3일 오후 2시39분. 양평을 지나는 출장길에 도로 옆에서 우연히 마주친 풍경 하나가 내 발길을 멈추게 했다. 계절은 분명 봄인데, 한겨울 크리스마스트리 하나가 푸른 하늘을 배경으로 우뚝 솟아 있었다. 트리에 적힌 글귀는 단 한 줄 '반드시 꿈같은 날은 옵니다'였다. 언뜻 보기엔 계절을 거스른 장식처럼 보일 수 있지만, 자세히 들여다보면 그것은 분명 이 시대를 향한 작지만 단단한 메시지가 아닌가 싶었다. 차를 세우고, 사진을 찍었다. '힘들어, 힘들어' 살기 힘들다는 말이 인사처럼 되어버린 요즘 이 문장은 누군가에게는 한 줄기 위로가 되고, 또 다른 누군가에게는 하루를 버티게 해주는 동력이 되었을지도 모른다는 생각을 순간 했다. 그래서 사진을 담았다.
실제로 많은 이들이 요즘을 견디기 힘들다고 말한다. 뉴스를 켜면 들려오는 건 정쟁, 부동산 얘기, 고금리, 고물가, 미국발 관세, 청년실업, 노후불안 같은 단어들뿐이다. 정치는 신뢰를 잃어가고 경제는 앞날이 보이지 않는다. 그 속에서 우리는 하루하루를 숨 막히게 살아가고 있다. 웃을 일이 줄고, 무엇보다 스스로를 위로할 여유마저 잃어버린 듯한 희망, 자꾸만 줄어드는 시대다. 그런 시대에 '꿈같은 날'이라는 단어는 참 멀게 느껴진다. 실현 가능성 없는 이상처럼 여겨지기도 한다. 하지만 어쩌면 그렇기에 이 문장이 더 귀하고 더 절실한 것 아닐까. 어두울 때 불 밝힌 촛불이 빛나듯 희망은 언제나 현실이 가장 어두울 때 더욱 빛난다. 모두가 잘 나갈 때 희망을 말하는 건 쉽다. 그러나 모든 것이 무너져 보일 때 그럼에도 불구하고 '반드시'라는 단어를 앞세워 말할 수 있는 용기. 그것이 진짜 희망이고, 진짜 용기다.
'반드시'라는 말에는 믿음이 담겨 있다. 막연한 기대가 아니라 시간은 걸릴지언정 언젠가는 이루어진다는 확신이다. 그 확신은 기적을 부르는 기초다. 스스로에게, 그리고 이 세상을 향해 말해야 한다. '반드시'라고. 그렇게 꿈꾸는 마음이 모여야만 진짜 변화도 가능해진다. 양평 도로 옆 그 트리는 누군가의 손으로 세워졌을 것이다. 그것을 지나치는 사람들이 그 문장을 보며 무언가 느끼길 바라는 마음, 누군가에게 오늘 하루를 더 견딜 이유가 되기를 바라는 진심. 그런 마음이 쌓여서, 꿈같은 날은 멀지 않다고 말해주고 싶었던 것 아닐까.
아무리 달콤하게 표현해도 나이 들면 다 안다. 살아간다는 것은 고된 일이라는 것을. 그러나 우리가 믿는 방향으로 세상은 조금씩 움직인다. 누군가의 낙관이 또 다른 사람의 발걸음을 이끈다. 봄날의 트리처럼 계절을 거스르는 마음도 결국은 새로운 계절을 부른다. 나는 오늘도 이 문장을 되뇌어본다. 트리에 적힌 문구처럼 '반드시, 꿈같은 날은 옵니다' 그리고 그날을 기다리며, 나부터 그 믿음을 품기로 한다. 지금이 바로, 그 믿음이 가장 필요한 때이니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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