚜렷한 위험 징후에도 예견된 흉악범죄를 막지 못하는 일도 발생했다. 지난 13일 전북 전주에서 별거 중인 아내를 흉기로 살해한 70대는 스토킹과 가정폭력으로 접근·연락금지 명령이 내려진 상태였고, 숨진 아내는 앞서 8차례나 경찰에 신고해 도움을 요청했던 것으로 15일 드러났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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별거 중인 아내를 살해한 70대 E씨는 아내가 8차례한 신고 끝에 법원의 스토킹 잠정조치까지 받은 ‘고위험군’이었다. 아내는 퇴근 후 혼자 귀가하기 두렵다며 경찰에 귀갓길 동행도 요청했다. 그런데도 경찰은 직접적인 폭행이 없었고 E씨가 70세가 넘는 고령이라며 재범 위험성이 높지 않다고 판단했다. 범행 당일 오후 5시 43분쯤 피해자인 아내가 확인 전화를 받지 않았지만, 이 때도 경찰은 아내가 무사한지 따로 현장 확인을 하지 않았다. 결국 아내는 이튿날 오후 5시쯤 흉기에 찔려 숨진 채로 발견됐다.

여기에 지난 13일 인천의 남동구의 한 복합상가에서 ‘흉기 난동’을 벌인 가해자 F씨는 살인미수 전과로 전자발찌를 차고 있었다. 그는 범행 전 두 달여 동안 계양구의 한 병원 앞에서 1인 시위를 벌였다. 병원 측은 그를 업무방해·흉기 소지 등으로 6차례나 신고했다.

경찰은 지난 6일 소환 조사 과정에서 E씨가 가끔 흉기를 들고 시위를 벌인 사실, 살인미수 전과가 있는 사실 등을 확인한 뒤 법무부에 통보했다. 이에 보호관찰관은 F씨를 만나 면담했지만, 1시간 뒤 그는 병원과는 상관없는 복합상가에 들어가 무차별적으로 흉기를 휘둘러 시민 8명을 다치게 했다.

15일 국회에서 열린 국민의힘 최고위원회의에서 장동혁 대표는 인천 구월동 흉기 난동 사건 등을 언급하며 정부의 치안 및 안전 관리 실태를 비판했다.

장 대표는 “끔찍한 칼부림 사건으로 국민이 불안에 떨고 피해 여성이 중환자실에서 사경을 헤매고 있는 상황에서 국가 지도자의 대응은 안이했다”고 지적했다.

장동혁 대표는 “국민 생명 문제에 과하다 싶을 정도로 대응하겠다고 공언했으나, 실상은 무관심과 무대응에 가깝다”며 이전의 주요 사건·사고 당시 정부의 대응 태도를 함께 짚었다. 이어 “생명과 안전을 최우선하는 시스템을 만들겠다고 했으나 치안과 안전 관리가 제대로 작동하지 않고 있다”고 제언했다.

그러면서 그는 “대통령의 가장 큰 책무는 국민의 안전을 지키는 일”이라며 “국민이 위험에 처했을 때 책임을 다하지 못한다면 국정운영의 자격이 없다”고 강력히 촉구했다.

한편, 이재명 대통령은 이날 수석보좌관회의에서 “관계성 범죄와 불특정 다수 국민을 향한 무차별 범죄 같은 강력 범죄에 대해 전쟁을 선포한다는 각오로 특단의 대책을 조속하게 수립해야 한다”고 말했다. 이어 청와대는 정책실장 주재로 법무부, 경찰청 등 관계부처 합동 ‘이상동기·관계성·사회적약자 범죄 대책회의’를 열었다. 이날 회의에서 경찰청은 가정폭력 가해자의 격리 조치 수준을 스토킹 범죄 수준으로 강화하는 방안을 보고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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