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왜 초등학교 때까지 운동한 아이들이 중학교에 가면 다른 지역으로 가야 할까?”
권상환 김포시 G-스포츠 배드민턴 엘리트 클럽 학부모회장이 김포 유소년 체육의 현실에 관심을 갖게 된 출발점은 거창한 체육정책이나 전문적인 연구에 의해서가 아니다.
아들이 배드민턴 선수 생활을 시작하면서 마주한, 학부모로서의 현실적인 고민이 그를 G-스포츠 배드민턴 엘리트 클럽 학부모회장에 까지 오르게 한 이유다.
초등학교에서 운동을 시작한 아이가 중학교와 고등학교에 진학해서도 같은 지역에서 선수 생활을 이어갈 수 있을까. 운동을 계속하고 싶어도 진학할 학교나 훈련 환경이 마땅치 않아 다른 지역을 선택해야 한다면, 지역에서 시작한 선수 육성의 의미는 무엇일까.
그는 이 질문을 개인의 문제로 남겨두지 않았다. 김포시 G-스포츠 배드민턴 엘리트 클럽 학부모회장을 맡은 데 이어 김포시체육회와 김포시배드민턴협회 이사로 활동하며 지역 체육의 구조적인 문제를 들여다보기 시작했다.
권 회장은 “처음에는 아이의 운동을 뒷바라지하는 학부모의 입장이었지만, 선수들이 중학교에 진학하면서 겪는 현실적인 문제를 직접 보게 됐다”며 “개인적인 문제를 넘어 김포 체육의 구조적인 문제를 해결해야 한다는 생각을 갖게 됐다”고 말했다.
■ 선수는 키우지만, 성장할 길은 충분한가
권 회장이 주목하는 문제는 선수 발굴 이후의 과정이다.
G-스포츠는 어린 선수들이 운동을 시작하고 재능을 키울 기회를 제공한다는 점에서 의미가 있다. 그러나 초등학교 단계에서 시작한 운동이 중학교와 고등학교까지 자연스럽게 이어지지 않는다면 선수 육성은 다음 단계로 넘어가는 과정에서 한계를 드러낼 수밖에 없다.
선수에게 필요한 것은 단순히 운동을 시작할 기회만이 아니다. 성장 단계에 맞는 훈련 환경과 전문 지도자, 안정적인 훈련시설, 상급학교 진학 이후에도 운동을 지속할 수 있는 여건이 함께 갖춰져야 한다.
그는 “초등학교에서 열심히 운동한 선수들이 중학교에 진학할 때 지역 안에서 계속 운동할 수 있는 환경이 충분하지 않다 보니 다른 지역의 학교나 클럽을 찾아 떠나는 경우가 발생한다”며 “부모 입장에서는 아이의 선수 생활을 계속하기 위해 지역을 떠날 수밖에 없는 상황이 생긴다”고 설명했다.
권 회장은 이를 단순히 중·고등학교 간 연계 부족으로만 보지 않는다. 선수 육성을 바라보는 관점과 운영 구조 전반을 함께 바꿔야 한다는 것이다.
재정 지원만으로는 충분하지 않다는 점도 강조한다. 선수들이 훈련할 체육관과 시설, 전문적인 지도 역량을 갖춘 코치, 지도자의 안정적인 처우가 뒷받침돼야 한다. 종목마다 필요한 시설과 훈련 방식, 선수 육성 체계가 다른 만큼 현장을 잘 아는 종목협회의 전문성도 적극적으로 활용해야 한다는 주장이다.
권 회장은 “배드민턴은 배드민턴의 특성이 있고, 테니스와 탁구, 수영도 각각 선수 육성 방식과 필요한 시설, 지도체계가 다르다”며 “교육청과 지자체뿐 아니라 종목협회와 지역사회가 함께 참여할 수 있는 제도적 구조가 마련돼야 한다”고 말했다.
■ 문제 제기에서 실천으로…장기중·운유고 체육관 활용 기반 마련
권 회장이 자신의 문제의식을 실천으로 옮기기 시작한 것은 2024년이다.
그는 지역 국회의원과 도의원의 도움을 받아 김포 장기중학교와 운유고등학교 체육관 시설을 활용할 수 있도록 협조를 이끌어냈다. 이를 바탕으로 초등부에서 중등부, 고등부까지 배드민턴 선수 육성이 이어질 수 있는 기반을 마련했다.
학교와 관계기관의 협조를 끌어내는 과정은 지역 체육의 연계가 단순히 필요성을 강조하는 것만으로 이뤄지지 않는다는 사실을 보여준다. 시설을 확보하고 관계기관을 연결하는 구체적인 실행 과정이 뒤따라야 하기 때문이다.
권 회장은 이 과정에서 김포시배드민턴협회의 역할에도 주목했다.
학교와 행정기관의 지원만으로는 선수 육성에 한계가 있으며, 실제 훈련에 필요한 시설과 지도 방식, 지역 체육 현장의 사정을 잘 아는 종목협회의 전문성과 네트워크가 중요하다는 것이다.
