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농협 감사중…’이라는 문구 아래, 농협중앙회의 외관은 여전히 웅장하다. 간판은 번듯하고 건물은 흔들림 없이 서 있다. 그러나 ‘특별감사’라는 조명이 건물 아래를 비추는 순간, 겉으로 드러나지 않았던 문제가 모습을 드러낸다. 건물을 떠받치고 있어야 할 기둥에는 ‘비리’, ‘채용’, ‘수의계약’이라는 이름표가 붙어 있고, 기둥 곳곳은 이미 허물어진 상태다.
겉으로는 조직을 지탱하는 구조물이지만, 실제로는 관리와 통제가 제대로 작동하지 않았던 지점을 상징한다. 내부를 감시해야 할 장치는 제 역할을 하지 못한 채 멈춰 서 있고, 그 사이로 빠져나간 흔적만 남아 있다. 감사의 빛이 비치자 돈자루를 멘 이들이 황급히 달아나는 모습은, 점검이 시작된 이후에야 문제의 실체가 드러났음을 암시한다.
이 장면은 특정 개인의 일탈을 지적하기보다, 구조 전반의 문제를 묻는다. 농협의 자금은 본래 농민과 조합원을 위한 공공의 자산이다. 그러나 오랜 기간 관리와 통제가 제대로 작동하지 않는 구조 속에서, 그 성격이 흐려져 온 것은 아니었는지 질문을 던진다. 감사라는 외부의 조명이 켜진 뒤에야 문제들이 한꺼번에 드러났다는 점도 함께 떠올리게 한다.
만평은 말한다. 문제는 어느 날 갑자기 생겨난 것이 아니라, 보이지 않는 아래에서 오랫동안 누적돼 왔다는 사실을. 그리고 지금, 농협의 돈이 공금이었는지, 아니면 특정 이들을 위한 ‘황금알’로 취급돼 왔는지를 묻고 있다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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