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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새책] 한강·박찬욱 작품 속 시대 전환 징후…'시대횡단'

김훈기 기자
@ 연합뉴스

▲시대횡단 = 김홍중 지음. 문학동네. 492쪽.

근대 문명을 넘어설 대안 사상을 탐구해온 사회학자인 저자가 미학과 신학까지 넘나들며 생존과 성장을 중시하는 근대적 사고에서 벗어난 새로운 존재 방식을 모색한다.

저자는 자기를 축소하고 비운다는 개념인 케노시스(자기-비움)에 주목하며 인류가 직면한 생태 위기를 극복하기 위해 자신의 힘을 줄이고 자기를 비워야 한다고 말한다.

이러한 문제의식은 저자가 제시하는 '시대횡단' 개념으로 이어진다. 저자는 현시대에 균열이 생겨 다음 시대가 모습을 드러낼 때 비로소 우리는 시대의 존재를 자각하게 된다고 설명한다. 그는 시대가 전환되는 순간 출현하는 주체를 '시대횡단자'로, 시대횡단자가 수행하는 여러 실천을 '시대횡단'이라고 명명한다.

저자는 한강, 양혜규, 이창동, 박찬욱, 구로사와 아키라 등 여러 분야 예술가의 작품에서 근대의 지배적 가치를 넘어서는 시대횡단자를 발견한다.

그는 한강의 소설 '채식주의자' 주인공에 대해 "음식을 거부하며 자아의 소멸을 향해 질주하는 이 문제적 인물은 21세기 한국 사회가 창조한 가장 급진적인 동시에 가장 암울한 시대횡단자"라고 설명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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또 박찬욱 감독 영화 '어쩔 수가 없다'에 대해서는 "표면적으로는 블랙 코미디의 형식을 띠고 있지만, 그 이면에는 우리가 익숙하게 살아왔던 세계의 붕괴와 그러한 시간 속에서 출현하는 인간 유형에 대한 '종말론적' 분위기가 일렁인다"고 말했다.

@ 연합뉴스

▲호모 픽투스, 상상하는 인간 = 호르헤 볼피 지음. 엄지영 옮김. 엘리. 1032쪽.

소설 '클링조르를 찾아서' 등을 쓴 멕시코 출신 작가가 문명의 역사를 '인간이 지어낸 이야기'라는 시각으로 바라본 인문 에세이.

신화와 종교, 화폐와 국가 등 인류 문명을 지탱해온 거의 모든 체계가 누군가 지어낸 이야기에서 출발했다는 관점에서 인간의 상상력이 어떻게 문명을 만들어왔는지 조명한다.

저자는 지어낸 이야기, 즉 허구가 현실과 역사를 형성하는 힘이 됐다고 말한다. 인간은 신화 등을 통해 세계의 기원을 설명하고, 불확실한 미래를 다스리기 위해 점술, 서사시, 비극, 철학, 법 같은 이야기와 관념을 만들어냈다. 허구는 인간의 불안을 달래고 세상을 바꾸는 역할도 했지만, 때로는 착취와 폭력의 도구였다는 점도 다룬다.

1천쪽이 넘는 두꺼운 책은 빅뱅과 생물의 출현부터 인류 최초의 동굴벽화와 구전신화, 문자와 종교, 소설과 영화, 인공지능(AI)과 알고리즘, 종말에 대한 허구적 예언에 이르기까지 방대한 시간을 가로지르고 과학, 역사, 철학, 문학의 경계를 넘나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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