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임 대검찰청 차장검사로 이정현(58·사법연수원 27기) 수원고검장이 임명됐다. 법무부 장관이 없는 상태에서 이뤄진 단일 인사다. 이 고검장은 검찰총장 직무대행을 겸해 공소청 출범 등 새 형사사법체계를 안착시키는 과제를 수행하게 된다. 검찰 내부에선 '친여(親與)' 성향이 짙은 이 고검장 발탁에 "이재명 대통령 사건 공소취소를 염두에 둔 것 아니냐"는 우려의 해석이 나온 가운데 검찰 내부가 술렁이고 있다.
법무부는 23일자로 이 고검장을 대검 차장검사에 발령하는 원포인트 인사를 단행했다. 이 고검장은 이날부터 총장 직무대행을 맡아 공소청 출범 준비를 이끌게 된다.
대검 수장 자리는 지난해 7월 심우정 전 총장이 사직한 후 1년 2개월 넘게 공석이었다. 앞서 총장 대행 역할을 하던 구자현 전 대검 차장마저 올해 7월 말 사직하면서, 대검은 두 달 가까이 박규형 기조부장이 이끄는 '대행의 대행' 체제를 이어왔다.
법무부는 이번 인사에 대해 "대검찰청 차장검사의 사직으로 인한 공백 해소 및 차질 없는 공소청 출범 준비를 위한 것"이라고 설명했다.
검찰 내부에서는 이번 인사를 예상 밖으로 받아들이는 분위기가 짙다. 이 고검장이 그간 여권의 검찰개혁 기조에 부합하는 태도를 공개적으로 보인 점에 주목하며, 업무 능력이나 조직 내 신망보다는 여권과의 '코드'를 우선한 인사라는 평가가 나온다.
특히 이번 인사가 이재명 대통령이 조작기소 특검법에서 공소취소 조항을 삭제해 달라고 국회에 요청한 데 이어, 여당 내 공소취소 모임을 주도했던 김승원 더불어민주당 의원이 법무부 장관 후보자에서 사퇴한 지 사흘 만에 나왔다는 점도 주목된다.
한 검찰 간부는 "내부 여론이 좋지 않다"며 "공소취소에 관한 이 고검장의 입장이 영향을 미친 게 아니냐"고 의문을 표했다.
전남 나주에서 태어나 고려대를 졸업한 이 고검장은 1998년 서울지검 북부지청 검사로 임관했다. 문재인 정부 시절인 2020년 8월 대검 공공수사부장으로 검사장 승진했다. 서울중앙지검 1차장 땐 검사였던 한동훈 무소속 의원 관련 '검언유착' 의혹 사건 수사를 지휘, 총장이던 윤석열 전 대통령과 갈등을 빚었다. 윤 전 대통령의 추미애 전 법무부 장관발 징계 처분 취소소송 재판에 증인으로 나서 불리한 증언을 하기도 했다.
윤석열 정부 출범 후인 2022년 5월엔 법무연수원 연구위원으로 좌천성 인사됐는데, 이 고검장은 2년 8개월 동안 어떤 연구결과도 제출하지 않아 '정직 1개월' 징계를 받았다. 그는 징계 취소소송을 제기했으나, 재판부가 "국민 신뢰를 훼손해 검사의 체면, 위신을 손상하는 행위"라고 판단하면서 지난달 1심에서 패소했다. 이재명 정부가 들어선 후인 지난해 11월 수원고검장으로 영전했고, 이번 인사로 초대 공소청장 후보로까지 부상하게 됐다.
그의 그간 행보를 고려할 때 "이재명 대통령 사건 공소취소를 위한 포석"이란 시각이 적지 않다. 이 고검장은 올해 4월 국정조사 청문회에서 '쌍방울 대북송금 사건' 관련 '연어 술 파티 의혹'을 두고 "매우 잘못된 수사 방식"이라며 "송구스럽다"고 말한 바 있다. 이화영 전 경기도 평화부지사 위증 사건 공판 중 재판부 기피를 신청한 수원지검 검사들의 징계를 주장하기도 했다. 이 전 부지사 '연어 술자리 의혹'은 지난 6월 1심에서 '위증'으로 판단됐다. 의혹을 제기했던 이화영 전 경기도 평화부지사는 징역 4개월을 선고받았으며, 현재 항소심 절차가 진행되고 있다.
검찰 안팎에선 리더십 우려도 나온다. 검찰 간부 출신 변호사는 "인품, 실력 면에서 구성원들이 인정하고 따라야 할 텐데 공소청의 성공적인 안착, 형사사법체계의 정상화에 관심이 있는지 의문"이라고 평가했다.
한편 더불어 김승원 법무부 장관 후보자가 낙마한 상황에 인사 절차를 준수했는지도 석연치 않다. 검찰청법 34조 1항은 '검사의 임명과 보직은 법무부 장관 제청으로 대통령이 하되, 법무부 장관은 총장 의견을 들어 검사의 보직을 제청한다'고 규정하지만 대행 체제의 이번 인사에선 일부 절차가 누락된 것으로 파악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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