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피니언 칼럼

[두물머리] 구멍이라도 뚫어야 하나

김성운 기자
김성운 기자
김성운 국장

최근 캄보디아 사건이 연일 보도되며 사회적 충격을 주고 있다. 고수익 취업을 미끼로 해외에 끌려간 청년들이 범죄 조직에 감금되고 협박을 당했으며, 일부는 목숨까지 잃었다. 더 큰 문제는 이들을 그곳으로 연결해 준 이들이 다름 아닌 친구, 대학 동기, 지인이라는 사실이다. 신뢰를 기반으로 한 관계가 돈 앞에서는 유혹의 통로로 변질된 것이다. 결국 모든 근원에는 돈이 있었다. 단기간에 큰돈을 벌어보려는 욕망, 생계의 압박이 인간관계마저 거래화시킨 셈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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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늘날 돈의 위상은 과거와는 비교할 수 없다. 생존을 위한 도구였던 돈은 이제 인간의 가치와 관계를 재단하는 기준이 됐다. “돈이 먼저냐, 건강이 먼저냐”라는 질문에 옛사람들은 주저 없이 건강을 택했지만, 현실은 다르다. 병원비가 없으면 치료조차 받지 못하고, 교육과 기회도 돈이 있어야만 가능하다. 결국 건강과 행복조차 돈의 그늘에서 벗어나지 못한다. “움직이면 다 돈이다”라는 말은 단순한 푸념이 아니라 냉정한 현실 진단이다.

사기 역시 이와 다르지 않다. 보이스피싱, 투자사기, 고수익 알선사기 등 숱한 사건들의 출발점은 돈이다. 누군가는 욕망 때문에 속이고, 누군가는 절박함 때문에 속는다. 그 결과 신뢰는 무너지고 공동체는 상처를 입는다. 돈이 사람 위에 군림하는 순간 사회는 사회로서의 기능을 잃고, 시장의 논리만 남는다.

예전 한 종교인의 말이 떠오른다. “예전에는 돈에 구멍이 뚫려서(엽전, 상평통보) 사람이 먼저 보였는데, 지금은 돈이 막혀서 돈만 보인다.” 상평통보의 네모난 구멍은 단순한 실용이 아니라 돈이 본래 흘러야 하는 성질을 보여주었다. 돈은 흐르며 사람과 사람을 이어주는 매개여야 한다. 그러나 지금은 그 구멍이 막혀 돈이 사람을 가리고, 인간관계의 빛을 차단하고 있다.

우리 사회는 IMF 사태를 겪으며 돈의 무게를 절실히 경험했다. 그때부터 돈은 단순한 생활 수단을 넘어 삶의 존망을 결정하는 절대적 권력으로 자리 잡았다. 그러나 IMF 이후 25년이 지난 지금, 우리는 돈의 위치를 다시 돌아봐야 한다. 인간이 먼저이고 돈은 그다음이라는 단순한 원칙을 회복하지 않는다면, 앞으로의 위기에서도 같은 오류를 반복할 수밖에 없다. 지금 돈에 다시 구멍을 뚫어야 하나. 돈이 사람을 가리지 않고 사람을 향해 흐르도록, 인간이 돈보다 먼저 보이도록 해야 한다. 그것이 사람이 사는 사회의 출발점이다. 돈보다 사람이 먼저 보이도록, 우리가 사용하는 화폐에 구멍이라도 내야 하나. 언제나 사람이 먼저라는 것을 잊지말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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