그는 “현장에서 문제를 발견하고 관계기관과 협력하면 실제로 변화시킬 수 있다는 것을 확인했다”며 “종목협회가 현장의 목소리를 전문적으로 전달하고 학교와 체육시설, 지도자, 지역사회를 연결하는 역할을 할 수 있다”고 말했다.
하지만 체육관 활용 기반을 마련한 것이 초·중·고 선수 육성 체계의 완성을 의미하는 것은 아니다. 선수들이 실제로 상급학교에 진학해 운동을 이어갈 수 있는지, 지도자와 훈련 여건이 지속적으로 확보되는지, 장기적인 운영체계가 갖춰지는지는 앞으로 풀어야 할 과제다.
권 회장의 제안이 일회성 시설 확보를 넘어 지속 가능한 선수 육성 시스템으로 이어질 수 있을지 주목되는 이유다.
■ 배드민턴에서 시작해 김포 엘리트 체육 전체로
권 회장이 궁극적으로 만들고 싶은 것은 배드민턴 한 종목의 성공 모델이 아니다.
그는 배드민턴에서 시도한 연계 모델을 테니스와 탁구, 수영 등 다른 G-스포츠 종목에도 적용할 수 있기를 바라고 있다. 종목별 특성을 고려하면서도 어린 선수를 발굴하고 육성해 상급학교와 전문선수 단계로 연결하는 기본적인 체계를 지역 안에 구축하자는 것이다.
이를 위해서는 기관별 역할을 명확히 나누고 협력 구조를 갖춰야 한다고 강조한다.
교육청은 교육과 선수 육성의 기반을 마련하고, 지자체는 행정과 시설을 지원하고, 체육회와 종목단체는 전문체육의 경험과 네트워크를 제공하는 방식이다.
여기에 학교와 선수·학부모, 지역 기업과 시민들의 참여가 더해져야 한다는 구상이다.
그는 G-스포츠를 단순히 예산을 지원해 아이들에게 운동을 시키는 사업이 아니라, 지역사회가 함께 아이들의 성장을 책임지는 시스템으로 발전시켜야 한다고 본다.
유소년 선수와 지역 생활체육 동호인을 연결하고, 나아가 실업팀까지 이어지는 구조를 만드는 것도 그가 고민하는 방향 가운데 하나다. 선수들이 지역에서 성장하고 활동하며, 자신의 재능을 다시 지역사회에 돌려줄 수 있는 선순환 구조를 만들자는 취지다.
권 회장은 “이러한 구상이 현실화되려면 종목별 선수 규모와 시설 여건, 지도자 확보, 재정 부담 등을 종합적으로 검토해야 한다. 기관 간 협력의 필요성을 넘어 누가 무엇을 맡고, 어떤 재원을 투입하며, 선수 육성의 성과를 어떻게 평가할 것인지 구체적인 실행계획도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 “김포의 아이들이 운동 때문에 김포를 떠나지 않도록”
권 회장이 김포시와 경기도교육청에 바라는 것은 단기적인 사업 확대보다 지속 가능한 중장기 체육정책이다.
어느 해에는 사업이 원활하게 운영되다가 다음 해에는 지원이나 운영 여건에 따라 흔들리는 방식으로는 어린 선수들의 성장 과정을 책임지기 어렵다는 판단에서다.
학교와 교육청, 지자체, 체육회, 종목단체가 각자의 역할을 나누고, 선수와 학부모가 현장의 목소리를 전달할 수 있는 협력체계를 마련해야 한다는 것이다.
권 회장은 “어떤 종목의 선수든 ‘나는 김포에서 운동을 시작했고, 김포에서 성장할 수 있다’고 생각할 수 있는 환경을 만들고 싶다”고 말했다.
그가 바라는 것은 선수 몇 명을 더 배출하는 데 그치지 않는다. 어린 선수가 운동을 시작한 뒤 성장하고, 진로를 설계하는 과정까지 지역이 함께할 수 있는 체육 환경이다.
아들의 선수 생활을 뒷바라지하며 시작한 고민은 이제 김포 유소년·청소년 엘리트 체육의 지속 가능성을 묻는 질문으로 이어졌다.
“김포의 아이들이 운동 때문에 김포를 떠나지 않아도 되는 도시를 만드는 것.”
권상환 회장이 제시한 목표가 개인의 바람을 넘어 지역 체육정책의 과제로 자리 잡을 수 있을지, 이제는 행정과 교육계, 체육계가 답해야 할 차례다.
*G-스포츠는 학교와 지역의 체육인프라를 통합한 “지역기반 스포츠클럽” 운영으로 학교체육-생활체육-엘리트체육을 연계하는 선순환시스템으로 전국 최초 경기도교육청-지자체(시·군 체육회)의 공공형 스포츠클럽 정책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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