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앙신문=순정우 기자] 수원특례시가 기존의 고도제한 완화와 소음피해 해결에서 군공항 이전으로 정책 방향을 선회하면서 예비 이전 예정지로 지목된 화성시와의 갈등이 격화되고 있다. 이는 내년 지방선거의 핵심 이슈로 부각되면서 양 지역 간 파열음이 더욱 커질 것으로 예상된다.
경기 수원시와 화성시 일부에 위치한 공군 제10전투비행단을 둘러싼 갈등은 새로운 국면을 맞고 있다. 수원시는 그동안 125만 시민의 소음 피해와 고도 제한에 따른 지역 발전 저해 등을 이유로 군공항 이전을 건의해왔으나, 최근 들어 이전 필요성을 더욱 강하게 주장하며 화성시와의 마찰을 키우고 있는 상황이다.
# 화성시, 화옹지구 이전 계획에 강력 반발
국방부는 2017년 화성시 우정읍 화옹지구를 수원 군공항의 예비 이전 후보지로 선정했지만, 화성시는 이에 강력히 반대하고 있다.
최근 100만 인구를 넘어서며 특례시 지위에 4개구 신설로 몸집을 키운 화성시는 "화옹지구를 내줄 수 없다"는 확고한 입장을 고수하며 수원시의 군공항 관련 주장을 조목조목 반박하고 있는 상태다. 화성시의 반대로 이전 논의는 2년간 표류했으며, 현재까지도 구체적인 진전을 보이지 못하고 있다. 특히 화성시는 화옹지구가 간척사업으로 조성된 지역으로, 이곳에 군공항이 이전될 경우 지역 발전에 심각한 저해 요인이 될 것이라고 우려하고 있다.
# 경기도의 경기국제공항 계획과 복잡하게 얽힌 이해관계
이같은 상황을 더욱 복잡하게 만드는 것은 경기도의 경기국제공항 건설 계획이다. 경기도는 2024년 5월 민간 전용공항 1차 대상지로 안산시, 화성시(화옹지구 등), 용인시(남부), 이천시, 안성시, 평택시를 선정했다고 발표했다. 이는 수원 군공항 이전과 민간공항 건설을 연계한 통합 계획의 성격을 띠고 있어, 화성시의 반발을 더욱 키운 바 있다.
화옹지구가 수원 군공항의 이전지역으로 확정될 경우, 화옹지구 주변으로 국비를 제외한 최소 20조 원의 투자가 가능하다는 전망도 나오고 있다. 하지만 이러한 경제적 기대효과에도 불구하고 화성시는 여전히 반대 입장을 고수하고 있다.
# 선거철마다 반복되는 갈등 구조
수원 군공항 이전 문제는 선거철이면 어김없이 쟁점으로 부상하는 고질적인 갈등 구조를 보여주고 있다. 4·10 총선을 기점으로도 관련 논의가 다시 탄력을 받았으며, 내년 지방선거에서도 핵심 이슈로 부각될 것이 확실시된다. 수원시는 1980년대 이후 급격한 도시 팽창으로 군 공항 주변 도심화가 가속화되면서 주민들이 각종 피해를 입고 있다고 주장한다. 고도제한으로 인한 재산권 피해는 물론이고, 극심한 소음 피해가 시민들의 일상을 위협하고 있다는 것이다.
# 수원시, 범정부 TF 구성 건의...정부 주도 해법 모색
수원시는 이전 문제 해결을 위한 보다 적극적인 접근에 나섰다. 이재준 수원시장과 수원지역 국회의원 5명은 지난 7월 4일 라마다프라자수원호텔에서 당정 정책간담회를 열고, 기획재정부·국방부·국토교통부·경기도·수원시·화성시 등 6자가 참여하는 '대통령 직속 범정부 군공항 이전 TF(태스크포스)' 구성을 정부에 공식 건의했다.
