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한라산 정상부의 '백록담'과 '모세왓'이 지하 마그마 저장소의 변화와 순차적인 분출을 거쳐 형성됐다는 연구 결과가 나왔다.
27일 연합뉴스에 따르면 제주도 세계유산본부 한라산연구부는 백록담과 모세왓 일대의 암석과 광물 특성을 분석해 두 지역의 형성 관계와 지하 마그마의 변화 과정을 밝힌 연구논문을 국제학술지 '지오사이언시스 저널'(Geosciences Journal)에 게재했다고 밝혔다.
모세왓은 한라산 백록담 남서쪽 외곽 지역에 걸쳐 있는 화산암 지대로, 지난해 7월 '한라산 모세왓 유문암질 각력암 지대'란 이름으로 천연기념물에 지정됐다. 모래밭을 뜻하는 제주 방언에서 이름이 유래했지만, 실제로는 밝은색 화산암 조각들이 넓게 깔린 돌밭이다.
이번 연구는 한라산연구부가 2020년부터 2024년까지 진행한 한라산 지질조사 결과를 바탕으로 이뤄졌다.
연구부는 당시 한라산 일대 소화산 60여 개의 형성 과정을 밝혀냈으며, 이번에는 백록담과 모세왓의 화산활동에 초점을 맞춰 지하 마그마 저장소의 구조와 분출 과정을 분석했다.

연구진은 지하 마그마 저장소의 위쪽과 아래쪽에 성분과 광물 결정의 양이 서로 다른 마그마가 존재했고, 새로운 마그마가 여러 차례 유입되면서 모세왓 유문암과 백록담 조면암이 차례로 분출했을 가능성을 제시했다.
마그마 저장소 위쪽에는 광물 결정이 적은 유문암질 마그마가, 아래쪽에는 결정이 많은 조면암질 마그마가 자리했던 것으로 분석했다.
먼저 모세왓 유문암은 땅속 마그마가 서서히 식으며 광물 결정이 만들어지는 과정에서 성분이 변화한 마그마가 저장소 상부에 모였다가 먼저 분출하면서 형성된 것으로 추정했다.
모세왓 유문암은 제주에서 확인된 화산암 가운데 마그마의 화학적 분화가 가장 많이 진행된 암석이다.
연구진은 지하 저장소에 새롭게 유입된 뜨거운 마그마가 위쪽 유문암질 마그마의 분출을 촉진했고, 지표로 분출한 마그마가 둥근 언덕 형태의 용암돔을 형성한 뒤 무너지면서 현재의 모세왓 유문암질 각력암 지대가 만들어진 것으로 해석했다.
각력암은 암석이 부서져 생긴 각진 조각들이 모여 굳어진 암석이다.
이후 지하 저장소 아래쪽에 남아 있던 조면암질 마그마가 식으면서 성분과 구조가 변했고, 새로운 마그마가 다시 공급되면서 차례로 분출해 백록담 조면암돔을 형성한 것으로 분석됐다.

특히 연구진은 백록담 조면암돔의 바깥쪽에서 안쪽으로 갈수록 암석과 광물의 특징이 일정하게 달라진다는 사실에 주목했다.
먼저 분출해 바깥쪽을 형성한 암석에서는 새로 유입된 마그마의 영향이 비교적 적게 나타났지만, 나중에 분출해 내부를 이룬 암석에서는 광물 일부가 녹은 흔적과 새롭게 유입된 마그마가 굳어 만들어진 암석 조각인 '포유암' 등이 확인됐다.
연구진은 이러한 차이가 지하 마그마 저장소의 서로 다른 부분에 있던 마그마가 순차적으로 분출한 흔적이라고 해석했다.
또 암석과 광물의 화학조성을 분석해 모세왓 유문암질 마그마가 분출하기 전 지하에 저장돼 있던 온도를 815∼834도로 추정했다.
이번 연구는 지난해 7월 천연기념물로 지정된 '한라산 모세왓 유문암질 각력암 지대'와 백록담의 형성 관계를 과학적으로 설명하고, 한라산 정상부의 화산활동 과정을 이해할 수 있는 근거를 보강했다는 점에서 의미가 있다.
연구 결과는 한라산 자연유산의 보전·관리와 탐방 해설, 교육뿐 아니라 향후 화산활동 평가와 방재 연구의 기초자료로 활용될 것으로 기대된다.
연구를 수행한 안웅산 한라산연구부 박사는 "앞으로 영실과 삼각봉, 성널오름 등 서로 다른 시기에 형성된 화산체의 연대와 암석·광물을 비교해 한라산 지하 마그마 시스템의 변화 과정을 더욱 체계적으로 밝혀나가겠다"고 말했다.
김대신 한라산연구부장은 "지역에서 꾸준히 진행해 온 현장조사와 정밀분석이 제주 자연유산의 형성 과정과 가치를 밝히는 학술성과로 이어지고 있다"며 "연구 결과를 자연유산의 보전·관리에 활용하고, 도민과 탐방객이 쉽게 이해할 수 있는 해설자료로도 공유해 나가겠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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