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3일 국회 소통관에서 나온 연천의 목소리는 단순한 지역 요구가 아니었다. 2023년 7월 시행된 ‘지방자치분권 및 지역균형발전에 관한 특별법’에 따르면 수도권 내 인구감소지역도 기회발전특구 지정이 가능하다. 법은 열려 있다. 그러나 2년이 지나도록 세부 운영 지침은 마련되지 않았다. 연천은 신청서조차 내지 못하고 있다. 가능하다고 해놓고 길을 내주지 않는 셈이다.
정부는 그동안 수도권보다 비수도권을, 비수도권보다 인구감소지역을 우대한다는 원칙을 밝혀왔다. 실제로 비수도권에서는 55개 기회발전특구가 지정됐고 약 33조원 규모의 투자가 진행되고 있다. 정책은 속도를 내고 있다. 그러나 인구감소지역인 연천은 ‘수도권’이라는 이름 아래 묶여 그 흐름에서 비켜나 있다. 인구가 줄어드는 현실보다 행정 경계가 우선하는 상황이다.
연천은 수도권 북단의 접경지역이다. 군사시설보호구역 등 중첩 규제를 수십 년간 감내해온 지역이다. 개발은 제약됐고 기업 유치는 쉽지 않았다. 청년 유출은 반복됐고 고령화는 가속화됐다. 수도권이라는 분류가 자동으로 성장 여건을 보장하지 않는다. 오히려 접경지역이라는 특수성은 산업 기반 확충의 문턱을 높여왔다. 연천군이 BIX 산업단지를 중심으로 그린바이오와 첨단 산업을 육성하겠다고 밝힌 배경도 여기에 있다. 하지만 지침이 없으면 계획은 종이에 머문다.
물론 정부가 비수도권 우선 원칙을 유지하려는 정책적 판단은 이해할 수 있다. 그러나 법에 명시된 대상이라면 그 적용 기준은 분명해야 한다. 수도권 인구감소지역을 어떻게 판단할 것인지, 언제 어떤 절차로 특구 신청을 가능하게 할 것인지에 대한 답은 아직 없다. 제도가 작동하지 않는 사이 지역의 시간은 더 빠르게 줄어든다.
연천이 던진 질문은 단순한 특구 지정 요구가 아니다. 수도권이라는 이름이 인구감소지역이라는 현실을 덮어도 되는가에 대한 물음이다. 정부는 김덕현 연천군수가 제기한 질문에 분명히 답해야 한다. 운영 지침 마련 시기와 적용 기준을 명확히 밝혀야 한다. 지방소멸 대응이 국가적 과제라면, 예외는 없어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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