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피니언 기자수첩

[기자수첩] 음료 속 유리조각이 던지는 질문

이건구 기자
이건구 국장
이건구 국장

마시는 음료에서 유리조각이 나왔다는 사실은 충격을 넘어 공포에 가깝다. 더구나 이번 사건은 한 제조업체에서 생산된 같은 브랜드 제품에서 짧은 기간 두 차례나 유리조각이 검출되며, 단순한 사고로만 보기 어려운 지점을 드러냈다. 무엇보다 처음 이 사실을 확인한 사람은 전문 검사기관도, 유통업체도 아닌 평범한 소비자였다. 제품을 구입해 마시던 중 병목에서 이물질을 발견하고 식품의약품안전처에 신고하면서 사건이 드러났다는 점은, 식품안전 체계의 기본 구조가 뒤집힌 상황을 상징적으로 보여준다. 소비자가 '마지막 감시자'가 되어서는 안 되기 때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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더 심각한 것은 위험이 반복적으로 발생했다는 점이다. 지난 12일 동일 제품에서 유리조각이 검출돼 회수 조치가 이뤄졌고, 불과 며칠 뒤인 25일에는 소비기한이 다른 제품에서 또 유리조각이 확인됐다. 두 제품은 생산일자가 서로 다른 만큼, 공정 전반에서 파손과 혼입이 일어났을 가능성이 있다. 이는 단일한 실수가 아니라 제조·검사·선별이 결합된 안전망이 여러 단계에서 제대로 작동하지 않았다는 뜻이다. 유리병의 파손은 제조 과정 어디에서나 발생할 수 있지만, 그 위험을 걸러내지 못한 채 제품으로 이어졌다는 사실은 공정 관리 체계 전체가 점검 대상이 됐음을 의미한다.

이번 사건에서 유통업체가 같은 용기를 사용하는 다른 제품까지 자율회수에 나선 조치 역시 가벼이 볼 일이 아니다. 이는 문제가 특정 생산일자 제품에 국한되지 않을 수 있다는 우려를 반영한다. 소비자 안전에 대한 책임이 제조사·유통사·규제기관 사이에서 어떻게 배분돼야 하는지 다시 묻게 되는 장면이기도 하다. 제조사가 찾지 못한 위험을 소비자가 먼저 확인하고, 유통사가 뒤늦게 대응하는 구조는 결코 정상이라 할 수 없다. '회수에 착수했다'는 설명만으로는 흔들린 신뢰를 되돌릴 수 없다.

식품안전은 '대체로 괜찮음'이 아니라 '언제나 완전함'이어야 한다. 병 음료에서 유리조각이 발견되었다는 것은 소비자가 입·식도·위에 직접적인 상해를 입을 수 있는 치명적 위험과 직결된다. 그럼에도 위험을 가장 먼저 감지한 사람이 소비자였다는 사실은 우리 사회의 안전 체계가 어디서 무너졌는지를 적나라하게 보여준다. 식약처가 회수 조치를 지시하고, 제조 과정에서의 혼입 경위를 조사 중이라고 밝혔지만, 그 자체가 문제 해결의 종착점이 되어서는 안 된다. 회수 이후 어떤 조치들이 실제로 실행되는지가 무엇보다 중요하다.

결국 우리가 묻고 싶은 핵심은 단순하다. “왜 소비자가 스스로 위험을 감지해야 했는가?” 이 질문에 답하지 못한다면 같은 사고는 이름과 제품만 바뀐 채 되풀이될 것이다. 제조사는 공정 전반의 설비·검사·관리를 근본부터 다시 점검해야 하고, 유통사는 제품 안전을 유통 단계에서 확인할 수 있는 감시 체계를 강화해야 한다. 규제기관 역시 반복 위험이 나타날 때 적용할 수 있는 제도적 대응을 재정비해야 한다.

포천에서 시작된 이 작은 유리조각은 안전에 대한 우리의 인식과 시스템에 남아 있던 빈틈을 여실히 드러낸다. 소비자가 느끼는 감정은 단순한 놀람이나 불편이 아니라 '불신'이다. 신뢰는 한 번 깨지면 쉽게 돌아오지 않는다. 소비자가 더 이상 위험의 최전선에 서지 않아도 되는 사회, 그것이 이번 사건이 남긴 가장 중요한 과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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