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역포커스 기획

[기획] ‘배고픔엔 증명서가 필요 없다’…광명서 시작된 모델, 전국으로 확산된다

광명시 ‘그냥드림’ 성과가 전국 확대 견인...정부, 이달부터 56개소 시범 가동 빈곤·고립 증가 속 즉시지원 필요성 부각…“굶지 않는 나라” 안전망 본격화

[중앙신문=순정우 기자] [편집자주] 코로나19 이후 고립·빈곤·돌봄 공백이 빠르게 확산되면서 생계 위기가 더 이상 특정 계층의 문제가 아닌 사회 구조적 위험으로 자리 잡고 있다. 정부가 추진하는 ‘먹거리 기본보장’ 정책은 이러한 흐름 속에서 지방의 시범 모델을 국가 단위의 안전망으로 확대한 첫 사례다. 본 기획은 광명시의 선행 운영 경험과 전국 시범사업의 구조를 종합적으로 짚어, 한국형 긴급복지 체계가 어디로 향하고 있는지 점검하기 위해 마련했다.

광명시 광명푸드뱅크마켓센터 등 기존 지자체 시범 운영의 실효성이 확인된 일명 ‘그냥드림’ 사업이 전국 시범사업으로 확대된다. 사진은 광명푸드뱅크마켓센터 전경. (사진제공=광명시)
광명시 광명푸드뱅크마켓센터 등 기존 지자체 시범 운영의 실효성이 확인된 일명 ‘그냥드림’ 사업이 전국 시범사업으로 확대된다. 사진은 광명푸드뱅크마켓센터 전경. (사진제공=광명시)

정부가 다음 달 1일부터 전국 곳곳에 ‘먹거리 기본보장 코너(일명 그냥드림)’를 열고, 생계가 어려운 국민 누구나 서류 제출 없이 즉시 먹거리와 생필품을 지원받을 수 있는 긴급 안전망을 가동한다. 코로나19 이후 여러 지자체가 먼저 시범적으로 운영하며 실효성을 확인한 사업이 중앙정부 정책으로 확장된 것으로, 특히 광명시가 가장 완성도 높은 모델을 구축해 성공사례로 평가받으면서 전국 확대의 기반이 됐다. 빈곤과 고립이 심화되는 사회 구조 속에서 “배고픔에는 증명서가 필요 없다”는 정책 철학이 국가 단위의 안전망으로 구체화되고 있다는 평가가 나온다.

전국 확대된 먹거리보장
광명시 모델, 국가로 확산
'56개소서 시범 운영 시작'

광명시 광명푸드뱅크마켓센터 등 기존 지자체 시범 운영의 실효성이 확인된 일명 ‘그냥드림’ 사업이 전국 시범사업으로 확대된다. 사진은 박승원 광명시장. (사진제공=광명시)
광명시 광명푸드뱅크마켓센터 등 기존 지자체 시범 운영의 실효성이 확인된 일명 ‘그냥드림’ 사업이 전국 시범사업으로 확대된다. 사진은 박승원 광명시장. (사진제공=광명시)

30일 보건복지부는 12월부터 전국 56개소에서 시범 운영을 시작하고 연내 70여 곳으로 확대한다고 밝혔다. 이 사업은 동주민센터, 복지관, 푸드뱅크·푸드마켓 등 기존 복지 인프라를 활용해 설치되며, 생계가 어려운 국민 누구나 이용할 수 있도록 설계됐다. 1차 방문 시에는 이름과 연락처 정도만 확인하면 쌀과 라면, 통조림 등 1인당 3~5개 품목(2만원 한도)의 식료품과 기본 생필품을 즉시 제공한다. 2차 방문부터는 건강, 경제, 주거 상황을 확인하는 상담을 거쳐 필요할 경우 읍면동 맞춤형복지팀으로 연결해 공적 지원으로 이어지는 구조다. 단순한 생활 물품 지원에 그치지 않고 위기 징후를 조기에 발견해 복지 체계로 연계하는 ‘복지 관문’ 기능을 제도화한 것이 이번 시범사업의 핵심이다.

즉시지원·상담 연계 구조
지자체 시범이 남긴 성과
광명형 모델의 세 가지 힘

이번 정책은 지방자치단체의 선행 모델에서 출발했다. 코로나19 시기 여러 지자체가 운영한 ‘그냥드림’ 코너는 신청 절차를 최소화해 문턱을 낮춘 지원 모델이었고, 그중 광명시는 즉시지원과 상담, 복지연계를 결합한 가장 체계적인 운영 구조를 구축했다. 광명시는 1차 방문자에게 즉시 식료품을 지원하고, 2차 방문부터는 상담을 의무화해 경제적 위기나 주거불안, 채무 문제 등을 확인했으며, 이 과정을 통해 기존 복지 체계에서 보이지 않던 위기가구를 다수 발굴해 공적급여와 주거지원, 사례관리로 연계했다.

복지부는 정책 설명서에서도 “광명시 등 기존 지자체 시범 운영의 실효성이 확인돼 전국 시범사업으로 확대한다”고 명시하며, 지방의 경험이 국가 정책 확대로 이어진 구조를 강조했다.

광명시는 기존 경험을 바탕으로 정부 시범사업에도 다시 포함됐다. 상담 매뉴얼과 물품 구성 기준, 대기자 관리 방식 등 지역 단위에서 축적한 운영 경험이 전국 표준모델 마련에 기여했다는 점에서 광명시는 “지방 시범에서 중앙 확장으로 이어지는 핵심 사례”로 꼽힌다.

