상처가 난 노란 참외가 버려진다. 모양이 길고 울퉁불퉁한 조금 못생긴 고구마는 시장에 나오지 못한다. 맛에는 문제가 없다. 하지만 외관이 규격에 맞지 않는다는 이유로 판로를 찾지 못하는 농산물이 적지 않다. 농민들 사이에서 “먹는 데는 아무 문제가 없는데 아깝다”는 말이 나오는 이유다. 수확이 끝난 밭에 이삭줍기로 나서는 농민들의 이야기를 들어보면 먹는 데는 아무런 지장이 없다. 다만 생긴 게 그렇다는 것이다.
농사를 짓는 사람들에게 이런 순간은 허탈하다. 한 해 동안 정성을 들여 키워 수확했지만 모양이 예쁘지 않다는 이유로 제값을 받지 못하거나 폐기되는 경우가 있기 때문이다. 농민 입장에서는 땀과 시간이 함께 버려지는 셈이다. 문제는 여기서 끝나지 않는다. 이렇게 버려지는 농산물은 결국 음식물 폐기로 이어지고 처리 과정에서 또 다른 환경 부담을 만든다. 농민의 소득 손실과 자원 낭비가 동시에 발생하는 구조다.
최근에는 이상기후 영향으로 외관상 흠집이 생기는 농산물이 늘고 있다는 점도 문제로 지적된다. 품질에는 문제가 없지만 외형이 기준에 맞지 않아 유통되지 못하는 사례가 점점 많아지고 있기 때문이다. 이 같은 현실을 바꾸기 위한 정책이 경기도에서 시작됐다. 경기도가 전국 최초로 ‘아까운 농산물’ 유통 지원 사업을 추진하고 나선 것이다. 이 사업은 지난 1월15일 공포·시행된 ‘경기도 아까운 농산물 유통 활성화 지원 조례’에 따른 정책이다. 외관에 상처가 있거나 규격에 맞지 않아 판매되지 못하는 농산물의 판로를 지원하자는 취지다.
‘아까운 농산물’은 등급 규격에 맞지 않거나 농업재해 등으로 외관에 흠집이 생겼지만 품질에는 문제가 없는 농산물을 말한다. 흔히 말하는 ‘못난이 농산물’을 순화한 통칭된 표현이다. 경기도는 이런 농산물을 구입하는 유통업체에 구매 비용을 지원하고 식자재용이나 가공용 등 다양한 방식으로 활용할 수 있도록 판로를 넓힐 계획이다. 소비자가 안심하고 구매할 수 있도록 유통 전 농산물 안전성 검사도 실시한다. 이 정책이 자리 잡는다면 기대되는 효과는 적지 않다. 버려지던 농산물이 농가 소득으로 이어지고 소비자는 합리적인 가격의 농산물을 구매할 수 있다. 농산물 폐기를 줄이면 환경 부담도 그만큼 줄어든다.
시장 규모도 결코 작지 않다. 한국농촌경제연구원에 따르면 국내 채소·과일 전체 생산액 가운데 이른바 ‘아까운 농산물’ 시장 규모는 약 2조~5조원 수준으로 추산된다. 지금까지는 제도권 밖에 머물러 있던 시장이 정책을 통해 새로운 유통 영역으로 들어오는 셈이다. 특히 청년농과 귀농 농가에게는 안정적인 판로 확보가 중요한 과제다. 농사를 시작한 뒤 생산물을 판매할 곳을 찾지 못해 어려움을 겪는 사례도 적지 않기 때문이다.
상처가 난 참외와 모양이 제각각인 고구마 같은 농산물이 더 이상 버려지지 않는다면 농민의 땀도, 자연의 자원도 조금은 덜 낭비될 것이다. 농산물의 가치는 모양만으로 판단할 수 있는 것이 아니다. ‘아까운 농산물’이라는 이름에는 바로 그 단순하지만 중요한 의미가 담겨 있다. 결국 ‘아까운 농산물’ 정책은 버려지던 농산물을 새로운 자원으로 바라보는 시선의 변화에서 출발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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