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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설] AI 패권, 논쟁을 넘어서 전기 확보로 가야 한다

중앙신문 기자
[중앙신문 사설] 코로나 속 독감 유행 조짐 심상찮다. (CG=중앙신문)
[중앙신문 사설] AI 패권, 논쟁을 넘어서 전기 확보로 가야 한다. (CG=중앙신문)

인공지능(AI) 패권 경쟁의 본질을 다시 짚는 발언이 정치권에서 나왔다. 이언주 국회의원은 AI 경쟁력을 말하면서도 전기료와 전력 인프라 문제를 외면해 온 정치의 태도를 지적했다. 이미 여러 차례 반복돼 온 문제 제기다. 그러나 그동안 전기 문제는 늘 민감한 정치 쟁점으로 분류되며 뒤로 밀려 왔다. 알고 있으면서도 말하지 않았고, 말하면서도 결정하지 않았다. 그 사이 AI 산업은 속도를 높였고, 전력 수요는 현실이 됐다.

AI는 디지털 산업이라는 이미지와 달리, 막대한 전력을 전제로 한 물리 산업이다. 초대형 데이터센터와 반도체 공정은 24시간 멈추지 않는다. 연산량이 늘어날수록 전력 소비는 기하급수적으로 증가한다. 전기 공급이 불안정하거나 비용 부담이 커지는 순간, 기업은 다른 나라를 선택한다. 기술력과 인재, 자본을 확보해도 전기가 뒷받침되지 않으면 산업은 유지될 수 없다. AI 경쟁의 무게중심이 알고리즘에서 전력 확보로 이동했다는 말이 과장이 아닌 이유다.

그럼에도 국내 논의는 여전히 전기료 인상 여부나 원전과 재생에너지의 진영 대립에 머물러 있다. 요금과 발전 방식에 대한 사회적 논의는 필요하다. 그러나 그 논쟁이 전력 수요 급증이라는 현실을 가리는 수단이 되어서는 안 된다. 앞으로 AI 산업이 요구할 전력이 어느 정도인지, 이를 어떤 경로로 안정적으로 공급할 것인지에 대한 국가 차원의 설계가 먼저 제시돼야 한다. 확보 전략 없이 요금 논쟁만 반복하는 것은 순서가 뒤바뀐 접근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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해외 주요국들은 이미 전력을 산업 전략의 핵심 요소로 끌어올렸다. 전력망 확충과 발전 설비 투자, 산업용 전력 공급 조건을 패키지로 묶어 AI 기업과 데이터센터를 유치하고 있다. 전기는 더 이상 보조 인프라가 아니라 경쟁력 그 자체다. 송전망 병목과 지역 수용성 문제까지 포함한 전력 인프라 전반을 함께 풀지 못하면, 발전 설비 확충만으로는 수요를 감당할 수 없다. 결정의 지연은 곧 공사 지연과 투자 이탈로 이어진다는 점에서, 시간은 이미 넉넉하지 않다. 반면 우리는 전기 문제를 정치적 부담으로 남겨둔 채 미래 산업 구호만 반복해 왔다. 이런 태도는 결국 투자 지연과 산업 이탈이라는 비용으로 돌아올 수밖에 없다.

전기를 둘러싼 논쟁은 길었지만, 확보를 둘러싼 결정은 여전히 더디다. AI 강국을 말한다면 그에 걸맞은 전력 전략이 뒤따라야 한다. 전기료를 둘러싼 소모적 공방을 넘어서, 충분한 전기를 어떻게 마련하고 사회적 비용을 어떻게 감당할 것인지에 대한 결단이 필요하다. AI 패권은 선언이나 구호로 얻어지지 않는다. 전기를 준비한 나라만이 미래를 주도할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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