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피니언 기자수첩

[기자수첩] 127만원의 무게, 경기 극저신용대출이 남긴 질문

순정우 부국장
순정우 국장

경기도가 최근 ‘경기 극저신용대출 2.0’ 1차 대출을 집행했다. 1618명에게 총 20억6천만원이 지원됐다. 1인당 평균 대출금액은 약 127만원이다. 숫자만 놓고 보면 큰 금액은 아닐 수도 있다. 하지만 제도권 금융 문턱 앞에서 번번이 돌아서야 했던 사람들에게는 이야기가 달라진다. 누군가에게 127만원은 그저 작은 돈일지 몰라도, 누군가에게는 당장 숨을 돌릴 수 있게 해주는 돈이기 때문이다.

이번 접수 상황만 봐도 제도의 필요성은 분명하다. 접수 시작 30분 만에 신청 사이트 방문자가 8984명에 달했다. 실제 대출 신청자는 2195명, 이 가운데 1618명이 지원을 받았다. 경쟁률은 약 1.36대 1. 신청자 10명 가운데 7명 정도가 대출을 받은 셈이다.

대출 용도를 보면 현실적인 사정이 그대로 드러난다. 대출의 75.2%가 생활비였다. 기존 대출 상환이나 공공요금 납부, 의료비 등이 뒤를 이었다. 이는 소비를 위한 돈이 아니라 버티기 위한 돈이라는 의미다.

대출 이용자 가운데 27.1%는 고금리 대출이나 불법사금융 이용 경험이 있다고 응답했다. 금융 사각지대에 놓인 사람들이 여전히 적지 않다는 사실을 보여주는 대목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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실제 사례도 있다. 계약직 종료로 소득이 끊긴 A씨는 개인워크아웃 상환이 중단될 위기에 놓였지만 이번 대출을 통해 일부 채무를 상환하고 재취업을 준비하고 있다. 또 교통사고 이후 실직해 가구 소득이 급격히 줄어든 B씨 역시 생활비 부족으로 불법사금융까지 이용했지만 이번 대출을 통해 급한 불을 끄고 재기를 준비하고 있는 것으로 전해졌다.

이 사례들은 극저신용대출이 단순한 금융상품이 아니라 최소한의 사회 안전망이라는 사실을 보여준다. 사실 누구나 예상치 못한 순간에 어려움에 처할 수 있다. 질병이나 사고, 실직 등 삶의 변수는 어느 누구에게도 예외가 없다. 그런 의미에서 경기도의 극저신용대출 제도는 금융 사각지대에 놓인 도민들에게 꼭 필요한 지원 체계라고 할 수 있다.

경기도는 오는 5월 2차 접수를 진행할 예정이며 불법사금융 피해자를 위한 별도의 맞춤형 대출 상품도 검토하고 있다. 고금리 대출이나 불법 사금융으로 내몰리는 일이 더 이상 반복되지 않도록 이러한 제도가 보다 촘촘하게 확대되기를 기대해 본다. 금융의 문턱에서 밀려난 사람들에게 최소한의 손을 내미는 일, 그것이 바로 이런 정책이 존재해야 하는 이유일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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