복지부 관계자는 “광명시의 성과는 단순한 지원을 넘어 위기가구를 실질적으로 찾아내는 데 있었다”며 “이러한 운영 경험이 전국 사업 설계의 기반이 됐다”고 설명하고, “필요한 순간 국가가 먼저 손을 내미는 복지로 정책 흐름을 전환하겠다”고 덧붙였다.

광명시청_메인중앙하단_260824
안성시청_바우덕이축제_메인 하단_260908

‘먹거리 기본보장’은 현재 한국 사회가 직면한 구조적 위험과도 맞닿아 있다. 각종 통계에 따르면 우리나라 65세 이상 노년층의 상대빈곤율은 40%에 육박해 OECD 국가 가운데 가장 높은 수준으로 나타난다. 전체 인구를 놓고 보더라도 중위소득의 절반에도 못 미치는 상대빈곤 가구 비율은 최근 기준으로 약 15% 수준으로 추정된다.

빈곤·고립이 부른 구조위기
민관협력으로 이어진 안전망

광명시 광명푸드뱅크마켓센터 등 기존 지자체 시범 운영의 실효성이 확인된 일명 ‘그냥드림’ 사업이 전국 시범사업으로 확대된다. 사진은 광명푸드뱅크마켓센터을 방문한 방문객. (사진제공=광명시)
광명시 광명푸드뱅크마켓센터 등 기존 지자체 시범 운영의 실효성이 확인된 일명 ‘그냥드림’ 사업이 전국 시범사업으로 확대된다. 사진은 광명푸드뱅크마켓센터을 방문한 방문객. (사진제공=광명시)
광명시 광명푸드뱅크마켓센터 등 기존 지자체 시범 운영의 실효성이 확인된 일명 ‘그냥드림’ 사업이 전국 시범사업으로 확대된다. 사진은 광명푸드뱅크마켓센터을 방문한 방문객. (사진제공=광명시)
광명시 광명푸드뱅크마켓센터 등 기존 지자체 시범 운영의 실효성이 확인된 일명 ‘그냥드림’ 사업이 전국 시범사업으로 확대된다. 사진은 광명푸드뱅크마켓센터을 방문한 방문객. (사진제공=광명시)

국가 안전매트로의 진화
본사업 전환 향한 과제들

1인가구 증가와 사회적 고립, 실직과 질병 같은 갑작스러운 위기는 생계 기반을 순식간에 무너뜨리는 요인이 되고 있지만, 기존 복지 체계는 신청주의 중심이라 위기에 처한 많은 가구가 제때 제도 안으로 들어오지 못한다는 지적이 꾸준히 제기돼 왔다. ‘먹거리 기본보장 코너’는 바로 그 틈을 메우기 위한 정책으로, 밥 한 끼가 당장 필요한 사람에게 먼저 다가가는 공공 시스템을 구축하려는 시도라는 분석이 나온다.

운영 방식은 민관협력을 중심으로 한다. 광역푸드뱅크는 매월 일괄 구매한 물품을 기초푸드마켓에 전달하고, 각 사업장은 중앙 지원분과 지역 기부 물품을 합쳐 배분한다. 신한금융그룹과 사회복지공동모금회, 한국사회복지협의회는 4자 협약을 통해 3년간 45억원의 민간 재원을 지원하기로 했으며, 혹한기와 혹서기에 대비한 에너지 키트 지원도 함께 추진된다.

보건복지부는 이번 시범사업을 ‘최후의 사회안전매트’라고 규정하며, 빈곤과 고립, 생계 불안 등 구조적 위험이 커진 사회에서 국가가 신속하게 개입할 수 있는 기반을 마련한다는 취지를 강조한다.

광명시가 대표 성공사례로 평가받는 이유는 세 가지로 요약된다. 첫째는 지원 문턱을 과감히 낮춘 즉시지원 구조다. 광명시는 1차 방문 시 어떠한 서류도 요구하지 않고 바로 물품을 제공해, 도움이 필요하지만 도움을 요청하지 못했던 시민들이 실제로 문을 두드릴 수 있게 만들었다. 둘째는 2차 상담 과정에서 위기가구 발굴 실적이 높았다는 점이다. 광명시는 상담 체계를 정교하게 구축해 경제, 건강, 주거 문제를 적극적으로 확인했고, 그 결과 새롭게 발견된 위기가구 비율이 다른 지자체보다 높았다는 평가를 받았다. 셋째는 안정적인 민관협력 기반을 구축해 운영의 지속성을 확보했다는 점이다. 광명푸드뱅크마켓센터를 중심으로 지역 기부 네트워크가 조기에 구축돼 물품 수급이 안정적으로 이뤄졌고, 이 운영 구조가 장기적인 정책 확장에도 중요한 토대가 됐다.

정부는 이번 시범사업 기간 동안 지역별 운영 데이터를 분석해 내년 5월 본사업 전환 시 지원 기준과 상담 체계, 물품 배분 구조 등을 표준화할 예정이다. 빈곤과 고립이 심화되는 현실 속에서 긴급 먹거리 지원은 더 이상 선택이 아니라 필수 안전망이라는 인식이 확산되는 가운데, 광명시에서 시작된 작은 시도가 국가 단위의 공공정책으로 자리 잡을 수 있을지 주목된다.

박승원 광명시장은 “먹거리는 누구나 누려야 할 가장 기본적인 권리이자 생존을 지키는 최소한의 안전망”이라며 “시민 누구도 먹거리로 어려움을 겪지 않도록 먹거리 기본권을 촘촘하게 보장하고, 지속가능한 광명형 기본 복지안전망을 완성해 나가겠다”고 밝혔다.

수원특례시의회_08 (265x118)
260623_인천도시공사

저작권자 © 중앙신문 무단전재 및 재배포, AI학습 및 활용 금지

관련 기사

0개의 댓글

댓글이 없습니다. 첫 댓글을 작성해보세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