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피니언 기자수첩

[기자수첩] 임금님표 이천쌀, 5년을 쌓아 올린 성과

송석원 기자
송석원 국장대우
송석원 국장(이천담당)

이천에서 태어나 이천쌀로 지은 밥을 오랫동안 먹고 살아왔다. 그래서일까. 임금님표 이천쌀이 좋다는 말은 홍보 문구가 아니라, 생활 속에서 자연스럽게 체득된 사실에 가깝다. 밥맛이라는 것은 설명보다 입속에 기억으로 남는 법인데, 이천쌀은 그런 기억을 오래 남기는 쌀이다. 이런 임금님표 이천쌀의 대미 수출은 5년 연속 이어졌고, 올해에는 연간 228톤 규모의 수출 계약이 체결됐다는 소식이 전해졌다. 숫자만 놓고 보면 크고 작음을 두고 의견이 갈릴 수 있다. 그러나 취재를 하며 가장 인상 깊었던 것은 물량이 아니라, 이 성과가 만들어지기까지 걸린 시간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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쌀은 해외 시장에서 가장 다루기 까다로운 농산물 중 하나다. 국내 수급과 가격 문제에 늘 민감하고, 품질 기준은 엄격하다. 특히 백미 형태의 쌀이 해외 온라인 유통망을 통해 안정적으로 거래되는 사례는 흔치 않다. 미국 시장에서도 한국 쌀은 즉석밥 등 가공 제품 위주로 알려져 왔다. 그런 현실을 감안하면, 임금님표 이천쌀이 브랜드를 앞세워 5년간 수출을 이어왔다는 사실은 가볍게 넘길 수 있는 성과는 아니다.

이번 수출 계약은 단발성 성과가 아니다. 한 번의 수출은 가능할지 몰라도, 거래가 반복되기 위해서는 신뢰가 필요하다. 품질이 일정하지 않으면 다음 계약은 없다. 브랜드 관리가 느슨해지면 시장은 곧바로 반응한다. 5년 연속 수출은 그만큼 같은 기준을 유지해 왔다는 의미이기도 하다. 더 눈길을 끄는 대목은 이 성과가 대기업이나 중앙정부 주도의 프로젝트가 아니라, 기초자치단체가 차근차근 쌓아 온 결과라는 점이다. 지방 행정은 종종 단기간 성과에 쫓기기 쉽다. 눈에 띄는 결과가 없으면 정책은 바뀌고, 담당자는 교체된다. 그런 구조 속에서 품질 관리와 브랜드 유지, 유통망 개척을 수년간 이어간다는 것은 결코 쉬운 일이 아니다.

물론 이번 성과를 과대평가할 필요는 없다. 수출 규모는 아직 제한적이고, 글로벌 시장은 언제든 변할 수 있다. 아마존 입점이 곧바로 폭발적인 판매로 이어진다고 단정할 수도 없다. 그러나 분명한 사실 하나는 있다. 이천의 사례는 기초자치단체 농업 정책이 어디까지 갈 수 있는지를 보여주는 하나의 기준점이 됐다는 점이다.

이제 중요한 것은 이 성과를 어떻게 관리하느냐다. 수출 계약 하나로 농업의 체질이 바뀌지는 않는다. 하지만 품질 기준을 더 정교하게 다듬고, 참여 농가를 점진적으로 확대하며, 안정적인 판로를 유지해 나간다면 이야기는 달라진다. 임금님표 이천쌀의 성과가 일부 농가의 기록에 머무르지 않고, 이천 농업 전반의 경쟁력으로 이어질 가능성도 충분하다.

임금님표 이천쌀의 5년은 화려한 성공담이라기보다, 묵묵히 쌓아 올린 시간의 기록에 가깝다. 어릴 적부터 먹어온 밥 한 그릇이 이제는 해외 식탁에까지 오르고 있다는 사실은, 이천 농업이 걸어온 길과 앞으로 갈 수 있는 길을 동시에 보여준다. 잘 관리된 성과는 기록으로 끝나지 않고, 다음 단계로 이어진다. 역시 임금님표 이천쌀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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