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피니언 칼럼

[김연호의 시선(視線)] 명절의 사회학

김연호 기자
김연호 수원시노사민정협의회 사무국장
김연호 수원시노사민정협의회 사무국장

“명절에 더는 전 부칠 필요 없다” 지난 추석과 이번 설에 주요 언론사에서 뽑은 기사 제목이다. 우리나라의 명절 문화를 다시금 생각하게 만든 다소 자극적인 신문기사 제목은 성균관에서 ‘차례상 간소화 방안’을 한국프레스센터 기자회견장에서 발표한 것이 그 발단이 되었다. 2022년 유교 전통문화의 계승을 주도해온 성균관의례정립위원회에서 ‘차례상 표준안’을 발표하면서 전을 부치느라 더는 고생하지 말라는 점과 음식 가짓수는 최대 9개면 족하다는 점을 제안하였다. 어린 시절 할머니와 어머님이 명절 음식을 준비하시느라 고생하셨던 것을 기억하는 필자로서는 어머님에 대한 안쓰러운 마음과 죄송스러운 생각이 먼저 들었고, 전통적인 문화와 예식을 고집스럽게 강조해온 성균관에서 차례상 간소화를 제안하는 것을 보고는 세상이 정말 많이 변했다는 것을 느낄 수 있었다. 우리에게 명절은 어떤 의미를 갖고 있는가? 차례 지내는 것이 얼마나 중요하기에 우리 할머니 어머님들이 명절 후 며칠 몸져누울 정도로 집중적인 가사 노동을 하게 만들었고, 허례허식이라는 비난을 들어가면서도 전 국민이 경제적 비용을 기꺼이 부담하는 건지? 예전에 비해 명절 문화가 많이 변했다고는 하는데, 앞으로 우리네 명절 문화가 어떻게 변화할 것인지에 대한 의문이 생겼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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설 다음날 몇몇 지인들과 함께 한 술자리에서 C선배가 자리에 앉자마자 고향인 고흥을 갔다 오느라 이틀 동안 무려 20시간을 운전하느라 너무 힘들었다고 하소연했다. 다소 푸념 섞긴 어투와는 달리 그 선배는 당연히 해야 할 일을 했고 뭔가 뿌듯해하는 거 같았다. 그 선배가 어떤 느낌이었는지를 어렴풋하게나마 이해할 수 있었다. 어느 순간 대학시절 나를 사로잡았던 에밀 뒤르케임의 의례(儀禮, Ritual)라는 단어와 민중의례가 떠올랐다. 80년대 후반 대학가에는 가두시위나 교문 싸움을 앞두고는 민주인사에 대해 묵념을 하고 출정가를 부르는 등의 민중의례라는 것이 있었다. 그 분위기는 숙연했고, 비장스러웠고 결연한 의지를 다지는 신성스러운 의례였는데, 그런 고귀한(?) 의례를 너무 분석적으로 가볍게 보는 것 같아 반발심이 생겨났던 기억이 있다.

칼 마르크스, 막스 베버와 더불어 사회학의 3대 거두인 에밀 뒤르케임은 종교사회학에서 의례의 사회통합 기능을 강조하였다. 그 대표적인 사례로는 공식적인 국가 행사에서 국민의례가 국가 정체성을 확보하고 애국심을 고취하는 정치적인 수단으로 활용되고 있는 것이다. 그 외에도 우리나라 세시풍속같이 과거의 문화적 계승에 의해 이루어지는 명절 의례도 있고, 올림픽이나 월드컵 같은 국제대회를 통해 조성되는 일종의 국뽕 같은 세속적 의례도 있다.

뒤르케임의 의례라는 개념에서 강조하고 있는 의례의 사회적 통합적 기능을 우리 명절문화에 적용하면 명절이라는 의례가 갖고 있는 순기능이 있을 것이다. 바로 ‘내적 결속력 강화’와 ‘소속감 부여’이다. 조상을 모신다는 것은 그저 명분이고, 가문 전체가 한 장소에 모여 음식을 준비하고 차례를 지내고 음식과 술을 먹으면서 가족 내의 위계서열을 다시 한번 확인하면서 실제로는 “우리는 한 가족이다”라는 숭고한 의례를 치르고 있는 것이다. 이러한 명절 문화의 순기능이 유지되는 한 우리의 명절 풍속은 상당 부분 지속될 것이다.

다만 그 형식과 규모는 급격하게 변할 것이다. 전통적인 성균관에서 제안했던 간소화 방안, 즉 경제적 부담과 가사 노동 강도를 줄이는 방향으로 갈 것이라는 점은 명확해 보인다. 전통적인 차례 문화를 다른 방안으로 대체하거나 아예 없애는 가구도 생겨날 것이다. 이제 시대 흐름에 걸맞은 새로운 명절 문화 조성은 거스를 수 없는 대세이다. 과연 20년 후 우리 명절 문화는 어떻게 바뀌어 있을까? 어린 시절 친구 사이인 70대 남자 넷이 한적한 콘도에 모여 인터넷에서 주문한 음식 9가지를 식탁 위에 놓고 ‘합동차례상’을 올리고 있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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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3개의 댓글

정문호 2023.01.30 16:15

뒤르케임의 의례 관점에서 본 설 명절에 새로운 시선이 느껴집니다. 하지만 현실 속에서 받아들이는 개인의 태도는 또 다른 영역이니~참 어려운 문제인 것 같습니다.

정문호 2023.01.30 16:14

뒤르케임의 의례의 관점에서 본 설 명절에 새로운 시선이 느껴집니다. 하지만 현실 속에서 받아들이는 개인의 태도는 또 다른 영역이니~참 어려운 문제인 것 같습니다.

