의정부시 재정 논란은 지난 6월 행정사무감사장에서 비롯됐다. 한 시의원이 “순세계잉여금 1293억원이 있는데도 지방채를 발행했다”며 “곳간은 텅 비었는데도 빚을 내는 무능 행정”이라고 지적한 것이 발단이었다. 발언은 곧장 SNS와 유튜브로 확산되며 ‘재정 파탄’이라는 불안한 프레임을 낳았다. 하지만 이 표현에는 모순이 숨어 있다. 잉여금이 1293억원 있다는 사실과 ‘곳간이 텅 비었다’는 말은 정면으로 충돌한다. 실제 구조를 뜯어보면, 806억원은 상·하수도·소각장 같은 특별회계로 묶여 있어 일반 재원으로 전환할 수 없다. 487억원도 이미 추경에 반영돼 시민 사업에 쓰이고 있거나 집행 중이다. 즉, 눈에 보이는 총액은 크지만 ‘자유롭게 쓸 수 있는 돈’은 사실상 거의 없는 셈이다. 그러나 정치적 언어는 이런 맥락을 생략한 채 단순히 “돈이 있는데 왜 빚을 내느냐”는 구도로 변형되었고, 그 과정에서 시민 불안만 증폭됐다.
시는 곧바로 대응에 나섰다. 18일 강현석 부시장이 시의회를 찾아 서한을 전달하며 “왜곡된 주장이 시민 불안을 키우고 있다”고 반박했고, 20일에는 기자회견을 열어 재정 구조를 직접 설명했다. 그는 “순세계잉여금은 남는 돈이 아니라 미래 필수 인프라 투자금”이라며 민락2 하수처리시설, 자원회수시설 등 구체 사업을 예로 들었다. 또 464억원 규모의 지방채는 민선8기 이전부터 추진된 사업을 마무리하기 위한 불가피한 선택이라고 강조했다. 채무비율도 3.41%로 전국 평균의 절반 수준이라며 재정 건전성에는 문제가 없다는 점을 수치로 제시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이미 퍼져버린 불안은 쉽게 사그라들지 않았다. 일부 정치인의 주장처럼 “빈 수레가 요란하다”는 속담이 딱 들어맞는다. 실체보다 목소리가 커서 논란이 증폭된 것이다. 시 역시 뒤늦게 해명에 나서면서 “소 잃고 외양간 고친다”는 비판을 피하기 어려웠다. 논란이 번지기 전, 시민들에게 더 선제적이고 투명한 설명을 했다면 불필요한 소모전은 피할 수 있었을 것이다.
지금 의정부에 필요한 것은 잉여금과 지방채를 둘러싼 단순한 말싸움이 아니다. 의정부시는 재정자립도 22.1%에 머무르고, 지역내총생산(GRDP)과 지방세 수입은 경기도 내 최하위권이다. 반면 사회복지 예산 비중은 전국 최고 수준이다. 이런 구조 속에서 지방채는 불가피한 측면이 있고, 장기적으로는 기업 유치, 미군 반환 공여지 개발 같은 근본적 해법이 절실하다. 그럼에도 정작 여론은 숫자만을 앞세운 피상적 논쟁에 머물러 있다.
재정의 본질은 돈이 남았느냐, 빚을 냈느냐의 문제가 아니다. 시민의 삶을 어떻게 개선하고 도시의 미래를 어떻게 설계하느냐가 핵심이다. 불안을 정치의 무기로 삼는 순간, 그 피해는 고스란히 시민에게 돌아간다. 교부세 삭감을 운운하며 위기감을 조장하는 것도, 잉여금 총액만 들이밀며 빚을 문제 삼는 것도 모두 불필요한 프레임일 뿐이다.
걷잡을 수 없이 퍼져나간 이번 재정 공방은 이제 마침표를 찍어야 한다. 더 이상 왈가왈부할 시간이 아니다. 이번 사태는 의회와 집행부 모두에게 경고를 던진다. 이제는 불안을 파는 정치가 아니라, 희망을 설계하는 행정으로 나아가야 한다. 빈 수레의 요란함도, 외양간 고치기의 뒷북도 이제 충분하다. 의정부시가 이번 논란을 교훈 삼아 불필요한 소모전을 끝내고, 시민과 함께 더 단단히 성장하는 도시로 나아가길 바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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