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피니언 기자수첩

[기자수첩] 46시간의 단수와 김경일 파주시장의 세 얼굴

이종훈 기자
이종훈 국장
이종훈 국장

파주 단수 사태가 남긴 건 상수도관의 균열만이 아니었다. 46시간 동안 물이 사라진 도시에서 시민들은 생수로 하루를 버텼고, 학교는 수업 일정이 흔들렸으며, 작은 가게들은 위생 문제로 문을 여닫기조차 힘들었다. 물이 ‘없는 상태’란 게 얼마나 무서운지 절실하게 깨닫게 되는 순간이었다. 그 한가운데서 김경일 파주시장이 보여준 대응은 묘하게도 세 겹의 결을 드러냈다. 단순한 행정 대응을 넘어, 위기 속 리더에게 필요한 감각이 무엇인지 질문을 던지는 모습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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첫째는 현장형 리더의 얼굴이다. 급수차를 총동원하고, 생수 3만 병을 시민들에게 직접 배부하고, 밤낮없이 관련 부서와 함께 상황을 붙잡는 과정에서 그는 ‘현장에 발을 담근 사람’의 색을 선명히 했다. 위기 때 행정은 매뉴얼보다 사람의 움직임이 더 중요하다. 무엇이 옳은 선택인지 정확히 알 수 없어도 멈추지 않는 자세, 혼란 속에서도 우선순위를 흔들리지 않게 붙드는 태도. 김 시장은 적어도 그 부분에서 시민들에게 “그래도 움직이고 있구나”라는 감각을 남겼다. 위기 초입의 행정에는 정답이 없지만, 움직인 자만이 흐름을 만든다는 사실을 다시 확인하게 한다.

둘째는 책임을 인정하는 행정가의 얼굴이다. 그는 이번 사태와 관련해 “파주시 잘못은 시민께 거듭 사과드리고 뼈아프게 쇄신하겠다”고 말했다. 요즘 공직사회와 정치권에서 가장 보기 힘든 말이 ‘사과’다. 위기가 터지면 원인을 외부로 돌리거나 모호한 표현으로 넘기기 쉽다. 하지만 그는 시민에게 불편을 끼친 부분에 대해 분명하게 먼저 고개를 숙였다. 이는 단순한 정서적 제스처가 아니라, 위기 때 행정 신뢰를 회복하는 가장 기본적인 태도다. 사과할 일에는 사과하고, 잘못한 부분은 인정하는 자세는 결국 시민들이 상황을 수용할 수 있는 최소한의 숨구멍이 된다.

그리고 마지막으로 드러난 것은 중앙과 정면으로 맞서는 투쟁형 리더의 얼굴이었다. 그는 한국수자원공사가 누수 사실을 제때 알리지 않았고, 파주시와 협의 없이 독단적으로 공급밸브를 차단해 피해를 키웠다고 직설적으로 지적했다. 이후 박정 국회의원과 함께 수자원공사 수도부문장, 환경부 물이용정책관, 한강본부장 등 고위 책임자들을 직접 만나 문제를 따졌다. 단순한 항의 차원을 넘어, 파주시민을 대신한 ‘책임 청구’에 가까운 행보로 읽힌다. “수자원공사 사장의 진심 어린 사과와 피해 보상을 반드시 받아내겠다”고 한 대목은, 이번 사태를 단순한 해프닝으로 끝내지 않겠다는 의지를 담고 있다.

46시간 동안의 단수는 파주 시민에게 잊기 힘든 상처로 남을 것이다. 그러나 그 시간 속에서 드러난 김 시장의 세 얼굴—현장의 얼굴, 사과의 얼굴, 투쟁의 얼굴—은 위기 속 지방행정이 어떤 모습을 갖춰야 하는지를 묻는다. 물은 끊겼지만, 리더십만큼은 흐름을 만들 수 있다. 복구는 기술이 하지만, 신뢰는 사람이 만든다. 지금 김경일 파주시장이 딱 그런 모습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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