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피니언 칼럼

[김연호의 시선(視線)] 뒷것을 기억하라

김연호 기자
김연호 수원시노사민정협의회 사무국장
김연호 수원시노사민정협의회 사무국장

“우리 모두의 미래는 어린이” 어디서 들어본 듯한 말이지만, 70~80년대 민주화운동의 상징이 된 노래 ‘아침이슬’을 만든 김민기가 어린이가 꿈꿀 수 있는 미래를 위해 헌신하며 한 말이라는 것을 공중파 방송을 통해 알게 되었다. SBS에서 방영한 3부작 다큐멘터리 ‘학전 그리고 뒷것 김민기’는 방송을 본 시청자에게 깊은 울림을 주었고 필자에게는 그 여운이 아직도 이어지고 있다. 그 방송을 본 다음날 페이스북에 ‘뒷것 김민기’를 생각하며 하루 종일 김민기 노래를 듣고 있다는 글이 하나 올라왔다. 말이 페북 친구인지 생면부지의 사람이었지만, 그 방송을 보고 나랑 비슷한 감정을 느낀 사람이 있어 너무나 반가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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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실 80년대 학창 시절을 보낸 필자에게 김민기란 존재는 신화이자 전설이었다. ‘아침이슬’을 비롯한 그의 노래는 광장이나 뒤풀이 자리에서 수없이 들었지만, 그의 노래를 직접 들을 기회는 전혀 없었다. 그 흔한 방송이나 언론 인터뷰 기사에서도 그의 모습을 볼 수 없었다. 그런 전설적인 인물이 현재 암 투병 중이고 그의 일터였던 ‘학전’이 문을 닫는다는 안타까운 소식과 함께 우리 앞에 나타났다. 과거 자료 영상에서는 김민기의 모습이 등장하지만, 최근 인터뷰 장면에서 그의 얼굴은 끝내 카메라에 등장하지 않았다. 방송에서 영원한 뒷것을 자처한 그가 방송에 직접 얼굴을 드러내지 않은 이유를 어렴풋이 짐작할 수 있었다. 전면에 나서는 앞것이 주목받고 각광받는 세상에서 ‘뒷것 김민기’를 통해 뒷것의 의미를 다시금 되새기게 되었다.

시대를 불문하고 누구나 뒷것보다는 앞것이 되기를 원했고, 다수의 대중은 앞 것에 열광했으며 그 시대의 화려한 영웅을 원했다. 무대의 주인공인 앞것에 가려져 뒷것이란 존재는 파악하기도 어려웠고 그들 스스로 모습을 드러내지도 않았다. 1970년대 국가 주도의 산업화 이면에는 개발독재에 저항하는 민주진영의 치열한 투쟁이 있었다. 그 과정에 수많은 민주인사가 등장하였고, 상당수의 인사는 정치권의 앞것으로 활동하였다. SBS 다큐멘터리를 통해 드러난 김민기의 삶은 그 시절 현장 어느 곳에나 있었지만 뒷것으로 만 살아가기를 고집했다. ‘아침이슬’로 시작한 김민기의 20대는 그의 의사와는 무관하게 유신정권에 의해 금지곡 가수로 낙인찍혔고, 그의 말대로 그의 대학생활은 엉망진창이 되었다. 그 지인들이 방송에서 언급했듯이 김민기는 전면에 나서는 운동가나 활동가는 아니었지만, 앞것이 아닌 영원한 뒷것을 자처하며 인간에 대한 깊은 사랑으로 그 시대의 아픔을 온몸으로 떠안는다. 전면에 나서 남들 눈에 띄게 투쟁하지는 않았지만, 그만의 방식으로 조금 더 나은 세상을 위해 뒷것으로서의 역할에 충실한 삶을 살아간다. 그 서슬 퍼런 유신정권 감시하에서도 공장 노동자의 처참한 현실을 노래한 ‘공장의 불빛’을 만들었고, 12·12 군사반란이 일어난 당일에는 아이들을 위한 해송유아원 설립 자금을 마련하기 위해 콘서트를 강행하고 가수임을 거부했던 그가 기꺼이 무대 위에 올라 기타를 잡았다. 모두가 꿈을 꿀 수 있는 사회를 만들기 위해 신정야학을 운영했으며, ‘학전’을 통해 수많은 문화예술인을 배출했다. 언론 후속 기사를 통해 알게 되었는데, 그는 광산에서 광부로 살았고, 김양식장에서도 일하고, 한살림 초대 사무국장으로 활동하는 등 본 방송에서 담아내지 못한 이야기도 많다고 한다. 그 시대 누군가는 해야 할 일을 김민기는 오롯이 담당하였고, 그 선한 영향력은 누구나 알고 있는 유명한 앞것에 비해 결코 뒤지지 않았다. 흔적 없이 역사의 뒤안길로 사라질 뻔했던 김민기의 뒷것 이야기를 우리에게 선물한 방송 제작자에게 감사할 따름이다.

우리 사회에 뒷것이 김민기만 있는 것을 아닐 것이다. 어느 조직이나 단체에도 그 자신을 드러내지 않고 묵묵히 본인한테 주어진 역할을 충실히 수행하는 뒷것이 많을 것이다. 미래세대에도 앞것만 추구하지 말고 뒷것의 삶도 의미 있다는 점을 알려주고 싶다. 우리 모두 이제 앞것만 보지 말고 뒷것에도 관심을 갖자. 혹시 제2, 제3의 김민기가 있는지 잘 살펴보자. 지금 어디에선가 뒷것을 자처하며 고군분투하고 있을 수많은 뒷것들의 고난한 여정에 응원의 박수를 보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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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개의 댓글

명희 2024.05.22 18:18

지금도 열악한 연극계에서 4대보험과 출연 자들의 인센티브 제공은 선구자적 역할임이 놀랼만 하다 생각되었습니다 앞것은 뒷것이 있기에 존재하는걸텐데 말입니다

김정태 2024.05.22 16:21

모두가 앞에 나서기만을 원하는 시대지만 뒤에서 성실히 살아가는 사람들로인해 사회가 유지되는거겠지요.

독고다이 2024.05.22 16:02

자신의 자리에서 묵묵히 스스로의 책무를 다하고있는 모든이들에게 감사할 따름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