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피니언 기자수첩

[기자수첩] '폭탄'이 된 배터리 화재, 더 이상 놔둘 수 없다

강상준 기자
강상준 기자
강상준 국장

대형 창고 안에서 보관 중이던 무선선풍기 배터리, 골목에 세워진 전동 킥보드, 아파트 복도에서 충전 중인 배터리, 재활용 업체의 중고 배터리 더미, 자동차에 있는 배터리, 심지어는 비행기 수화물 속 전자담배까지. 공통점은 하나다. 모두 배터리로 인해 화재가 발생한 장소들이라는 점이다. 34시간 만에 완전된 지난 13일 이천의 한 물류창고 화재 역시 예외가 아니었다. 3층에 적재돼 있던 무선선풍기 배터리에서 불꽃이 시작됐다는 목격자의 진술이 나왔고, 소방당국도 이를 유력한 원인으로 보고 있다. 오늘(15일)은 양주의 중고 배터리 수거·해체 업체 창고에서도 불이 나 막대한 재산 피해를 냈다. 누구에게는 인천의 전기자동차 화재는 아직도 잊히지 않는 큰 슬픔이다. 이쯤 되면 '배터리 화재'는 뉴스가 아니라 하나의 일상이 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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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제는 이 배터리를 우리가 매일같이 사용하고 있다는 데 있다. 스마트폰, 노트북, 전동차, 전기 자전거, 전기차까지 리튬배터리는 우리가 사는 생활 구석구석에 침투해 있다. 쓰지 않을 수도 없고 막연히 무서워하며 외면할 수도 없다. 어느새 우리 곁에 자리 잡은 이 편리한 에너지원이 동시에 '시한폭탄'이 되고 있다. 하지만 여기저기서 화재가 발생하듯 여전히 뾰족한 해법은 없다. 비행기에서 배터리 화재 사고 이후 정부가 도입한 '비닐봉지 포장' 등의 임시방편은 실효성 논란에 휩싸였다. “비닐이 화재를 막는다는 건 과학적으로도 의문”이라는 업계의 지적처럼 땜질식 대책은 국민 불안을 해소하기엔 역부족이다. 국토교통부는 오는 6월 중 개선안을 발표하겠다고 했지만, 그동안 얼마나 더 많은 불이 나야 하는가.

배터리 제작 업체들의 책임도 가볍지 않다. 제품 출시 전 수천 번의 충전 실험만으로 안전을 보장했다는 주장은 이제 설득력을 잃었다. 실사용 환경, 고온 다습한 조건, 충격 등에 대한 내구성 검증이 절실하다. 제조사는 물론 중고 배터리 유통 업체와 수거·재활용 업체까지 포함한 전 주기적 안전관리 체계가 요구된다. 정부는 제도적 장치를 서둘러야 한다. 단순한 권고나 지침이 아닌, 강제적인 '배터리 화재 예방 기준'이 필요하다. 배터리 인증제도와 화재 방지 기술의 표준화를 추진하고, 기업에 대해선 책임보험 의무화 등 실질적 안전망을 만들어야 한다.

요즘 들어 기자도 집에서 충전기를 꽂을 때마다 문득 겁이 난다. 혹시 내가 외출한 사이, 충전 중이던 무선 기기에서 불이 나면 어쩌지? 이건 단지 기우가 아니다. 이미 현실에서 불쑥불쑥 나타나는 실체다. 이제 더 이상 '충전 중에 불났다'는 말이 뉴스가 돼선 안 된다. 배터리는 우리 삶을 움직이는 심장이다. 그렇기에 더욱 정밀하게 다뤄져야 하고, 강하게 안전돼야 한다. 지금 필요한 건 말뿐인 대책이 아닌 실효성 있는 특단의 조치다. 그렇지 않다면 언젠가 이 불씨는 우리의 일상을 송두리째 집어삼킬지도 모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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