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회 인권/복지

대법 “형제복지원 1975년 이전 강제수용도 국가 책임 판단해야”…파기환송

김상현 기자
대법원이 담당 법관에게 청탁한다는 명목으로 금품을 받은 변호사 2명과 지인에게 실형을 확정했다. (사진=대법원)
대법원이 형제복지원 피해자들이 1975년 ‘부랑인 업무처리지침(훈령)’ 제정 이전에 강제로 수용된 기간까지 국가 책임 범위에 포함될 수 있다고 판단했다. 항소심이 이 시기를 국가 배상에서 제외한 결론을 뒤집은 것으로, 형제복지원 사건의 국가책임 인정 범위가 넓어질 수 있는 의미 있는 판결이다. (사진=대법원)

[중앙신문=김상현 기자] 대법원이 형제복지원 피해자들이 1975년 ‘부랑인 업무처리지침(훈령)’ 제정 이전에 강제로 수용된 기간까지 국가 책임 범위에 포함될 수 있다고 판단했다.

항소심이 이 시기를 국가 배상에서 제외한 결론을 뒤집은 것으로, 형제복지원 사건의 국가책임 인정 범위가 넓어질 수 있는 의미 있는 판결이다.

대법원 1부는 13일 형제복지원 피해자들이 국가를 상대로 제기한 손해배상 소송(2025다210098)에서, 훈령 이전 수용기간을 배상 산정에서 제외한 원심을 파기환송했다고 밝혔다.

대법원은 다만 국가배상 책임의 근거가 되는 기본 판단은 유지해, 원심의 일부 승소 취지는 그대로 인정했다.

원고들은 1975년 훈령이 만들어지기 이전부터 형제복지원에 강제로 수용돼 폭행·가혹행위·노역 등 각종 인권침해를 당했다고 주장해왔다. 이들은 “부랑인 단속·수용은 1950년대부터 이어진 국가 정책이었고, 1975년 훈령은 그 정책의 제도화·확대에 불과하다”며 “따라서 훈령 이전 강제수용 또한 국가의 위법한 작용에 포함된다”고 주장했다.

1심은 국가의 장기간 부랑인 단속·수용 정책을 인정해, 1975년 이전 기간까지 포함한 손해배상을 일부 인정했다. 그러나 항소심은 “훈령 이전 단속·수용에서 국가의 개입 정도가 명확히 드러나지 않는다”며 위자료 산정에서 그 기간을 제외했다. 이로 인해 전체 배상액이 줄어드는 결과로 이어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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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법원은 이러한 원심 판단을 위법하다고 봤다.

재판부는 “국가는 1950년대부터 부랑인 단속·수용을 반복적으로 시행해 왔으며, 1975년 훈령도 이러한 정책 흐름의 연장선상에 있는 것”이라고 밝혔다. 이어 “서울·부산 등지에서의 대규모 일제 단속 실적과 지방자치단체들의 자체 지침 시행 등 객관적 자료를 종합하면, 훈령 이전의 형제복지원 강제수용도 국가의 직·간접적 개입 아래 이뤄졌다고 볼 수 있다”고 판단했다.

대법원은 “훈령 이전 시기를 국가 개입이 없던 시기로 단정해 배상 범위에서 제외한 원심 판단은 사실을 오인하고 법리를 오해한 것”이라며 파기환송을 결정했다.

이번 판결은 형제복지원 사건에서 국가 책임의 시간적 범위를 다시 검토하도록 한 판례로, 향후 유사한 국가폭력·과거사 사건에 대한 손해배상 기준에도 영향을 줄 것으로 전망된다.

판결의 핵심은 ‘1975년 훈령 이전의 형제복지원 강제수용에도 국가가 개입했다고 볼 수 있느냐’는 점이다. 형제복지원 사건은 오랫동안 국가 책임 논란이 이어져 왔는데, 그동안 법원은 대체로 훈령 이후에 벌어진 수용을 국가작용으로 인정하는 선에서 판단을 내려왔다. 그러나 대법원이 이번에 그 이전 시기까지 책임의 문을 열어준 것은, 단순히 배상액 산정 문제를 넘어서 국가의 과거 정책 전반을 다시 들여다봐야 한다는 시그널로도 해석된다.

특히 ‘부랑인 단속’이라는 이름으로 이루어진 국가 정책이 1950년대부터 반복돼 온 역사적 사실을 근거로, 대법원이 이를 형제복지원 사건의 구조적 배경으로 인정한 점은 중요하다. 이는 국가가 특정 시설에 사람들을 수용하도록 만든 정책적 흐름 전체에 책임을 물을 수 있다는 가능성을 보여준 것이기 때문이다. 즉, 이번 판결은 개별 피해자의 손해배상 문제를 넘어, 형제복지원 사건을 국가적 인권침해로 바라보는 시각을 더 확장시키는 계기가 될 전망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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