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피니언 기자수첩

[기자수첩] 안성의 1조2000억원, 협상하지 않는 선택의 책임은 누가 지는가

김종대 기자
김종대(남부권 본부장)
김종대(남부권 본부장)

안성시의 내년도 본예산안은 1조2000억원을 넘는다. 안성시가 내년 한 해 어떤 행정을 펼칠지, 무엇을 우선에 둘지를 정하는 설계도다. 그러나 이 예산안은 현재 안성시의회에서 심의가 보류된 상태로 남아 있다. 부결도, 의결도 아닌 ‘보류’라는 선택 이후, 시간만 흐르고 있다. 안성시의회는 모두 8명으로 구성돼 있다. 이 가운데 국민의힘 소속 의원이 5명, 더불어민주당 소속 의원이 3명이다. 다수 의석을 가진 쪽이 분명한 구조 속에서 예산 심의가 멈춰 서자, 더불어민주당 의원들이 먼저 제도적 대응에 나섰다. 지난 22일 최승혁·이관실·황윤희 의원은 임시회 소집요구서를 제출했다. 보류된 본예산안을 다시 심의해 연내 의결하자는 취지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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민주당 의원들은 본예산 의결이 12월을 넘길 경우 안성시가 준예산이라는 비상 체제로 들어갈 수밖에 없다고 우려했다. 준예산은 전년도 예산에 준해 최소한의 행정기능만 유지하는 체제다. 이들은 필수 행정 운영비만 집행되는 상황에서는 시민의 삶과 직결된 각종 행정서비스는 물론, 지역경제 전반에도 부담이 불가피하다고 밝혔다. 민주당 원내대표인 최승혁 의원 역시 “내년도 본예산은 시민 생활과 직결된 사안”이라며 “시민을 위한 예산이 정치적 갈등 속에 지연돼서는 안 된다”고 강조했다.

하루 뒤인 23일, 이관실 예산결산특별위원장도 공식 입장문을 내고 상황의 시급성을 언급했다. 그는 현재 예결특위에 계수조정안이 접수돼 있으며, 삭감 규모와 세부 사업을 종합적으로 검토할 수 있는 여건이 마련돼 있다고 설명했다. 그러면서 “더 이상 시간을 지체할 여유가 없다”며 양당과 집행부가 책임 있는 자세로 조속히 예산협의에 나서야 한다고 촉구했다. 이 위원장은 본예산 의결이 지연될 경우 안성시가 준예산 체제로 전환될 수밖에 없고, 이로 인한 행정 차질과 불안은 결국 시민에게 돌아갈 수밖에 없다는 점도 분명히 했다. 예산결산특별위원장으로서 본예산 보류를 막아내지 못한 점에 대해 시민에게 송구하다는 뜻도 밝혔다. 책임을 인정한 발언이었다.

이제 시민들의 관심은 내년도 예산안을 심의·의결할 원포인트 임시회 일정이 언제 잡힐지에 모이고 있다. 지방자치법에 따르면 재적 의원 3분의 1 이상이 요구할 경우 임시회는 열릴 수 있다. 제도적 절차는 이미 마련돼 있다. 남은 것은 협의와 결론이다. 민주당 의원들과 예결특위 위원장의 발언이 공통으로 가리키는 지점은 분명하다. 예산 심의가 보류된 상황에서, 다수 의석을 가진 쪽이 협상 테이블에 나와 결론을 내야 한다는 요구다. 삭감이 필요하다면 근거를 제시하고, 조정이 필요하다면 대안을 놓고 논의해야 한다는 것이다. 협상에 나서지 않는 선택이 계속될수록, 그에 따른 책임 또한 분명해질 수밖에 없다.

준예산은 행정 용어이지만, 현실에서는 멈추는 사업과 미뤄지는 정책을 뜻한다. 민주당 의원들이 임시회를 요구하고, 예결특위 위원장이 예산 협의를 촉구하는 이유도 여기에 있다. 안성의 1조2000억원은 정치적 공방이 아니라, 결론을 기다리고 있다. 협상하지 않는 선택의 책임이 어디로 향하는지, 이제 안성시의회는 시민 앞에 답해야 할 시간에 서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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