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예술은 건강의 다섯 번째 기둥…과학으로 보는 치유의 힘

김훈기 기자

'예술을 처방합니다'…의학 점목한 '예술 처방전'

@연합뉴스

현대인들은 더 오래, 건강하게 사는 법에 관한 정보의 홍수 속에 산다. 건강에 대한 대중의 관심이 크고 그만큼 건강 정보를 다루는 매체도 다양하고 많다.

영국 유니버시티칼리지런던(UCL) 심리생물학·역학 교수인 데이지 팬코트는 신간 '예술을 처방합니다'에서 왜 건강 조언 목록에 '춤을 춰라', '미술관에 가라', '책을 읽어라'는 보이지 않냐고 묻는다.

그는 건강을 위해 예술만큼 즐겁게 따를 수 있는 조언도 드문데, 오히려 예술이 건강에 실질적인 쓸모가 있다는 생각은 의심의 눈초리를 받는다고 지적한다.

그는 "예술은 식생활, 수면, 운동, 자연과 더불어 건강의 잊힌 '다섯 번째 기둥'"이라며 자신만의 '예술 처방전'을 써야 한다고 강조한다.

책은 예술이 막연히 삶을 풍요롭게 하는 데 그치지 않고 실제로 생명을 구할 수도 있음을 과학적 증거를 바탕으로 살펴보고, 예술로 새로운 삶을 얻은 이들의 증언을 소개한다.

예술과 의학의 접목은 저자의 이력과 경험과도 깊은 관련이 있다. 옥스퍼드대에서 음악을 전공하고 피아노를 연주하던 저자는 과학에 대한 관심을 놓지 못했다. 병원 공연 예술 프로그램을 운영하던 중 예술이 공황 증상을 멈추고 통증을 줄이며 혈압까지 내려주는 사례를 목격했다. 이후 그는 본격적으로 과학의 길로 들어서서 정신신경면역학 박사 학위를 받고 주목받는 과학자가 됐다.

저자는 신생아 중환자실 인큐베이터에서 생사의 갈림길에 섰던 딸의 이야기 등 예술의 힘을 직접 목격한 사례도 들려준다.

수막염과 사투를 벌이는 딸을 보며 자신이 할 수 있는 일이 아무것도 없다는 무력감에 빠졌을 때 저자는 노래를 불러주기 시작했다. 그러자 딸의 심박수가 안정되고 산소포화도가 높아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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약이나 수술 대신 '예술 처방'을 받은 이들의 이야기도 있다. 뇌졸중으로 쓰러져 걷지도, 말하지도 못하게 된 전기공 러셀 헤인스는 의사로부터 미술 수업을 처방받았다. 처음에는 농담인 줄 알았으나 다른 이들과 함께 그림을 그리며 회복해 화가가 됐다.

저자는 예술의 결핍이 우울증, 치매, 만성 통증, 신체 기능 저하, 조기 사망 위험 증가와도 연결된다고 말한다.

그는 예술과 가까워지는 것만으로 삶과 건강이 얼마나 나아질 수 있는지 뒷받침하는 연구 결과를 소개하지만, 예술의 힘을 과장하는 주장에 대해선 선을 긋는다.

저자는 "예술은 만병통치약이 아니다"라며 음악이 암세포를 죽인다거나 불치병을 고친다는 식의 허황된 이야기는 배척한다.

그는 건강을 개선하기 위해 개인이 예술을 활용하는 요령을 소개하는 데 그치지 않고 진정한 변화를 위해서는 궁극적으로는 사회가 바뀌어야 한다고 주장한다.

그는 "삶에 예술이 더 필요하다고 주장할 것이 아니라, 예술을 꾸준히 누리지 못할 때 어떤 일이 벌어지는지를 걱정해야 한다"며 "예술이 불균등하게 분배되도록 방치하는 것은 건강 불평등을 악화하는 일"이라고 말한다.

디플롯. 조현욱 옮김. 448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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