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제 경제일반

정기선 HD현대 회장 취임 1년…美 공략·신성장 동력 확보 속도

김훈기 기자
정기선 HD현대 회장. 청와대통신사진기자단. @ 연합뉴스

정기선 HD현대 회장이 오는 17일 취임 1주년을 맞는다.

정 회장은 지난 1년간 조선·건설기계 사업 부문을 재편해 시너지를 창출하고, 한미 조선협력 프로젝트 '마스가'(MASGA)를 고리로 한 미국 시장 공략과 신성장 동력 확보에 속도를 냈다는 평가를 받는다.

중국 조선업계의 기술 추격과 주력 계열사의 노사 갈등, 중동 정세 불안에 따른 리스크 등은 풀어야 할 과제로 꼽힌다.

15일 재계에 따르면 정 회장은 지난해 10월 17일 HD현대 사장단 인사를 통해 수석부회장에서 회장으로 승진했다.

1982년생인 정 회장이 2009년 현대중공업에 입사한 지 16년 만에 그룹 수장에 오르면서 HD현대는 37년 만에 오너 경영 체제로 복귀했다.

영국 왕실의 앤 공주가 HD현대중공업 울산 조선소에서 정기선 HD현대 회장과 이야기를 나누고 있다. HD현대 제공. @ 연합뉴스

HD현대는 정 회장 체제에서 조선·건설기계·에너지를 3각 축으로 하는 사업 포트폴리오를 강화했다.

조선 부문에서는 HD현대중공업과 HD현대미포가 지난해 12월 합병해 통합 HD현대중공업으로 출범했다.

양사의 설계·생산 역량과 기술력을 결집해 대형부터 중형 선박까지 아우르는 사업 경쟁력을 확보하는 한편, 마스가에 대비한 함정 건조 역량도 끌어올릴 계획이다. 이를 바탕으로 2035년 매출 37조원, 방산 부문 매출 10조원을 달성한다는 목표다.

미국 조선·방산 기업과 선박 공동 건조, 기술 교류 등으로 협력 범위를 넓히는 등 미국 시장 공략에도 공을 들이고 있다.

미국 방산기업 안두릴과는 무인수상정 공동 개발을 추진하며 미래 해군 전력 시장으로 협력 범위를 확대하고, 키윗과는 현지 선박 건조와 블록·모듈 생산 협력을 추진 중이다.

미래 성장동력 확보를 위한 대규모 투자에도 나섰다. 지난 9월 육상 발전용 엔진 생산기지와 소형모듈원자로(SMR) 전용 생산시설 구축에 총 1조722억원을 투자하기로 했다.

약 8336억원을 들여 힘센엔진 생산기지를 짓고 2386억원으로 SMR 핵심 기자재 생산 역량을 키워 인공지능(AI) 데이터센터 등 육상 발전시장과 차세대 원자력 에너지 분야로 사업 영역을 넓힌다는 구상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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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기선 HD현대 회장. HD현대 제공. @ 연합뉴스

건설기계 부문에서는 올해 1월 HD현대건설기계와 HD현대인프라코어가 합병해 HD건설기계가 출범했다. 현대(HYUNDAI)와 디벨론(DEVELON) 두 브랜드 체제로 2030년 매출 14조1000억원 달성을 목표로 하고 있다.

신시장 개척도 추진하고 있다. HD건설기계는 지난 5월 인도 굴착기 시장에서 월간 점유율 20.5%로 일본 히타치, 영국 JCB 등을 제치고 1위에 올랐고 칠레에서는 광산 밀집 지역에 거점을 새로 여는 등 광산장비 시장 공략에 나섰다.

엔진 사업에서는 이달 말 준공하는 군산 엔진 신공장을 거점으로 2030년 엔진 사업 매출 2조5000억원을 달성한다는 방침이다.

에너지 부문에서는 AI 데이터센터를 중심으로 한 글로벌 전력 수요 증가가 기회가 됐다.

HD현대일렉트릭은 지난 7월 글로벌 빅테크 기업과 최대 1조1212억원 규모의 장기 공급 기본계약을 맺었고, 올해 수주 확대에 힘입어 연간 수주 목표를 42억2200만 달러에서 51억8500만 달러로 22.8% 높였다.

글로벌 수요에 대응해 울산 초고압 변압기 공장을 준공한 데 이어 지난 3월에는 미국 앨라배마 제2공장 증설에 착수했다. 이를 통해 북미 초고압 변압기 생산능력을 50% 늘릴 계획이다. 청주 배전캠퍼스의 중저압차단기 연간 생산능력은 기존 500만대에서 850만대로 70%가량 끌어올렸다.

이재용 삼성전자 회장(왼쪽부터), 정의선 현대자동차그룹 회장, 구광모 LG그룹 회장, 정기선 HD현대 회장. @ 연합뉴스

정 회장이 마주한 과제도 적지 않다.

특히 중국이 글로벌 조선 점유율을 잠식하는 데 이어 액화천연가스(LNG) 운반선을 비롯한 고부가가치 선종에서도 기술력 격차를 빠르게 좁히고 있다는 평가가 나온다.

정 회장도 지난해 취임 담화문에서 "지금 우리 그룹이 당면한 경영환경은 매우 엄중하다. 미중 패권 경쟁과 경기침체, 중국발 공급과잉 등 복합적인 리스크가 우리를 둘러싸고 있다"면서 "특히 조선업은 올해 전 세계 선박 발주량이 급감하는 가운데 중국의 시장 잠식이 모든 선종에 걸쳐 가속화하고 있다"고 진단한 바 있다.

주력 계열사인 HD현대중공업의 노사 관계도 숙제다. 노조는 올해 교섭 과정에서 7차례 전 조합원 부분파업을 벌였고, 노사의 임금·단체협약 잠정합의안은 지난 2일 조합원 찬반투표에서 52.14%의 반대로 부결됐다.

정유·석유화학 부문의 경우 중동 전쟁으로 정제마진이 뛰면서 HD현대오일뱅크 실적이 개선됐지만, 전쟁이 예상보다 더 장기화하면 경영 타격이 불가피하다는 우려가 나온다.

파업에 참여한 HD현대중공업 노동조합원들이 구호를 외치는 모습. HD현대중공업 노조 제공. @ 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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