배고픔이라는 단어는 쉽게 입 밖으로 꺼낼 수 있는 말이 아니다. 부족함보다, 그 부족함을 드러내야 한다는 사실이 더 큰 상처가 되기 때문이다. 그래서 많은 위기가구는 먹을 것이 떨어져도 말을 하지 못한다. 바로 이 조용한 침묵을 현실에서 받아낸 곳이 광명시였다. 광명시는 화려한 제도를 만든 것이 아니라, 광명푸드뱅크마켓센터라는 운영 모델을 통해 ‘먹거리 보장’의 문턱을 실제로 낮춘 도시였다.
광명푸드뱅크마켓센터가 구축한 방식은 단순한 기부 물품 배분이 아니었다. 당장의 허기를 해결하는 즉시지원, 이어서 위기가구를 찾아내는 정교한 상담 체계, 그리고 민관협력 기반의 지속 가능한 운영 구조까지 갖춘 모델이었다. 이 구조가 여러 지자체에서 먼저 실효성을 인정받았고, 결국 정부가 추진하는 ‘먹거리 기본보장(일명 그냥드림)’ 시범사업의 표준 설계 기반이 됐다. 즉, 광명시는 ‘그냥드림’을 직접 운영한 도시가 아니라, ‘그냥드림 정책이 전국으로 확산되는 데 가장 중요한 운영 경험을 제공한 도시인 셈이다.
정책은 언제나 ‘첫 만남’을 어떻게 설계하느냐에 따라 생명이 달라진다. 광명푸드뱅크마켓센터의 1차 지원은 요구하지 않는다. 서류도, 조건도 없다. 도움을 요청하는 문턱을 없앤다는 건 행정의 대담함이 필요하다. 그리고 이 1차 지원이 바로 ‘첫 번째 도움’이다. 하지만 이 정책의 진정한 힘은 2차 상담에 있다. 경제·주거·건강·채무 등 위기 신호를 세밀하게 확인하는 상담 덕분에, 기존 복지체계에서 보이지 않던 가정들이 발굴됐고 공적급여와 사례관리로 연결되는 구조가 정착됐다. 한 끼를 채워주는 데서 끝나는 것이 아니라, 삶 전체를 무너뜨릴 수 있는 위험을 초기에 발견하는 ‘두 번째 도움’까지 설계한 정책—이 혁신이 바로 중앙정부를 움직였던 지점이다.
민관협력 기반도 빼놓을 수 없다. 광명푸드뱅크마켓센터는 지역 기부망을 조기에 구축해 물품 공급을 안정시키고, 운영 주체들의 역할을 명확하게 분담하며 장기 지속이 가능한 구조를 만들어냈다. 현장에서 만들어낸 이 경험이 전국 시범사업 설계의 표준으로 자리 잡았고, 정부는 이를 토대로 56개소 시범 운영을 시작했다. 그래서 이번 전국 확대는 단순한 정책 확산이 아니다. 광명에서 태어난 실험적 운영 모델이 국가 단위의 공공정책으로 거듭나는 과정이다. 박승원 광명시장은 “먹거리는 가장 기본적인 권리”라고 강조해 왔다. 이는 단지 선언이 아니라, 광명푸드뱅크마켓센터가 현장에서 쌓아온 경험 위에 선 말이다. 광명시는 자신들이 직접 ‘그냥드림’을 운영하지 않았지만, 그 사업의 철학과 운영 구조를 가능하게 만든 가장 중요한 사례도시다.
좋은 정책은 사람의 침묵을 이해하는 데서 시작된다. 배고픔을 말하지 못하는 사람들도 비난받지 않고, 스스럼없이 도움을 받을 수 있는 도시. 광명푸드뱅크마켓센터가 만든 구조는 바로 그 길을 보여줬다. 그리고 마침내 그 모델은 전국으로 이어졌다. ‘굶지 않는 나라’가 선언을 넘어 현실이 되는 그날, 우리는 광명에서 시작된 이 작은 혁신을 다시 떠올릴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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