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치란 시민을 위한 행정과 견제 사이의 균형 위에 서야 한다. 그러나 31일 고양시에서 벌어진 시장과 시의회의 예산 갈등은 이 균형이 통째로 흔들리고 있다는 인상을 주고 있다. 이동환 고양시장은 약 161억원의 예산 삭감을 두고 “시민을 외면한 결정”이라며 시의회를 “패악질”로 비유했고, 김운남 시의회 의장은 “시장 독단의 결과”라며 정면으로 반박하고 있다.
양측 모두 시민을 위한다고 말하지만, 정작 그 말들 속에서 시민은 주어가 아니라 도구처럼 느껴진다. 시장은 “미래 투자”라며 스마트시티와 복지 예산 삭감을 문제 삼았고, 의회는 “준비 부족”과 “실효성”을 들며 삭감의 정당성을 주장했다. 양측 주장은 각각 일리가 있다. 그러나 문제는 그 표현과 태도다.
시장에게 의회는 감정의 대상이 아니다. '패악질'이라는 표현은 민주주의의 기본 질서인 권력 분립을 흔드는 위험한 언어다. 의회 역시 비판에 맞서는 수준을 넘어 '남 탓 그만'이라며 감정적 대응으로 흐르고 있다. 둘 다 협치는커녕 갈등만 증폭시키고 있다. 예산은 시민의 삶에 직결되는 문제다. 시의회가 제대로 된 검토 없이 삭감했다면 책임을 져야 한다. 반대로 시장이 미흡한 계획으로 '성과 쌓기'에 급급했다면 역시 시민의 신뢰를 잃게 된다. 결국 중요한 것은 정책의 정당성과 실행 가능성이다. 예산은 정치적 무기가 아니라 시민을 위한 도구여야 한다.
정작 시민을 위한다면 '시민을 위하는 길'이 어떤 말과 행동인지 다시 한 번 생각해야 한다. 오늘 던진 말, 오늘 취한 태도는 일시적인 논쟁에서 끝나지 않는다. 시간이 지나면 모두 고양시 역사의 페이지에 고스란히 남는다. 언어는 기록되고, 행동은 평가받는다. 정치를 하는 자라면 말의 무게와 행동의 파장을 두려워할 줄 알아야 한다. 시민들이 지켜보고 있다.
지금 필요한 건 상대를 향한 비난이 아니라, 시민을 향한 책임이다. 정쟁이 아닌 협의의 정치로 돌아오길 바란다. 시민은 더 이상 정치적 갈등의 희생양이 되어서는 안 된다. 이를 전해들은 고양시민들은 정치인이 왜 존재해야 하는지를 되묻고 있다. 배우 이병헌씨가 출연한 영화 '광해, 왕이 된 남자'에서 허균역을 맡은 류승용씨가 가짜 임금 하선(이병헌)에게 말한다. “정치는 자잘못을 따지는 게 아닙니다” “정치는 하나주고 하나 얻는 겁니다”라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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