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제 증권

美빅테크 AI투자 'IT버블' 정점 넘었다…내년이 최대 고비

김경원 기자

AI 투자가 이끄는 자본집약적 전환…GDP 대비 투자 비중 2000년 정점 넘어

하나·LS증권 "대규모 디폴트 가능성은 낮으나 2027년 자금 부족분 피크"

'댄 아이브스 방한 기자간담회'가 14일 서울 영등포구 여의도에서 진행 중이다. @ 연합뉴스

미국 빅테크기업(하이퍼스케일러)들의 인공지능(AI) 인프라 투자가 2000년 '정보기술(IT)버블' 정점 수준을 넘어선 것으로 나타났다.

다만 대규모 파산 사태로 이어질 가능성은 낮고 신용 부담이 서서히 누적되는 가운데 2027년이 자금 조달의 최대 고비가 될 것이라는 분석이 나왔다.

15일 증권가에 따르면 미국 빅테크기업들의 AI 투자가 가속화하면서 자금 조달에 따른 금리 부담 우려가 커지고 있으나 우량 기업들의 강력한 현금 창출력 덕분에 투자 여력 자체가 급격히 무너지지는 않을 것으로 집계됐다.

박지빈 LS증권 연구원은 미국의 정보처리장비 및 소프트웨어 투자 비중이 국내총생산(GDP) 대비 5.05%(2026년 2분기 기준)를 기록하며 IT버블 정점인 2000년 4분기(4.46%)를 넘어섰다고 밝혔다.

과거 테크기업들은 소프트웨어나 연구개발(R&D) 위주의 무형자산 투자에 집중했으나 최근 AI 투자는 데이터센터, 전력·냉각 설비 등 자본집약적 투자로 전환되면서 외부 자금 조달 의존도가 크게 늘었다.

실제 알파벳·아마존·메타·오라클 4개사의 회사채 발행액은 2025년 1084억 달러에서 2026년 9월 누적 기준 2288억 달러로 급증했다.

그럼에도 전문가들은 현재의 AI 투자 열풍이 과거 IT버블 당시와는 구조적으로 다르다고 진단했다.

과거에는 700여개에 달하는 신규 통신 사업자들이 자체 현금 창출력 없이 빚으로 광섬유망 투자를 단행했다. 하지만 현재는 강력한 자체 영업현금흐름(OCF)을 보유한 소수의 우량 빅테크기업에 투자와 신용 위험이 집중돼 있다.

순레버리지 비율 역시 과거 통신사들에 비해 현저히 낮은 수준을 유지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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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영주 하나증권 연구원은 주요 기업들의 설비투자 증가세와 현금흐름 개선 시점을 고려할 때 자금 부담의 최대 고비를 2027년으로 꼽았다.

현재 컨센서스 기준 마이크로소프트를 제외한 알파벳, 아마존, 메타, 오라클 등은 2027년 잉여현금흐름(FCF) 적자에 따른 자금 부족분(Funding Gap)이 각각 300억~394억 달러에 달할 것으로 추정됐다.

이후 알파벳과 아마존은 2028년, 메타와 오라클은 2029년부터 FCF 흑자로 전환할 전망이다.

미국 10년물 국채금리가 6~7%까지 급등하는 스트레스 테스트 상황에서도 빅테크기업들의 채무 대응 능력은 견고한 것으로 평가됐다.

국채금리 7% 가정 시 2027년 예상 영업현금흐름 대비 이자 부담 비율은 알파벳 2.91%, 아마존 2.96%, 메타 3.47%, 오라클 8.95% 수준에 그친다.

이 연구원은 "금리가 급등하더라도 영업현금흐름 개선세가 뒷받침된다면 테크기업의 투자 여력이 급격히 무너지지는 않을 것"이라고 설명했다.

빅테크 외의 취약 차주나 일부 재무 민감도가 높은 기업에 대한 주의 지적도 제기됐다.

박 연구원은 "미국 연방준비제도(Fed)의 금리 인하가 시작되더라도 기존 장기 고정금리 채권의 이자 부담은 유지되고 신용 스프레드가 확대되면 차환 부담이 계속될 수 있다"며 오라클이나 네오클라우드처럼 현금 여력이 상대적으로 약한 차입자부터 신용 위험 신호가 나타날 수 있다고 분석했다.

이 연구원도 "하이일드 등급 테크기업, 레버리지 매수(LBO) 기업, 상업용 부동산 차주 등이 고금리 장기화에 따른 자금 조달 악화에 먼저 노출될 수 있다"고 경고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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