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피니언 기자수첩

[기자수첩] 같은 수도권, 다른 민원 점수

남용우 기자
남용우 선임기자
남용우 선임기자

민원은 행정의 최전선이다. 정책은 멀어도 민원은 가깝다. 시민이 행정을 처음 만나고 가장 자주 마주하는 창구가 민원이다. 그래서 민원은 늘 ‘체감 행정’이라 불린다. 국민권익위가 4일 발표한 지역주민이 뽑은 민원서비스 종합평가 결과를 수도권만 놓고 보면, 이 체감의 온도차가 분명히 드러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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같은 수도권이다. 인구 규모도 크고, 민원량도 많고, 행정 여건도 비슷하다. 하지만 점수는 같지 않았다. 경기도의 여러 기초자치단체가 상위권에 이름을 올린 반면, 인천은 광역과 기초 전반에서 중·하위권에 고르게 분포했다. 일부 기초자치단체는 최하위 구간인 ‘마군’에 포함됐다. 숫자만 보면 단순한 순위표지만, 그 이면은 가볍지 않다.

먼저 짚어야 할 점이 있다. ‘마군’이라는 결과가 곧바로 행정 실패를 뜻하는 것은 아니다. 법을 어겼다는 의미도, 민원을 방치했다는 단정도 아니다. 이번 평가는 상대평가다. 다만 다른 기관과 비교했을 때 민원 대응 체계와 시민 만족도가 뒤처졌다는 신호다. 말하자면 개선이 필요하다는 경고에 가깝다.

문제는 이 경고를 어떻게 받아들이느냐다. 민원은 처리 건수로만 평가되지 않는다. 답변의 충실도, 설명의 명확성, 전화 한 통의 태도, 현장에서의 응대까지 모두 포함된다. 같은 민원을 두고도 어떤 곳은 “그래도 설명은 들었다”는 말을 듣고, 어떤 곳은 “연결부터 힘들다”는 평가를 받는다. 이 차이는 예산이나 인구 규모만으로 설명되기 어렵다.

수도권이라는 같은 조건 아래에서도 결과가 갈린 이유는 결국 행정의 태도와 시스템에서 나온다. 고충민원을 어떻게 다루는지, 기관장이 현장을 얼마나 들여다보는지, 민원인을 ‘처리 대상’으로 보는지 ‘설명해야 할 시민’으로 보는지에 따라 점수는 달라진다. 경기도의 일부 기초자치단체가 높은 평가를 받은 것도, 인천의 일부 자치단체가 낮은 점수에 머문 것도 이 맥락에서 읽힌다.

특히 인천은 이번 결과를 가볍게 넘기기 어렵다. 광역과 기초 전반에서 뚜렷한 강점을 보여주지 못했다는 점은, 특정 부서나 일선 창구의 문제가 아니라 행정 전반의 과제임을 시사한다. ‘민원이 많아서’, ‘여건이 어려워서’라는 설명은 더 이상 설득력이 크지 않다. 같은 수도권에서, 같은 기준으로 평가받았기 때문이다.

민원 점수는 상을 주기 위한 지표가 아니다. 시민의 불편이 어디에서 반복되고 있는지를 알려주는 신호다. 이번 평가가 던진 메시지는 분명하다. 잘한 곳은 계속 그렇게 하면 되고, 뒤처진 곳은 더 신경 써야 한다. 이를 외면한다면, 다음에는 점수가 아니라 신뢰가 먼저 흔들릴 수 있다. 민원 점수는 참고자료가 아니라 경고장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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