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이재명 대통령의 대장동·백현동 등 사건 변호인을 지낸 조원철 법제처장이 대법관 후보 재제청을 둘러싼 청와대와 조희대 대법원장의 갈등이 3주 넘게 이어지는 상황에서 “제청된 후보자를 대통령이 반드시 임명해야 하는 것은 아니다”라고 밝혔다. 여야는 각각 ‘조희대 대법원장의 직무유기’와 ‘입법 독재’를 주장하며 공방을 벌였다.
조 처장은 15일 국회 법제사법위원회의 법제처 국정감사에서 제청권의 의미를 묻는 김동아 더불어민주당 의원의 질의에 "일종의 추천, 그리고 제안의 의미"라며 "제청에 대통령이 기속돼 제청된 후보자를 반드시 임명해야 하는 것은 아니다"라고 말했다.
김 의원이 "대통령께서 추천받은 인사에 대해 거부 의사가 있으면 국회의 동의를 보낼 필요가 당연히 없는 것"이라고 하자 조 처장은 "그렇다. 개념적으로 한 의사가 없는데도 국회의 동의를 구한다는 것은 모순"이라고 호응했다.
조 처장은 또 '재제청 요구는 헌법 위반'이라는 조 대법원장의 주장에 대해서도 반박했다. 그는 "그러한 헌법 해석은 우리나라 어느 누구도 하고 있지 않다"고 했다.
이어 김 의원이 "재제청하지 않는다면 대법원장 의무를 저버리는 것"이라고 말하자 조 처장은 "맞다. 제청권을 행사하지 아니해 대법관 임명이 이뤄지지 않고 대법원 구성이나 운영에 차질을 빚게 되는 것은 대법원장의 헌법상 책무를 다하지 아니한 것"이라고 주장했다.
조 처장의 답변은 재제청 거부를 헌법 위반으로 규정하며 탄핵론까지 제기하는 민주당과 사실상 궤를 같이한 견해로 풀이된다.
이에 국민의힘은 조 처장을 향해 "대통령 사설 변호인이냐"며 반발했다.
김태규 국민의힘 의원은 "재제청을 요구할 헌법적 근거가 어디 있느냐"고 따져 물었다.
이에 조 처장이 "논리적으로 해석상 당연히 도출되는 결론"이라고 답하자 김 의원은 "법제처장의 독단적인 해석인 것 같다"며 "제가 아는 대부분의 사람들은 그렇게 해석하지 않는다"고 반박했다.
윤상현 국민의힘 의원도 "대법원장이 대법관을 제청하려고 하는데 대통령이 협의를 안 해줬다"며 "민주당이 주장하는 임명권이 (제청권보다) 우선이라는 건 입법 독재적 발상"이라고 지적했다.
법사위 야당 간사인 박형수 국민의힘 의원은 조 처장을 향해 비판 수위를 더 끌어올렸다. 박 의원은 "마음에 드는 사람이 제청될 때까지 대통령이 계속 반려하면 제청권이 무슨 의미가 있느냐"며 "국회 동의권을 넣은 건 마음대로 임명하지 못하게 한 것"이라고 말했다.
그러면서 "법제처장의 답변을 듣고 깜짝 놀랐는데 답변 기조가 대통령과 너무 닮았다. 사설 변호인이냐"며 "대통령을 그대로 따라갈 거면 법제처장을 그만두고 대통령 변호인을 하라. 어차피 퇴임 후엔 재판받아야 한다"고 목소리를 높였다.
국민의힘이 조 처장의 정치적 중립성에 의문을 제기하면서 이 대통령과의 오랜 인연도 다시 주목받고 있다.
조 처장은 이 대통령과 사법연수원 18기 동기로, 26년간 판사로 재직한 뒤 2015년 변호사로 개업했다. 이후 이 대통령의 대장동·백현동·위례신도시 개발 의혹 및 성남FC 후원금 의혹, 위증교사 사건 등에서 변호인으로 활동했다.
2022년 대통령 선거 당시에는 '전국 변호사 및 법학교수 1000인 이재명 후보 지지 선언'에도 이름을 올렸다. 이 대통령 취임 이후인 지난해 7월 법제처장에 임명됐다.
특히 조 처장은 지난해 법사위 국정감사에서도 "이재명 대통령이 범죄를 저질렀다는 것에는 전혀 동의하지 않는다"며 "다 무죄"라고 주장해 논란을 빚었다.
당시에도 국민의힘은 법제처장이 이 대통령 개인 변호인처럼 행동한다며 정치적 중립성 문제를 제기했다.
최수진 당시 국민의힘 원내수석대변인은 논평을 통해 "법제처장은 정치적 중립과 법적 객관성을 지켜야 하는 국가의 법 해석 책임자"라며 "그러나 조 법제처장은 이번 국정감사에서 '이재명 대통령의 12개 혐의 모두 무죄라고 생각한다'고 발언하며 스스로 그 책무를 내던졌다"고 힐난했다. 그러면서 "법제처는 대통령 변호사 사무실이 아니다. 조원철 법제처장은 즉각 사퇴하라"고 목소리를 높였다.
앞서 조 대법원장은 손봉기 대법관 후보자를 임명 제청했지만, 청와대가 이를 반려하고 재제청을 요구하면서 갈등이 빚어졌다. 조 대법원장은 이후 재제청 요청에 응할 수 없다는 입장을 공개적으로 밝히면서 "재제청 요청을 정당화할 구체적인 헌법적 근거와 사유를 찾을 수 없다"고 했다.
청와대는 이를 두고 "헌법에 위배되는 인식"이라고 비판한 바 있다. 민주당은 조 대법원장의 사퇴를 촉구한 데 이어 탄핵까지 거론하며 압박 수위를 높이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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