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피니언 기자수첩

[기자수첩] 김용태 의원의 ‘미움받을 용기’

이건구 기자
이건구 국장
이건구 국장

한때 서점가를 휩쓴 ‘미움받을 용기’는 타인의 평가에 매이지 말고 스스로의 선택을 하라는 메시지를 던졌다. 일본 철학자 기시미 이치로와 고가 후미타케가 풀어낸 아들러 심리학은 개인의 삶을 이야기했지만 그 문장은 정치에도 질문을 남긴다. 지도자는 인기와 책임 사이에서 무엇을 택해야 하는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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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민의힘 김용태(경기 포천·가평) 의원이 삼일절인 지난 1일 자신의 SNS에 올린 글은 바로 그 질문을 정치 현실로 끌어왔다. 그는 더불어민주당이 거론하는 4심제, 대법관 증원, 법왜곡죄 등을 언급하며 “민주당의 헌법 변형 시도를 바로잡을 유일한 방법은 국민 다수의 선택을 받아 과반 의석이 되는 것뿐”이라고 밝혔다. 제도적 대응의 해법은 결국 선거 승리라는 주장이다.

그러나 그의 글에서 더 눈에 띄는 대목은 내부를 향한 메시지였다. 김 의원은 “윤어게인 회귀가 계속된다면 총선은커녕 지선을 포함한 모든 공직선거에서 외면받을 것”이라며 현 지도부의 노선을 비판했다. 또 “야당이 되었는데도 윤어게인에 종속돼 있고, 윤석열 전 대통령 1심 유죄 판단에 대해 법원 판결을 부정하는 듯한 입장은 국민을 분노하게 만든다”고 적었다. 이어 “헌법과 법원 판결을 부정하는 사람들을 대변하는 것이 당심을 대변하는 것은 아니다”라고 덧붙였다.

그의 논리는 비교적 분명하다. 민주당의 제도 개편을 비판하려면, 먼저 스스로 헌법과 판결의 권위를 존중하는 태도를 보여야 설득력이 생긴다는 것이다. 내부 정리가 되지 않은 채 상대를 향해 ‘반헌법’이라고 외쳐도 힘을 얻기 어렵다는 판단이다. 그는 최근 여론조사에서 나타난 낮은 지지율을 거론하며 이를 “비상상황”이라고 표현했다.

정치 현실을 돌아보면 이 문제의식은 특정 정당에만 국한되지 않는다. 여야 모두 강성 지지층의 결집에 기대는 경향이 강해졌다. 지도부가 그 에너지를 쉽게 놓지 못하는 구조 속에서, 노선 조정은 늘 부담이 된다. 그러나 선거는 결집만으로 치러지지 않는다. 강성은 흔들리지 않지만, 중도는 조용히 이동한다. 확장에 실패한 정당은 결국 외연이 좁아진다.

김 의원이 말한 ‘미움받을 용기’는 단순한 수사가 아니다. 지지층 일부의 반발을 감수하더라도 장기적 신뢰를 택하겠다는 선택의 문제다. 단기적 인기와 장기적 생존 사이에서 어느 쪽을 택할 것인가에 대한 질문이다. 물론 미움받는 선택이 곧 옳음을 보장하지는 않는다. 그러나 설득을 포기한 정치 역시 오래가기 어렵다.

‘김용태 의원의 꺼낸 미움받을 용기’는 한 정치인의 발언을 넘어 오늘 정치의 구조를 비춘다. 강성의 환호에 머물 것인가, 아니면 침묵하는 다수를 향해 설명할 것인가. 미움을 피하는 선택은 편할지 모른다. 그러나 정치에서 가장 비싼 대가는 때로 설명을 미루는 데서 시작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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