양주시 종합장사시설 건립사업이 행정안전부 지방재정 중앙투자심사에서 '재검토' 판정을 받았다. 시는 “재검토는 불승인이 아니라 보완 후 재심사가 가능한 유보 조치”라고 설명했다. 사실관계는 맞다. 그러나 시민들에게 이 해명은 궁색하게 들릴 수 있다. 이번 판정은 사업의 타당성이나 재정 안정성 부족 때문이 아니라, 가장 기본적인 과제를 소홀히 한 결과이기 때문이다.
행안부가 제시한 사유는 명확하다. 주민과의 소통 부족, 공동추진 지자체 간 이견. 두 항목 모두 본질적 결함이라기보다 사전에 충분히 관리할 수 있었던 영역이다. 후보지로 결정된 양주시 백석읍 방성1리 일원은 회천신도시와 인접해 주민 반발이 강했다. 생활환경 악화, 부동산 가치 하락 우려가 꾸준히 제기됐지만, 시가 이를 설득할 구체적 보완책과 설계 대안을 충분히 제시했는지 묻지 않을 수 없다. 6개 시가 함께하는 공동추진 구조에서도 사업비 분담, 운영권 배분, 책임 범위가 깔끔히 정리되지 않았다. 이 상태로 심사대에 올렸다가 ‘재검토’를 받은 건, 준비 부족이라는 지적을 피하기 어렵다.
더 뼈아픈 대목은 이 시설이 필요한 사업이라는 점이다. 양주시의 화장 수요는 2023년 약 1800건에서 2040년 3500건, 2050년 4300건으로 급증할 전망이다. 그러나 지역 내 화장시설이 턱없이 부족해 시민들이 인근 도시로 원정 화장을 가는 불편이 계속된다. 이를 해소하려고 시는 2023년 건립추진위원회를 꾸렸고, 같은 해 12월 백석읍 방성1리를 최종 후보지로 확정했다. 남양주·의정부·구리·동두천·포천 등 6개 시와 협약도 맺었다. 계획의 윤곽은 갖췄지만, 주민 수용성과 지자체 합의라는 핵심 과제가 미완성인 채 절차를 서둘렀다는 인상을 지우기 어렵다.
종합장사시설은 단순 화장장이 아니다. 봉안당과 자연장지, 공원형 공간을 결합한 친환경 복합시설로 계획돼 있다. 시민을 위한 시설이라면, 시민과 함께 설계하고 시민이 납득할 근거와 데이터를 제시해야 한다. 보여주기식 설명회나 원론적 홍보로는 신뢰를 얻기 어렵다. 반대 논리에 대응하는 교통·환경·경관 시뮬레이션, 생활 불편을 줄이는 완충 대책, 인근 지역과의 상생 패키지 등이 수치와 그림으로 제시돼야 한다. 공동추진 지자체 간에는 분담 비율·운영 체계·위기 대응 절차를 문서로 명확히 합의해야 한다.
재검토는 분명 기회다. 동시에 경고이기도 하다. 이번에 보완하지 못하면 다음 단계는 '반려'일 수 있다. 반려는 사실상 처음부터 다시 기획해야 한다는 뜻이다. 이제 양주시가 해야 할 일은 “불승인이 아니다”라는 변론이 아니라, 왜 재검토를 받았는지에 대한 냉정한 자기 점검이다. 절차와 과정을 투명하게 공개하고, 주민과의 대화는 형식이 아니라 해법 제시의 장으로 바꿔야 한다. 공동추진 지자체와의 협의도 회의록 수준을 넘어 실효적 합의로 완성해야 한다. 큰 조직일수록 작은 준비가 승패를 가른다. 이번 재검토를 각성의 계기로 삼을 수 있다면, 사업은 다시 설 수 있다. 지금 필요한 것은 변명이 아니라, 프로다운 설계와 설득이다. 시민 앞에 떳떳해지려면, 그 길뿐이다.




댓글이 없습니다. 첫 댓글을 작성해보세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