이는 광주·무안 갈등을 풀기 위한 대통령실 직속 태스크포스 구성 사례를 벤치마킹한 것으로 해석된다. 대구 군공항 이전의 경우 2016년 대통령의 말 한마디에 국무조정실 주관으로 국방부, 국토부, 대구시 등 관계기관이 참여하는 TF팀이 구성되며 일사천리로 신속하게 추진됐다는 선례를 참고한 것으로 보인다. 수원시는 이번 TF 구성 건의를 통해 단순히 수원 군공항 이전만이 아닌 경기통합국제공항 건설과 연계한 종합적 발전 방안을 제시하고 있다. 특히 정부 주도의 체계적 접근을 통해 지역 간 갈등을 해소하고 국가적 차원에서 문제를 해결하겠다는 의지를 보이고 있다.
# 화성 시민단체, 강력한 반발 활동 전개
화성지역 시민단체들은 수원시의 TF 구성 건의에 즉각 강력한 반발에 나섰다. '수원전투비행장 화성 이전 반대 범시민대책위원회(범대위)', 더불어민주당 송옥주(경기 화성갑) 국회의원, 조승문 화성시 제2부시장, 화성환경운동연합, 수원군공항 폐쇄를 위한 생명평화회의 등 20여 명은 7월 9일 국회 소통관에서 수원시의 일방적인 군공항 이전 TF 건의 시도를 규탄하는 민·정 공동 기자회견을 열었다.
특히 화성지역 경기도의회 의원과 범대위 등 시민사회단체는 지난 11월 12일 경기도의회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경기도의 경기국제공항 건설 계획에 수원군공항을 화성 화옹지구로 이전하려는 수원시의 꼼수가 깔려 있다며 화성 화옹지구의 공항 후보지 제외를 강력히 요구했다. 화성 시민단체들은 "수원 정치인들이 공들여온 수원군공항 이전 사업의 다른 이름에 불과하다"며 경기국제공항 건설 계획 자체에 대해서도 반대 입장을 분명히 하고 있다. 이들은 군공항 이전뿐만 아니라 국제공항 건설 모두를 거부한다는 '이중 반대' 전략을 구사하고 있어 갈등이 더욱 복잡해지고 있는 상황이다.
# 정치권의 대응과 법적 근거 마련 노력
정치권에서도 이 문제 해결을 위한 다양한 노력이 이어지고 있다. 더불어민주당 백혜련 의원은 '수원군공항 이전법'을 재추진하며 기존 법안에서 '화옹지구 이전' 조항을 삭제하는 등 유연한 접근을 시도하고 있다. 또한 경기도의회에서는 '경기도 군 공항 이전 지원 조례안'을 입법예고하는 등 제도적 기반 마련을 위한 움직임도 활발하다. 더불어민주당 김준혁 의원은 이전을 건의한 지역에 한하여 비행안전구역 안의 장애물 설치 기준을 45미터 이내에서 1000피트(약 300미터) 이내로 높이는 등 고도제한 완화 방안도 제시하고 있다.
# 군의 대민 정책 전환 필요성 대두
이러한 상황에서 전문가들은 군에서 소음피해나 지역주민의 민원에 보다 적극적으로 대응하는 대민 정책의 전환이 필요하다고 지적하고 있다. 이전이 확정될 때까지 장기간이 소요될 것으로 예상되는 만큼, 군 당국의 보다 능동적인 주민 피해 최소화 노력이 요구되고 있다. 또한 이전 대상지역을 화성시 화옹지구로만 한정할 것이 아니라, 이전을 원하는 다른 지역들도 포함하여 예정 후보지를 탄력적으로 확대해야 한다는 목소리도 높아지고 있다.
# 민-민 갈등 해소가 우선 과제
125만 인구의 수원시와 100만의 화성시 간 군공항을 둘러싼 갈등은 결국 중앙 정부와 국방부 등 관련 기관의 합리적인 최종 결정에 달려있다. 하지만 무엇보다 양 지역 간 상생발전을 위한 공론화 과정을 통해 민-민 갈등부터 해소해야 한다는 것이 전문가들의 공통된 의견이다. 수원 군공항 이전 문제는 단순히 두 지역 간의 갈등을 넘어 국가 안보와 지역 발전, 주민 복리가 복잡하게 얽힌 사안이다. 지역 주민들의 목소리가 뒷전으로 밀려나지 않도록 하고, 합리적이고 지속가능한 해법을 찾기 위한 노력이 절실히 요구되는 시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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