파주시의 ‘기본생활안정지원금’ 예산 531억원이 시의회 상임위에서 전액 삭감되면서, 시정과 의회·시민사회 사이에 팽팽한 긴장감이 형성되고 있다. 찬반의 목소리는 모두 그럴듯한 논리를 갖고 있고, 어느 쪽이 옳다고 쉽게 단정하기 어려운 지점에서 논쟁은 더 복잡해지고 있다.
먼저 파주시의 설명을 들어보자. 시는 코로나 이후 이어진 고금리·고물가 상황으로 시민들의 체감 경제가 크게 악화됐다고 진단한다. 지갑이 닫히고 소비가 줄어든 상황에서, 시민 1인당 10만원을 지역화폐로 지급해 지역 상권에 돈이 돌게 하는 것이 검증된 정책이라는 입장이다. 파주시는 이미 에너지 생활안정지원금, 민생회복지원금 등을 통해 유사한 정책을 시행해 왔고, 이 과정에서 높은 만족도와 가시적 소비 효과를 확인했다고 강조한다. 그래서 이번 531억원 또한 “선심이 아니라 민생”이라는 것이 시장과 집행부의 일관된 설명이다.
그러나 반대편의 우려 역시 충분히 들여다볼 필요가 있다. 파주시의 재정자립도는 28.5%로 경기도 내에서도 낮은 편이다. 이 상황에서 531억원이라는 거대한 재정을 단기간에 투입하는 것이 적절한지 묻는 시각이 있다. 동시에 전 시민에게 동일하게 지급하는 방식이 과연 현재의 우선순위와 맞는지, 취약계층에 대한 선별적·두터운 지원이 더 타당하지 않겠느냐는 의견도 존재한다. 시의회 상임위에서 삭감이 결정된 데에는 이 같은 재정 부담과 정책 지속성에 대한 문제의식이 일정 부분 반영된 것으로 보인다.
“정치적 시기성”에 대한 논의도 빼놓을 수 없다. 최근 몇 년간 파주에서는 여러 차례 전 시민 현금 지원이 이뤄졌다. 그러나 재정 여건이 넉넉지 않은 상황에서, 총선을 앞둔 시점에 또 다시 대규모 보편지원이 추진되는 것에 대해 일부에서는 “시기적으로 적절한가”라는 질문을 던지고 있다. 반면 시는 “민생 회복에 시기 따질 여유가 없다”며 정면으로 반박한다.
지금 이 논쟁의 본질은, ‘531억원이 많으냐 적으냐’가 아니다. 그보다 더 중요한 질문은, “이 도시가 가장 우선으로 지켜야 할 것은 무엇인가”, 그리고 “지속 가능한 복지설계는 어떤 모습이어야 하는가”이다. 반복되는 보편지원이 장기적으로 어떤 구조를 만들지, 재정 건전성과 민생 긴급성이 충돌할 때 어떤 기준으로 판단해야 하는지는 여전히 답이 명확하지 않다.
김경일 시장은 “민생에는 여야가 없다”고 말했다. 맞는 말이다. 하지만 예산감시단과 일부 시민사회는 “민생을 위한다며 반복되는 현금성 지원을 경계해야 한다”고 말한다. 이것도 틀리지 않다. 양쪽 모두 나름의 근거를 갖고 있고, 그 주장에 깔린 문제의식 또한 부정할 수 없다.
이럴 때일수록 필요한 것은 ‘숫자’와 ‘근거’에 기반한 공론장이다. 시민에게 어떤 방식이 가장 도움이 되는지, 재정이 감당할 수 있는 구조는 무엇인지, 시의회와 시 집행부가 충분히 설명하고 또 충분히 질문을 받아야 한다. 고개를 끄덕이게 만드는 말보다, 시민이 납득할 수 있는 설계와 과정이 먼저다.
531억원은 단순한 ‘지원금’이 아니라, 파주시 행정과 정치가 어느 방향을 지향하고 있는지 보여주는 상징이 되었다. 지금 필요한 것은 어느 한쪽의 승리가 아니라, 앞으로 파주가 어떤 기준과 철학으로 민생정책을 설계할 것인지에 대한 성숙한 답변아닐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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