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피니언 칼럼

[공감, 세상구경] 춘설(春雪) 예찬

강상준 기자
17일 밤부터 내리기 시작한 눈이 18일 오전 10시가 되자 빗물이 돼 흘러내리고 있다. (영상=강상준 기자)

이제 꽃이 피는 완연한 봄이다. 남녘에서는 개나리가 피고, 코를 찌르는 매화 향기가 진동한다는 소식들이 들려온다. 하지만 어젯밤부터 오늘까지 수도권지역 등 전국 곳곳에 적지 않은 예상치 못한 눈발이 흩날렸다. 차가운 겨울을 지나 봄기운이 완연해질 무렵 때 아닌 춘설(春雪)이 우리가 사는 세상의 풍경을 바꿔놓은 것이다. 사람들은 창밖을 보며 감탄하고, 저마다의 방식으로 이 특별한 순간을 즐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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춘설은 겨울을 맞는 마지막 인사이자 봄을 더욱 소중하게 만들어 주는 자연의 선물이다. 마치 인생에서 예상치 못한 순간을 마주하는 것처럼 ‘춘설’은 우리에게 많은 생각을 불러일으킨다. 만약 이 눈이 폭설로 변해 피해를 준다면 이야기가 다르겠지만, 오늘처럼 가볍게 내려 눈부신 풍경을 선사하는 춘설이라면 그저 반갑기만 하다. 오전 10시가 되자 전날 밤부터 새벽까지 내린 눈은 녹아 흘러내리고 있다. 이 눈은 물이 되고 대지를 촉촉이 적셔 만물의 성정과정에 꼭 필요한 요소가 될 것이다. 이로 인해 올해 농사의 풍년도 기원할 수 있다.

봄눈은 오래 머물지 않는다. 따스한 기운이 스며든 땅 위에서 금세 스러진다. 하지만 짧은 순간에도 세상을 하얗게 물들이며 특별한 기억을 남긴다. 마치 인생에서 스쳐 가는 소중한 순간들처럼, 붙잡고 싶어도 붙잡을 수 없는 그 찰나의 아름다움을 선물한다.

춘설은 단순한 기상 현상이 아니다. 긴 겨울을 지나 봄을 맞이하는 과정 속에서 자연이 우리에게 건네는 하나의 교훈이기도 하다. ‘봄이 쉽게 오는 것이 아니다’라는 사실을 몸소 체험하게 해 준다. 따뜻한 계절을 맞이하기 위해서는 아직 남은 찬 기운과 마지막 겨울의 흔적을 견뎌야 한다. 인생도 그렇지 않은가. 우리가 원하는 변화와 따뜻한 시절이 쉽게 오는 법은 없다. 오히려 예상치 못한 장애물과 시련이 찾아올 때가 많다. 하지만 그 순간이 지나면 더 환하고 따뜻한 날이 기다리고 있음을 오늘 내린 춘설은 묵묵히 일깨워준다.

이런 이유로 나는 춘설을 예찬한다. 하얀 눈이 개화한 꽃들과 어우러지는 이 낯선 풍경은 잠시뿐이지만, 그 찰나가 주는 감동은 크다. 어쩌면 인생에서 가장 빛나는 순간들도 이런 춘설 같은 것이 아닐까. 오래 머물지 않지만 우리에게 깊은 의미를 남기고 있다. 오늘 눈이 내렸다. 그리고 우리는 또 한 번 계절과 인생의 교훈을 배운다. 춘설은 우리에게 말한다. “따뜻한 봄이 곧 올 것이다. 하지만 봄은 그냥 오는 것이 아니다”라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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