요즘 정부는 입만 열면 ‘지방 소멸’을 걱정한다. 섬을 살리겠다고 각종 지원 사업을 내놓고 도서 민생을 챙기겠다고 예산도 편성한다. 그런데 덕적도와 인근 섬마을을 오가는 나래호 폐지 논란을 들여다보면, 이 말들이 얼마나 가벼운 약속이었는지 금세 드러난다. 소멸은 안 된다며 지원하고, 정작 소멸로 이어질 항로는 끊겠다는 모양새다. 웃기다 못해 씁쓸한 장면이다.
덕적도 주민들이 인천해양수산청 앞에 서서 “나래호는 생명선”이라고 외친 건 과장이 아니다. 병원에 가고, 장을 보고, 아이들이 육지 학교에 다니고, 노인들이 자식들 얼굴 보러 나가는 길이 바로 그 배 한 척에 매달려 있다. 육지에서는 버스 노선 하나 없어져도 민원이 빗발치는데, 섬에서는 그 노선이 곧 ‘배’다. 배가 끊기면 생활권 전체가 잘려 나간다. 이를 승객 수와 적자 규모로만 계산하는 건 삶을 엑셀 셀 몇 칸으로 줄이는 일이다.
인천해수청의 논리는 단순하다. 이용객이 줄었고, 적자가 늘었으니 2026년부터 국가보조항로 지정을 취소하겠다는 것이다. 하지만 애초에 나래호는 ‘돈이 안 되니까’ 국가가 결손금을 메우며 유지하겠다고 만든 국가보조항로다. 섬 주민 이동권은 시장이 아니라 국가가 책임지겠다고, 그래서 세금으로 적자를 보전하겠다고 약속한 사업이다. 그런 항로를 놓고 “적자니까 없애겠다”는 말은, 정책의 목적을 자기 손으로 뒤집는 것과 다르지 않다. 소멸을 막겠다던 손이, 다른 손으로 소멸의 스위치를 올리고 있는 꼴이다.
문경복 옹진군수의 문제의식도 여기서 출발한다. 그는 “섬 주민 이동권은 국가가 지켜야 할 기본권”이라고 못 박으면서, 나래호를 없애는 전제에서 논의되는 해누리호 대체안을 선뜻 받아들일 수 없다고 했다. 주민 생활 편익을 해치는 방식이라면, 어떤 ‘대체선’도 정답이 될 수 없다는 것이다. 인천 접근성을 명분으로 들이밀지만, 정작 덕적도 주민의 일상 접근성은 더 나빠진다면 그건 발전이 아니라 후퇴다. 섬을 위한 배가 아니라, 섬을 통과하는 배가 될 뿐이라는 냉정한 판단이 깔려 있다.
더 근본적인 문제는, 정부가 한쪽에서는 도서 지원 사업을 늘려가면서, 다른 한쪽에서는 그 지원의 전제가 되는 이동권을 스스로 잘라내고 있다는 점이다. ‘섬 재생’, ‘섬 활력’, ‘도서 소멸 방지’ 같은 그럴듯한 구호 뒤에, 정작 섬과 육지를 잇는 항로 하나 지켜내지 못하는 행정이 숨어 있다. 이렇게 정책과 현실이 서로를 향해 엇박자를 내면, 가장 먼저 무너지는 건 숫자가 아니라 사람이다. 떠나고 싶지 않아도 떠나야 하는 주민들, 남고 싶어도 남을 수 없게 되는 마을이 늘어난다.
국가가 정말 섬을 살리겠다는 마음이 있다면, 가장 먼저 지켜야 할 것은 그 섬으로 들어가고 나오는 길이다. 나래호는 그 길의 다른 이름이다. 덕적도가 관광지가 아니라 누군가의 ‘집’이라면, 그 집으로 돌아갈 배부터 지켜야 한다. 소멸은 안 된다며 지원하고, 소멸로 내모는 항로를 끊는 것. 웃기는 건 맞다. 그리고 그 웃음의 대가는, 섬 주민들의 고립감과 상실감으로 치러지게 된다. 나래호는 그래서 유지돼야 한다. 그것은 섬의 문제가 아니라, 이 나라가 약속을 어떻게 대하는지에 대한 시험지이기도 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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