백민성 2023.01.30 11:11

"그 형식과 규모는 급격하게 변할 것이다."라는 의견에 공감합니다. 이제 주변에서도 부부가 형식적인 차례, 제사를 그만두려는 사람도 많고, 부모님이 돌아가실 때 제사 지내지 말라고 유언을 남기시며 다음 세대에게 물려주지 않으려는 것이 현실입니다.

손종규 2023.01.30 08:03

저로써는 상당히 무거운 화두입니다. "제사는 내 대에 마지막이다"라는 아버지의 말씀과 가난한집 장손 며느리였던 할머니와 어머니의 노고를 생생하게 기억합니다. 역시나 넉넉치 않은 살림에 3대봉사, 명절차례를 위해 수고하는 집사람의 모습에 미안함을 갖기도 합니다만 형식이 무시되면 정신이 사라질까 두려운 사람이라 배운대로 하고 있습니다. 저 역시 제 자식에게 아버지와 같은 말을 합니다. "제사는 내 대에 마지막이다"

김정태 2023.01.29 15:26

변해가는 명절에 대해 다시한번 생각하게 해준 좋은글 감사합니다.

김연호 2023.01.29 17:24

고맙습니다. 우리 어린 시절 생각하면 명절 문화 정말 많이 변했습니다.

노정수 2023.01.29 12:02

전통의례와 관련, 정례화와 간소화를 논하기 이전에 정성어린 마음이라 생각합니다 자기 형편에 맞게 즐겁고 정성스런 마음만 있다면 정해진 틀이 아닌 좀 더 유연하게 대처할 수 있지 않을까 생각합니다. 늘 좋은 글~ 감사합니다

김연호 2023.01.29 17:25

어르신들이 정성을 강조하지요 ㅎㅎ

손종만 2023.01.29 10:21

명절문화가 정말 많이 바뀌었습니다. 명절문화 등 전통은 코로나 등 외적요인 뿐만이 아니라 시대의 흐름 자체로서도 변화가 수반되겠죠 좋은글 감사합니다.

김연호 2023.01.29 17:25

시대의 흐름을 거스릴수는 없지요.

연승흠 2023.01.29 09:03

공자가 살아야 교육이 산다. 그리고 마지막에 70대 노인 4명이 아니라 5명이 아닐까? 간만에 사회학자의 좋은글 보고갑니다.

김연호 2023.01.29 17:26

맞습니다 5명 모두 생존해야함다 ㅎㅎ

독고다이 2023.01.29 08:55

코로나가 가지고온 가장큰변화중하나가 명절모습이 아닌가 생각됩니다. 때로는 변화를 망설이는 이들에게 외부충격은 원동력이 될수있겠다는 생각도 해봅니다.

김연호 2023.01.29 17:27

적당한 수준에서의 외부 충격은 늘 필요하지요.

유정석 2023.01.29 02:18

좋은글 보고 갑니다.항상 화이팅 이십니다.

김연호 2023.01.29 17:28

네. 실장님 고맙습니다~

임선오 2023.01.29 01:28

무언가 도리를 했다며 뿌듯해 하셨다는 선배분의 생각에 공감하는 50대 나이의 저로써는, 미래세대들이 부모님 기일에 제사를 지내는 것이 여러가지 이유로 많이 부담스럽더라도, 비록 앞으로 점차 간소화는 될지라도 부모님을 그리워하는 진심어린 마음을 담는다면, 합동차례상 같은 방식도 나쁘지 않다고 생각합니다.

김연호 2023.01.29 17:29

언젠가 합동차례상 같이 합시다

송정훈 2023.01.29 00:52

시대 변화의 흐름속에서 정답은 없겠지만 간소회되고 편해지는 것이 정답일까? 라는 질문을 던져봅니다. 현실에 맞게 변화되는 것이 시대상의 반영이겠지만 그럼에도 불구하고 예전 방식의 그 모습이 그리워지는 건은 나만의 생각일까요? 필자의 생각에 동의를 하면서도 옛시절의 그리움을 간직하고픈 것은 우리 모두가 느끼고픈 아쉬움이자 그리움은 아닐까 생각해 봅니다. 아~~~~~옛날이여~~~~

김연호 2023.01.29 17:31

고기 먹고 세배돈 받고 새옷 입는게 좋아 설날을 설레는 맘으로 기대하던 시절도 있었습니다.

송정훈 2023.01.29 00:45

시대 변화의 흐름속에서 정답은 없겠지만 간소회되고 편해지는 것이 정답일까? 라는 질문을 던져봅니다. 현실에 맞게 변화되는 것이 시대상의 반영이겠지만 그럼에도 불구하고 예전 방식의 그 모습이 그리워지는 건은 나만의 생각일까요? 필자의 생각에 동의를 하면서도 옛시절의 그리움을 간직하고픈 것은 우리 모두가 느끼고픈 아쉬움이자 그리움은 아닐까 생각해 봅니다. 아~~~~~옛날이여~~~~

김명희 2023.01.29 00:40

명절을 앞두고 수많은 가정이 걱정을 한켠에 쌓두던 시절이 있었습니다 자녀도 하나나 둘 이젠 그들에게 1년에 제사나 명절을 지키라는건 서로에게 힘듦을 지어주는 것일겝니다 나부터 자녀들에게 차 한잔을 놓고 따뜻한 추억을 나누는 자리를 갖으렴~~~이라고 해야겠습니다 작가님께선 친구분들과 합동차례상...신박한 아이디어시네요

김연호 2023.01.29 17:32

아이스아메리카노면 족하지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