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해 여름 경기 오산에서 발생한 옹벽 붕괴 사고가 지방선거 90여일을 앞둔 지금 정치권 공방으로 번지고 있다. 사고는 지역에서 발생했지만 논쟁의 무대는 어느새 중앙 정치권으로 옮겨가는 모양새다.
국토교통부 중앙시설물사고조사위원회는 지난 2월26일 조사 결과를 발표했다. 설계와 시공, 유지관리 전 단계의 부실이 복합적으로 작용했다는 결론이었다. 배수 시설 문제와 구조적 취약성, 관리 과정의 미비가 겹치면서 결국 붕괴로 이어졌다는 것이다.
다음 날인 2월27일에는 이권재 오산시장이 기자회견을 열었다. 사조위 보고서에 시의 유지관리 조치와 사고 직전 대응 과정이 충분히 반영되지 않았다고 설명하며 당시 점검과 대응 경위를 밝혔다. 사고 원인과 관리 책임을 둘러싼 사실관계가 하나씩 드러나는 과정이었다.
하지만 이후 상황은 다른 방향으로 흘렀다. 정치권이 논평을 내기 시작하면서 논쟁의 중심이 달라졌다. 더불어민주당은 사고 20여일 전 제기된 붕괴 우려 민원 대응 문제를 언급하며 관리 책임을 제기했고, 국민의힘은 구조적 문제와 과거 관리 과정에서 누적된 문제가 사고 원인이라며 전임 시기 책임을 거론했다.
결국 지역에서 발생한 시설물 사고가 정치권 책임 공방으로 번진 셈이다. 원인 규명보다 정치적 해석이 먼저 앞서는 모습이다. 물론 사고 책임을 따지는 일은 중요하다. 특히 시민의 생명이 희생된 사고라면 더더욱 그렇다. 하지만 정치 공방이 앞서기 시작하면 사고의 본질은 쉽게 흐려진다. 사고의 본질은 단순하다. 한 도시의 도로 시설물이 무너졌고 시민 한 명이 목숨을 잃었다는 사실이다. 그 출발점은 정치가 아니라 안전이다.
지금 정치권이 해야 할 일도 분명하다. 서로 책임을 겨루는 논쟁이 아니라 다시는 같은 사고가 발생하지 않도록 재발 방지 대책을 마련하는 일이다. 설계와 시공, 관리 체계 전반을 점검하고 유사 시설물에 대한 안전 관리 기준을 강화하는 일이 우선이다. 오늘(4일) 기준 오는 6월3일 제9회 전국동시지방선거가 약 90여일 앞으로 다가왔다. 선거가 가까워질수록 지역의 사건과 정책 문제는 정치 프레임 속으로 빨려 들어가기 쉽다. 하지만 시민의 생명과 안전이 걸린 문제까지 정치 공방의 소재가 되어서는 곤란하다.
정치권이 지금 해야 할 일은 분명하다. 책임 공방이 아니라 재발 방지다. 같은 사고가 반복되지 않도록 제도를 점검하고 안전 관리 체계를 강화하는 것, 그것이 지금 정치권에 주어진 가장 중요한 책무일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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